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치권, 지방선거모드 돌입

이대로 가면 쉽지 않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최소한 현상태는 유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렇지 못하면 대표 자리까지 물러나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올 인’ 모드에 돌입했지만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움직임이 오히려 자유한국당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그 동안 텃밭으로 여겨왔던 영남 민심이 흔들린다면 전국 판세도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자유한국당 안팎으로 나오고 있는 ‘지방선거 위기론’을 살펴봤다.

 

▲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 남경필 경기지사, 바른정당 정병국 의원 (사진 안 왼쪽부터) 

 

자유한국당이 넘어야 할 일차 상대는 집권여당이 아닌 통합신당이 될 수도 있다.

한국당은 최근 본격적인 지방선거 모드에 돌입했다. 하지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의 연대가 보수정치권을 위협할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중도보수’와 ‘중도개혁’ 색채를 동시에 지향하고 있다. 통합 시너지로 외연 확장을 시도하며 기존 양강을 위협할 태세다. 이런 상황속에서도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여전히 높다.

때문에 보수정당을 자임하는 한국당의 지지층이 오히려 통합신당에 동요할 수 있다는게 한국당의 우려다. 최근 각 여론조사에서 통합신당의 지지율은 한국당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당은 지방선거 필승 전략으로 여론조사에서 ‘무응답층’으로 나타나는 집단 가운데 보수우파 성향의 유권자들을 집중적으로 끌어들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통합신당을 이기기도 벅찰 수 있다.

무응답층 가운데 비교적 중도에 가까운 보수성향 지지층을 통합신당이 끌어안을 경우 한국당의 지지층은 작아질 수 밖에 없다. 한국당이 통합신당의 바람을 지켜보며 바른정당 인사들에게 구애를 보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홍준표 대표는 이와 관련 “이미 통합논의가 시너지 효과가 없다는 여론조사가 발표된 적도 있다”며 통합신당 지지율이 한국당을 앞선 여론조사 결과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역선택한 여론조사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이어 “박지원 의원이 ‘구멍가게 두 개 합쳐본들 슈퍼마켓 안 된다’고 했다”며 "선거는 여당, 야당 중 어느 당을 선택하는 것이냐에 대한 심판이다. 두 당이 통합을 해본들 시너지효과도 없을 뿐더러 지방선거의 변수가 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갈림길 선 ‘남원정’

실제로 바른정당 소속 의원 중 김세연 이학재 의원이 이탈하고 남경필 경기지사까지 한국당에 복당할 경우 통합신당 바람은 약화될 수 있다. 햇볕정책 등 통합신당 내 이념차이로 언제든 터질 수 있는 뇌관이다.

지난 4일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지지율은 각각 5.1%, 6.3%였다. 통합당은 현재 두 당의 지지율을 각각 합한 11.4%보다 낮은 10.5%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한국당이 마냥 안심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전통적 강세지역이었던 부산과 경남 모두 상황이 이전과 같지 않다. 제1야당이라는 이점이 여전히 있지만 친박근혜 색채가 여전히 남아있다.

홍 대표 등이 ‘친박 청산’을 주장하고 있지만 ‘국정농단’ 그림자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홍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감으로 거론되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 대해 손사래를 흔드는 것도 이런 이유다.

아직까지는 거세지 않지만 통합신당이 합리적 중도를 표방하며 보수층을 집중 공략할 경우 일부 지지층이 이탈할 수도 있다. 국민의당이 통합 과정에서 호남 색채를 벗어던지고 영남권에 더욱 매진할 수도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도 “일부 지역의 경우 후보군은 많으나 일꾼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라며 “현재 당헌당규로는 전략공천이 어렵지만 당헌당규를 개정해서라도 잠재력이 큰 참신한 정치신인을 공천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통합과 지방선거 과정에서 선거 승리를 위해 히든 카드를 꺼낼 들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보수정치권의 복잡한 심내는 이른바 남원정으로 불리는 세 사람의 현실에서도 엿볼 수 있다. 남경필 경기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 정병국 의원은 바른정당 밑에서 개혁보수의 깃발을 높이 올렸지만 이제는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

남 지사는 자유한국당 복당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통합신당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며 "보수를 먼저 통합한 후 중도라는 더 넓은 바다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원 지사는 통합신당 합류나 한국당 복당이 아닌 무소속으로 남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원 지사는 “정치세력이 국민 눈높이에 맞추고 시대의 흐름을 선도해나갈 수 있는 자기혁신이 돼야 한다”며 “국민의당과의 논의가 과연 그러한 근본에 충실한 것인지 매우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재선 지사를 노리고 있지만 통합신당 후보가 될 경우와 한국당 후보가 될 경우를 모두 염두에 둘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이와 달리 정 의원은 ‘통합신당 합류’에 좀 더 가까운 것으로 전해진다.

통합신당과 지방선거라는 굵직한 일정표 속에서 보수 정치권이 어떻게 정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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