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대표 경선 ‘친박의 몰락’

자유한국당이 ‘친홍’ 체제 강화로 방향을 굳혔다. 최근 치러진 원내대표 경선에선 강력한 대여 투쟁을 내세운 3선의 김성태 의원이 선출됐다. 홍준표 대표와 바른정당 출신 복당파 의원들의 지원을 받은 김 의원이 새로운 원내사령탑을 맡음으로써 ‘친홍준표’ 체제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과반 기준 득표수인 55표를 얻어 친박 홍문종 의원(35표)과 중립지대를 표방한 한선교 의원(17표)을 누르고 승리했다. 원내대표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에는 수도권 출신 재선인 함진규 의원이 결정됐다. 하지만 친홍체제 강화가 보수정치권의 통합을 새로운 흐름으로 이끌 것이란 얘기도 적지 않다. 원내 대표 선출 이후 자유한국당의 진로를 살펴봤다.

 

 

홍준표 체제의 독주가 시작된 것일까.

홍 대표가 자신과 가까운 김성태 신임 원내대표와 호흡을 맞추게 됐다. 당초 비홍준표계의 결집으로 결선투표까지 갈 것이란 예상도 나왔지만 김 원내대표는 1차 투표에서 과반을 획득해 승부에 종지부를 찍었다.

‘홍준표 사당화 저지’와 ‘계파 청산’을 주장했던 홍 의원과 한 의원은 ‘선명야당’이라는 명분에 밀려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2중대(국민의당)의 밀실야합으로 제1야당을 무시하는 작금의 국회운영을 용납하지 않겠다”며 “국회 선진화법으로 야당이 무기력해지지 않도록 대여투쟁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친박, 비박 찾다가 쪽박을 차버렸는데 무슨 염치로 친홍, 비홍인가"라며 "앞으로 사당화가 우려된다면 제가 앞장서 깨버리겠다"고 덧붙였다.

김 원내대표는 12월 임시국회에서 이슈로 떠오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 국가정보원법, 선거구제 개편, 개헌안 등 산적한 현안들을 놓고 여당과 머리를 맞대야 한다.

홍 대표도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이제 친박계는 없다"며 "국민들의 뜻을 받들어서 가열찬 대여투쟁을 하라는 뜻으로 본다. 제대로 된 야당을 한번 만들어 보겠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홍 ‘구체제 단절’ 선언

친박, 친이명박계 등 구체제와의 단절에도 분명한 못을 박았다. 홍 대표는 “함께 힘을 모아 구체제와 단절하고 새로운 신보수주의 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의지를 표명했다.

김 원내대표의 탄생으로 5개월만에 당 지도부 정비를 마쳤다는게 홍 대표의 판단이다. 그는 “이제 나머지 남은 조직, 정책혁신에 주력하겠다”며 당무감사를 통한 인적쇄신과 당 이념강화 작업 등을 예고했다. 전방위적으로 당 혁신 작업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김 원내대표는 두 사람의 역할과 관련 “앞으로 홍 대표는 덕장으로서의 모습을 갖출 것이고, 나는 여당에 맞서는 전사가 되겠다”고 설명했다. 당내 권력도 친박계의 몰락과 돌아온 김무성측의 위상 강화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김무성계는 김 원내대표를 강력하게 지지하며 친박계를 견제했다. 이례적으로 비 TK(대구·경북) 출신이 원내 지도부가 됐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김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지 8개월이 돼가고 있는데도 제1야당이 야당답지 못한 야당으로서 당원은 물론 국민에게도 많은 손가락질을 받았다”며 “최선봉에 전사로 서서 문재인 정권의 독단과 전횡, 포퓰리즘 정책과 정치보복에 맞서겠다”고 야성을 강조했다.

일각에선 김 원내대표가 홍 대표보다 김무성 의원의 복당파와 가깝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개헌 등 주요 현안 관련 당론 결정 과정에서 홍 대표와 갈등을 겪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이 어렵게 될 경우 김무성계가 당권을 탈환할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 한국노총 사무총장 출신으로 노동운동을 했던 김 원내대표가 앞으로 여당과 어떤 협상을 벌일지도 관심 사안이다.

그는 이와 관련 “이제 대한민국 국가안보와 경제, 서민·노동자, 사회 취약계층 문제는 우리가 앞장서서 팔 걷어붙이고 나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친홍체제의 강화가 바른정당과의 합당론을 가속화시킬지도 변수다. 김 원내대표는 김세연 바른정당 원내대표 권한대행 겸 정책위의장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보수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지로서 앞으로 진정한 야당의 의미를 바른정당과 늘 함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의 원내대표 경선 결과가 보수정치권의 향후 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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