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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인이 다 되어가도록 연구했다

<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lmaster@weeklyseoul.netl승인2017.09.25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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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석무

다산 학문의 두 축은 경학(經學)과 경세학(經世學)이었습니다. 경학 관계 저술이 무려 240여 권이 넘었고, 경세학인 일표이서(一表二書:경세유표․목민심서․흠흠심서) 또한 100 권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었습니다. 경학연구를 통해 자신의 인격을 수양하고 경세학 연구를 통해 국가와 민족에게 봉사할 능력과 자질을 기르겠노라는 자신의 목적의식에서 이룩된 학문 연구였습니다. 그러면서 특히 온갖 노력을 기울여 연구해낸 『주역사전(周易四箋)』과 『상례사전(喪禮四箋)』이라는 책은 자신의 가장 득의의 책이라고 설명하면서,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두 책만이라도 세상에 전해지게 해줄 것을 간곡하게 당부했습니다.
 
그 두 책의 귀중함을 거듭 강조하고 그런 책을 저술하면서 자신이 겪었던 고통과 고난의 역경까지를 눈물겹게 아들에게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나는 임술(壬戌:1802:유배 온 다음해)년 봄부터 책을 저술하는 일에 마음을 기울여 붓과 벼루를 옆에 두고 밤낮으로 쉬지 않고 일해 왔다. 그 결과 왼쪽 팔이 마비되어 폐인이 다 되어가고, 시력은 아주 형편없이 나빠져 오직 안경에만 의존하고 있는데, 이것이 다 무엇 때문이겠느냐? 너희들이 내 저서를 전술(傳述)하여 명성을 떨어뜨리지 않을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示二子家誡)라고 말하여 천신만고의 고생 속에서 이룩된 저서이니 자식들이 그런 수준의 학문에 이르러 후세에 전할 수 있기를 바라서 했던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얼마나 정력을 기울여 저술한 책이었기에, 그런 책의 저술 과정에 팔이 마비되어 폐인의 지경에 이르고 시력이 나빠져 안경에 의지하지 않으면 글자를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니 학문연구에 몰두하던 모습을 그냥 상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애쓰고 노력해서 저작된 저서가 제대로 세상에 전해지지 않는다면 삶 자체가 너무나 허무하지 않겠느냐면서 더욱 간절하게 자식들에게 학문을 독려하고, 더 애절하게 자신의 책이 전해지기를 간절히 기원했습니다. “나 죽은 뒤 아무리 청결한 희생과 풍성한 음식으로 제사를 지내준다 하여도 내가 흠향하고 기뻐하기는 내 책 한 편 읽어주고 내 책 한 구절이라도 베껴두는 일보다 못하게 여길 것이니, 너희들이 꼭 이점을 새겨두기 바란다(같은 글)”라는 눈물겨운 소원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혹자는 자신의 저서가 후세에 전해지기를 바라는 것만으로 이해할 수 있겠지만, 이런 글에는 다산의 다른 뜻도 들어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주역』이나 『상례』는 참으로 난해한 책이기 때문에 두 아들이 아버지 수준의 학문에 이르지 않고는 자신의 책을 진정으로 전술해준다고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의 책을 전하라는 내용에는 두 아들의 학문연구를 독촉하는 간절한 뜻도 담겨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500여 권이 넘는 방대한 다산의 저술, 전하지도 못하고 읽어 줄 사람도 없을 것을 그렇게도 염려했던 다산, 세월이 많이 흐른 오늘에도 진주나 보석 같은 다산의 저술들은 민족의 지혜로 점점 더 알려져 가고 있으니, 이제 그런 지혜를 실천으로 옮기는 일만 남아 있습니다.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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