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산 지음/ 문학동네

‘전혀 새로운 감각의 출현’이라는 찬사로 제1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종산 작가의 세번째 장편소설이 나왔다. 작가는 기존의 한국문학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독특한 발성법과 서사 전개 방식을 통해 때로는 엉뚱하고 풋풋한 판타지 로맨스 소설로, 때로는 반짝이는 일상을 포착하고 길어올린 아련한 성장소설로 독자들에게 신선하고 기분좋은 경험을 선사한 바 있다. 

그녀의 세번째 장편소설 '커스터머'는 ‘전혀 새롭다’는 수식어를 오롯하게 품은 채 이번에는 우리를 ‘전혀 새로운 세계’로 데려간다. 더불어 이번 작품에 이르러 감정의 파고를 다루는 일은 흠잡을 데 없이 섬세해졌고,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솜씨는 더욱 치밀해졌다. 우리를 웃고 울게 만드는 아름다운 ‘서정’을 한 손에, 쥐여진 책을 끝까지 읽게 만드는 ‘서사’적 재미를 다른 한 손에 쥐고서 작가는 거의 완벽한 균형 감각으로 커스터머의 세계를 창조해냈다.

'커스터머'는 유전자 기술의 발달로 인해 신체 변형-‘커스텀’이 대중화된 시공간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수니’는 그 사회에서 가장 낮은 계층인 ‘웜스’ 출신의 막 중학교를 졸업한 17세 소녀로, 우연한 기회에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커스텀이 활발한 ‘태양시’의 한 고등학교로 수니가 진학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책은 다양한 독법을 제안한다. 새로운 도시에서 새 삶을 시작하게 된 수니가 중성인 ‘안’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는 퀴어 로맨스 소설로도, 환상적인 공간에서 눈이 휘둥그레지는 일이 벌어지는 판타지-SF 소설로도, 자기 이상의 존재가 되기를 꿈꾸며 그것을 직접 ‘선택’하는 데까지 나아가는 새로운 차원의 성장소설로도 읽힐 수 있을 것이다. 그 어떤 하나의 장르로도 통합할 수 없는 분방함, 이종 교배적인 글쓰기는 소설 속 '커스터머'의 세계와 꼭 닮았다.

작가는 물샐틈없이 축조된 그 세계 속에 지금 우리가 당면한 기후 문제, 테크놀로지와 윤리, 소수자 차별, 혐오 범죄, 유리천장, 계급 문제를 자연스럽게 하나의 이야기로 녹여내 독자에게 건넨다. 이 이야기를 읽어나가며 우리는 ‘차세대’란 무엇인지, ‘차세대 감각’은 무엇이며 우리에게 요구되는 감각이 무엇인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 무엇을 기대하며 이 소설을 펼치더라도 원하는 것 이상을 가져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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