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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나에게는 아픔입니다

<새마갈노> 이수호 칼럼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lmaster@weeklyseoul.netl승인2017.10.26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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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호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70년대 초 경북의 어느 조그만 중학교에서 처음 뵈었을 때, 철없던 빡빡머리 단발머리 학생들을 회초리로 가르치시던 선생님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항상 우리들의 선생님을 존경해 왔습니다.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많은 제자들이 선생님을 존경하는 은사님으로 생각하고 있는 동문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도 그렇게 살아 왔고요. 어느 행사장에서 선생님을 뵐 때면 고마움에 먼저 인사하곤 했었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저는 이제부터 선생님을 존경하지도 선생님이라고도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 이유는 선생님은 교육자에서 변절하여 정치인이 되었고 선생님의 그 이상주의적 교육이 오늘날의 우리 학생들의 가치관과 정체성마저 멍들게 하였으며 자라나는 대한민국의 2세들을 망쳐버렸기 때문입니다. 전교조 노조위원장. 이것이 선생님에게 처음부터 어울리는 직업이 아니었지요. 실망스럽고 후회스럽고 지금은 그러네요. 대한민국에 수많은 예술가들이 있고 나름 최선을 다했을 것입니다. 그럼 국가는 그 모든 사람을 다 잘 살게 하고 성공하게 했어야 하나요? 인류의 어느 국가가 그런 국가가 있습니까? 세상에 어느 누가 남보다 뒤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만 하세요. 그만큼 대한민국 교육을 망치는데 일익을 담당했으면 반성하고 지금이라도 법을 지키고 정의를 구하라고 이야기해야 되는 것 아닌가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이제 그만하세요. 오늘 이 글이 선생님과 제자로서의 마지막 글입니다. 꾸벅.”

 

 

어느 주간지에 쓴 비정규직 청년 공연노동자 얘기를 페북에 올렸는데, 거기에 댓글로 달아준 어느 제자의 글입니다. 얼마나 안타까웠으면 이렇게 실명으로 진지하게 올렸을까를 생각하며, 그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을 진지하게 돌아보았습니다. 나도 마음이 몹시 아팠습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뒤 ‘노조하기 좋은 세상 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에 참석했는데, 거기서 서울 신일고등학교 때의 제자를 만났습니다. 교사가 되기로 하고 사범대학을 나와 소원대로 교사가 된 제자입니다. 같은 국어 과목이어서 더욱 애착이 갔지요. 그런데 이 친구가 발령을 받자마자 전교조 조합원이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사립이어서 여러 가지로 힘들 텐데 하면서도 왠지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아주 많이 흐른 뒤, 그를 전교조 대의원대회 행사장에서 만났습니다. 본부 상근임원이 되어 있었습니다.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제자가 임원이 된 사실이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권은 전교조를 법 밖으로 몰아냈습니다. 전임상근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전교조는 거기 굴하지 않았습니다. 해고를 각오하고 간부를 중심으로 상근자로 남았습니다. 그 친구도 그 길을 선택했고, 결국 학교재단으로부터 해고됐습니다. 해직교사가 된 것이지요. 그를 전교조 법외노조 반대 농성장에서 만났는데, 안타깝게 바라보는 나에게 “선생님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잖아요. 그리고 선생님이 삶으로 가르쳤는데 제가 어쩌겠어요”하고 씩 웃는 것이었습니다. 마음이 몹시 아팠습니다.

촛불시민혁명으로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대통령 선거를 통해 정권도 바뀌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적폐도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민주노동운동에 대한 탄압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습니다. 민주노총과 전교조를 종북세력으로 몰아붙이며, 정권 쟁취와 유지를 위한 이념의 희생물로 삼았습니다. 노동개혁이란 이름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기본권을 무시하더니, 드디어 전교조는 몇 명의 해고자 조합원을 핑계 삼아 행정지침으로 ‘노조 아님’을 통보하고, 법 밖으로 쫓아내기까지 했습니다. 그 와중에 그 제자는 해직교사가 된 것이지요. 그런데 촛불시민혁명에 의해 그동안의 모든 잘잘못이 드러났음에도 부당한 피해자들의 원상회복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내 제자를 포함한 많은 전교조 해직교사들은 언제나 복직이 이루어질 런지요.

애초에 잘못된 길을 갔으니 이제라도 돌아서라는 제자나, 선생님 뒤를 따라 걷다 보니 해직교사가 됐는데 부끄럽지 않다고 하는 제자나, 모두 나에게는 아픔입니다. 그 동안 나름대로 조금이라도 나은 세상 만든다고 열심히 뛰었는데 돌아보면 세상은 별로 달라진 것도 없고, 한반도의 평화나 우리 민중의 삶은 더 어려워진 것 같아 스스로 부끄럽기만 합니다.

그래도 두 제자, 날씨는 추워지는데 부디 어디 아프지 않고 건강하기를 기도드립니다. 

<전태일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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