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 크리스핀 지음 / 박다솜 옮김/ 창비

삶이 바닥으로 떨어졌을 때,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수트케이스에 삶을 욱여넣고 자신에게 영감을 준 예술가들을 지도 삼아 패기 있게 떠난 여자가 있다.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소개되는 작가 제사 크리스핀, 그녀의 재기 넘치는 책 '죽은 숙녀들의 사회' (원제 The Dead Ladies Project)에 대한 이야기다.

문학잡지 편집장이자 서평가인 크리스핀은 서른살에 자신의 인생이 바닥에 떨어졌다고 생각하여 자살을 시도하고, 그마저 실패하자 유럽으로 떠난다. ‘천재’ 제임스 조이스의 아내로만 불렸던 노라 바너클,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의 작가 진 리스, ‘위대한 시인’ 윌리엄 예이츠의 청혼을 거절한 혁명가 모드 곤, 동성애자임을 숨기고 사회적 질타를 피하기 위해 선택한 결혼으로 평생 고통받은 서머싯 몸. 세상에 맞서 탈주하고 방랑한 여성들과, 스스로를 구속하고 억압하는 ‘남성성’과 싸워야 했던 남성들. 크리스핀은 이들을 ‘죽은 숙녀들’이라 일컫고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들이 어떻게 그 시간을 견뎠고 어떻게 어둠 속에서 헤어나왔는지를 탐구한다.

크리스핀은 예술가들의 전기, 예리한 문학적 분석, 개인적 체험을 제프 다이어 · 알랭 드 보통을 연상시키는 유려한 문장과 아포리즘을 통해 하나로 엮어냈다. '죽은 숙녀들의 사회'는 흥미진진하고 다채로우면서 번뜩이는 통찰과 유머가 가득한 철학적 에세이다. 이 책을 집어든 독자는 고독하지만 위대한 저항을 해낸 숙녀들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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