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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야, 옆집 아줌마가 어쩌면 좋겠니

<연재> 류승연의 아주머니 류승연 기자lscaletqueen@naver.coml승인2017.10.1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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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풍노도의 중학생이 잘못된 길을 가려고 한다. 아직 세상 경험이 적은 아이는 그 길이 어떤 길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어렴풋이 짐작은 하겠지만 그마저도 외면할 뿐. 어른인 내 눈엔 불구덩이가 뻔히 보이는데, 아이는 기꺼이 즐거워하며 불구덩이를 향해 한 발씩 내딛는다.

내 가족 일이 아닌 남의 가족에 대한 일. 내 새끼가 아닌 남의 새끼에 관한 일. ‘이웃 주민’이라는 이름하에 개입할 수 있는 선은 어디까지일까? 옆집 아이를 볼 때마다 한숨이 깊어지는 요즘이다.

옆집에 사는 중학교 1학년 여자아이가 옥상에서 친구들과 술 파티를 하다 나한테 걸려 혼이 난지도 몇 달이 지났다. 당시 아이를 찾아가 이런저런 대화를 했고, 엄마와 함께 살지 않는 그 아이에게 ‘여자의 대화’가 필요하다면 언제든 찾아오라고 당부했다.

 

 

아이를 향한 한 번의 두드림. 역시 한 번으로 문은 열리지 않았다. 얼마 뒤 나는 옥상에서 아이를 또 마주쳐야 했다. 이번엔 남자친구와 둘이 있다. 옥상 바닥에 아무렇게나 내팽개쳐진 가방 옆에는 소주 한 병과 담배 한 갑이 놓여 있었다.

나를 보자 당황한 아이. 아직은 어린 중학교 1학년이라 한 번 혼이 났던 옆집 아줌마가 아직도 무섭긴 무서웠나 보다. 소주병과 담배를 본 나는 안색이 굳어졌다. 아이에 대한 실망감으로 안색도 싸늘해졌다. 표정을 숨겼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아이에게 물었다. “담배는 안 피운다고 했었잖아?” 전에 둘이서 대화했을 때 아이는 술은 마시지만 담배는 피우지 않는다고 했다. 아직 성관계를 한 적도 없다고 했다.

내 말에 같이 있던 남학생이 대답한다. “저희 꺼 아니에요. 누가 버린 거 주운 거예요. 죄송합니다.” 전혀 죄송하지 않은 목소리다. 상황을 빨리 마무리 짓기 위해서 하는 발 빠른 사과. 이후로도 남학생은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은 채 죄송하다는 말만 여러 번 내뱉는다. 반항이라도 하듯 아주 목청껏 큰 소리로.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는 아이들에게 나는 다시는 옥상에 올라오지 말라고 했다. 친구들끼리 놀려면 집에서 놀라고. 옥상에서 술 마시다 다른 아저씨들한테 걸리면 큰일 난다고.

여태까지 아이가 집에 친구들을 데리고 들어간 적은 없었기에 한 얘기였는데 그게 실수였나 보다. 이젠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 친구들이 옆집에 드나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초등학생 딱지를 갓 뗀 앳된 얼굴에 빨간 립스틱을 바른 여자아이들 무리였다. 찰랑찰랑 단발머리에 한껏 짧은 반바지를 입고 입술만 새빨갛게 물들인 아이들이 옆집에서 나오다 마주치곤 했다.

앞으론 화장하지 말라는 내 말이 신경 쓰였던지 옆집 아이 입술엔 아무것도 발라져있지 않다. 아마도 집에서 멀어지고 나면 그 때 립스틱을 바르겠지. 나와 마주칠 때마다 아이는 어색하게 “안녕하세요”라 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의 ‘불량한 친구들’을 쳐다보는 내 눈빛은 싸늘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 남자 아이들도 옆집에 드나들기 시작했다. 딸을 혼자 키우는 옆집 아저씨는 아침 일찍 나가 밤늦게 들어온다. 혼자 자영업을 하고 있기에 옆집은 언제나 텅 비어있는 집이었는데 이젠 아이들의 아지트가 되어 버렸다.

여자 아이들이야 그러려니 했는데, 남자 아이들까지 옆집에 드나드는 걸 보니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나는 복도에서 와글와글 소리가 나면 거실에서 인터폰을 켜곤 했다. 카메라를 통해 어떤 아이들이 드나드나 보곤 했다.

카메라를 통해 모습을 보면서 내 걱정은 한층 더 깊어졌다. 남자 아이들이 무리에 껴 있을 땐 옆집 아이도 고분고분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다만 아예 싫었던 것은 아니었던지 문을 살짝만 연 상태에서 들어오지 말고 그냥 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이미 열린 문. 옆집 아이가 힘으로 닫으려 해도 남자 아이들에 의해 언제나 문은 열려버렸고 그러고 나면 아이들이 우르르 집안으로 들어가곤 했다.

한 번은 남자 아이 한 명과 여자 아이 한 명이 옆집의 초인종을 계속해서 눌렀다. 나는 마침 1층에서 걸어 올라가고 있던 중이었는데 어디서 이렇게 초인종 소리가 요란하게 계속 나나 했더니 옆집이다.

옆집 아이는 친구들을 받기 싫어서 문을 안 열고 버틴 모양이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계속해서 초인종을 누르자 아무래도 이웃들이 신경 쓰였던지 문을 열어준 것 같았다.

그래도 이 정도는 약과였다. 얼마 전에는 남자 아이들만 5~6명이 우르르 옆집에 들어가는 걸 발견했다. 혼자 있는 여자 아이 집에 중학생 남자 아이들만 떼로 들어간 것이다. 나는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까 싶어 가슴이 콩닥콩닥했다.

시끄럽게 뛰어다니는 아들을 안방에 가둬두고 딸에게 감시를 부탁한 뒤 옆집과 맞닿은 현관 벽에 귀를 갖다 대고 전전긍긍. 혹시 옆집 아이가 반항하는 소리라도 들리면 경찰에 신고라도 할 심산이었다.

그런데 조용한 게 더 이상하다. 나는 어째야 하나 안절부절 하다 결국 복도로 나가 옆집의 벨을 딩동~ 하고 눌렀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순진한 얼굴로 옆집 아저씨가 가져간 그릇을 달라고 말하며 무슨 일이 벌어지나 동태를 살피기 위해서였다.

예상 외로 밝고 명랑한 얼굴의 옆집 아이가 문을 열어준다. 옷매무새도 단정하다. 그릇을 달라고 하니 찾아보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단다. 당연히 없지. 애초에 그릇을 준 적이 없으니까.

나는 알겠다고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가슴의 콩닥거림은 줄어들었지만 걱정은 여전하다.

그런데 어제 또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 왁자지껄 요란한 소리가 나기에 현관 인터폰을 누르니 또 남자 아이들만 6~7명 쯤 되는 무리다. 옆집 아이가 10cm쯤 문을 열고 뭐라고 하자 남자 아이들이 재미있다는 듯 문을 벌컥 열어버리고 우르르 몰려 들어간다.

옆집 아이가 처음부터 문을 활짝 열고 반겼으면 걱정이라도 안하는데, 언제나 처음엔 문을 조금만 열고 돌려보내려는 듯한 제스처를 취한다. 나는 그것 때문에 걱정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엔 같은 중학교 1학년 같지도 않아 보인다. 3학년쯤은 되어 보이는 남자 아이들 무리였기에 더 겁이 났다.

또 딩동~ 하고 벨을 눌러 아무말 대잔치나 하면서 동태를 살필 수도 있었지만 솔직히 이번엔 무서웠다. 옆집 아이의 친구들인 빨간 립스틱 무리가 동네에서 나를 마주칠 때마다 째려봤던 데다, 얼마 전에는 옆집에 찾아온 남자 아이들이 우리 집의 현관 비밀번호를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복도에 남자 아이들이 우르르 서 있는데 초등학교 2학년인 딸이 천천히 하나씩 현관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그런 상황에서는 벨을 눌렀어야지~”라고 딸을 나무랐지만, 아홉 살짜리가 상황 파악을 어찌 하겠는가! 결국 비밀번호가 노출됐다고 판단하고 남편이 비밀번호를 바꿨다.

그런데 그 사건을 겪으며 나는 덜커덕 겁이 나버렸다. 만일 저 아이들이 나쁜 마음이라도 먹고 아들이나 딸을 인질로 잡으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깨달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저번에 이어 또 한 번 남자 아이들만 우르르 옆집에 들어가는 걸 목격. 결국 나는 빌라 전체의 어른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지금 이러이러한 상황인데 솔직히 무섭다면서 옆집 아저씨가 지금 집으로 갈 수는 없는지, 옆집 아저씨의 연락처를 알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연락을 해달라는 내용을 빌라 단톡방에 올린 것이다.

1분이나 지났을까? 복도에서 벨 소리가 들린다. 인터폰으로 보니 밑에 집 아줌마가 옆집 벨을 누르고 집안으로 들어가는 게 보인다. 중학생과 고등학생 형제를 키우는 용감한 아줌마다.

뭐라고 혼을 내자 남자 아이들이 십분 뒤에 갈 거라고 했나 보다. “아무리 십분 뒤에 가더라도 이건 아니잖아!”라며 아줌마의 질책이 이어진다.

아줌마가 돌아간 뒤 나는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솔직히 나는 무서웠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가지도 못해 봤다고. 밑에 집 아줌마는 그래봤자 아들의 친구들 쯤으로 여겼는지 나만큼 무서워하는 것 같지는 않다.

이 날 일을 전해 듣고 남편은 화가 났다. 아이들이 못 올라가게 옥상 출입구 열쇠를 맞춰 나눠 갖고, 옆집 아저씨에게 모든 걸 털어놓고 이사를 가도록 권하자는 얘기까지 나온다. 다른 호수의 아저씨들과 주차장에 모여 담배를 피우면서 이 얘기를 다시 나눴다고 한다. 어떤 아저씨는 알아서 못 버티고 이사 갈 거라고 했으며, 어떤 아저씨는 그래도 이사를 권하는 건 너무하다는 의견을 냈단다.

나는 옆집이 이사를 갔으면 좋겠다. 그런데 남편과는 다른 이유에서다. 나와 내 아이들과 다른 이웃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딸을 위해서 옆집 아저씨가 이사를 갔으면 좋겠다. 지금의 친구들을 만날 수 없는 서울의 반대편 끝이나 경기도로 이사를 갔으면 좋겠다.

새로운 곳에서 옆집 아이가 새 친구들을 사귀었으면 좋겠다. 지금의 친구들과 어울리는 건 너무 위험하다. 중학교 1학년이 화장을 하고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여자 아이 혼자 사는 집에 남자들만으로 구성된 무리가 수시로 드나든다는 것이다. 혹시라도 무서운 일이 벌어질까봐 가슴이 벌렁벌렁 한 것이다.

나는 옆집 아줌마다. 옆집 아이를 향해 손을 한 번 내밀어봤지만 그 손은 가볍게 거부당했다. 사실 한 두 번의 손길로 사춘기 청소년이 바뀌는 걸 기대하는 자체가 난센스일지도 모르겠다.

그럼 나는 어째야 할까? 두 번 세 번 다섯 번 열 번, 변화가 보일 때까지 옆집 아이를 향해 손을 내밀어야 하는 걸까? 아니면 옆집 아저씨에게 모든 걸 털어놓고 부녀전쟁이 나더라도 가정 안에서 해결하도록 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내 아이들을 잘 키우는 것만도 버거운 일상이니 그냥 모른 척 눈 감고 귀 닫고 살아야 하는 걸까?

옆집 아저씨에게 그동안 알리지 않은 이유는 아저씨가 옆집 아이를 때려 경찰이 출동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아이는 더 삐뚤어지고 있는 것 같고.

아이야. 너를 어쩌면 좋겠니. 요즘 아줌마는 너 때문에 가슴이 벌렁벌렁 하단다. 옆집 아줌마, ‘이웃 주민’이라는 이름의 책임 선은 어디까지일까? 고민이 많아진다.

<주부, '아주머니'는 직은 인공이 아니지만 지않아 가 세상의 주인공이 될 얘기를 가리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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