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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게, 곰치, 꽁치, 문어…겨울철 마지막 먹거리 여행 떠나볼까나

<김초록 여행스케치> 맛이 있는 경북 영덕의 자연 속으로 김초록 기자lmaster@weeklyseoul.netl승인2018.02.0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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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채화 같은 강구항

슬슬 봄소식이 기다려지는 2월이다. 산하를 가득 덮고 있는 흰눈과 살을 에는 듯한 추위도 점차 풀리는 날씨 앞에 기세를 감추게 될 것이다. 경북 영덕은 산과 바다의 어울림이 절묘한 고장이다. 이즈음 영덕은 맛과 멋이 공존한다. 눈길을 끄는 순수한 자연에 제철을 맞은 겨울 대게가 길손을 반겨주기 때문이다.

백두대간이 동쪽으로 비스듬히 곧추선 영덕은 예나 이제나 사람들의 발길을 쉽사리 허용하지 않는다. 예전보다 도로 사정이 많이 나아졌다지만 굽이굽이 이어진 산간도로는 운전자들에게 조바심과 함께 피로감을 안겨준다. 그러나 일단 그곳에 발을 딛는 순간 긴 여행의 피로는 한순간에 달아난다. 이게 다 자연이 준 선물이다.

 

▲ 갓 잡아온 대게를 손질하는 강구항 어부들

▶온몸으로 느껴지는 자연의 기운

영덕의 첫 방문지는 용추폭포다. 안동에서 34번 국도를 타고 영덕 방면으로 30분쯤 내려간 다음, 산 쪽으로 깊숙이 들어간 곳에 있다. 겨울이라 얼어붙은 폭포는 깊은 멋이 덜하지만 나른한 심신에 활력을 샘솟게 한다. 여기서 34번 국도를 따라 더 내려가면 복사꽃 피는 마을로 유명한 지품면 오천리다.

영덕 방면 34번국도 신양 삼거리에서 옥계계곡으로 올라간다. 오십천의 한 지류로 팔각산과 동대산 골짜기에서 흘러내린 두 물줄기가 만나 하나의 커다란 계곡을 만들었다. 산 중턱의 침수정 주변은 옥계계곡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정자 아래 봉용담과 뒤편의 병풍암이 빚어내는 멋진 조화는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 대게를 잡기 위해 출어하는 강구항 어선
▲ 해산물을 파는 강구항 아낙네들

 

은어가 거슬러 오르는 오십천은 바다 쪽으로 뻗어있다. 매서운 칼바람을 벗 삼아 쭉 내려오면 우리나라 최대의 대게 유통 산지인 강구항이 나타난다. 대게는 12월부터 잡히기 시작해서 3월이면 절정을 이룬다. 여행객들로 왁자지껄한 항구에는 고만고만한 수백 척의 고깃배들이 물살에 출렁거린다. 항구 주변으로 모여든 갈매기떼는 고요하던 항구를 화들짝 깨워놓는다.

강구항은 경매가 열리는 아침에 찾으면 좋다. 이른 아침, 부둣가는 밤새 잡아온 생선을 손질하는 어부들과 관광객들이 어우러져 한바탕 난리법석을 피운다. 외지 상인들은 중개인을 통해 구입한 생선을 냉동차에 싣는다. 한쪽에서는 경매가 열린다. 상인들과 관광객들은 경매장을 중심으로 빙 둘러서서 경매 모습을 지켜본다. 배가 들어올 때마다 수백 마리의 대게를 바닥에 깔아놓고 경매가 진행된다. 대게만 있는 게 아니다. ‘겨울의 맛’인 꽁치, 전복, 곰치(물곰), 문어, 물가자미, 양미리, 돌미역, 오징어, 명태 등 이름만 떠올려도 군침을 돌게 하는 해산물들이 즐비하다.

 

▲ 강구항에 나온 대게

▶드라이브 코스의 백미

강구항 안쪽의 이른바 풍물거리는 값싸고 싱싱한 해산물이 모여 있는 먹거리 장터다. 이곳에서는 대게찜을 비롯해 게탕, 오징어회, 모듬회, 매운탕 같은 영덕 앞바다에서 잡은 싱싱한 해산물로 다양한 요리를 해준다. 4인 기준으로 3-4만원이면 모듬회와 함께 매운탕을 즐길 수 있다. 대게거리에 늘어선 400여 개의 음식점에는 대게를 비롯해 각종 해산물이 방문객들을 기다린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대게를 가마솥에 쪄서 살을 발라 먹고 등딱지에 밥을 비벼 먹는 맛은 정말이지 별미 중의 별미다. 대게는 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아니라 다리의 누르스름한 마디 모양이 대나무처럼 생겨서 붙여진 명칭이다. 한문으로 ‘죽해(竹蟹)’라고도 한다. 속이 박달나무처럼 단단하게 들어찬 박달대게는 대게 중에서도 최상품으로 쳐준다. 맛과 향이 뛰어나고 워낙 귀하기 때문이다. 값도 비싼 편이다. 1㎏짜리 박달대게 1마리에 12만원 안팎에 거래된다. 대게와 비슷한 홍게도 있지만 배와 다리 안쪽이 흰 빛을 띠는 대게와는 달리 홍게는 몸 전체가 붉은 빛깔이다. ‘게 먹고 체한 사람 없다’는 옛말도 있듯이 게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해산물이다. 특히 필수 아미노산이 골고루 들어 있어 성장기 어린이나 노약자들에게 아주 좋다. 이밖에 간 기능 강화와 생체리듬 조절, 미용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푹 쪄낸 대게의 속살을 씹으면 입에 살살 녹는 감칠맛이 감도는데 이는 단맛을 내는 글리신 · 알라니 · 글리신베타인 · 글루타민산 · 아노신산 등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대게 시즌인 1 · 2월엔 경북 동해안 곳곳에서는 대게 축제가 열린다.

 

▲ 동해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창포 등대 전망대
▲ 삼사해상공원에 있는 경북대종

 

강구항에서 포항 방면 7번 국도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해안관광도로다. 차창으로 밀려드는 상쾌한 바닷바람과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의 어울림이 절묘하다. 그렇게 바다를 바라보며 10분쯤 내려가면 각종 위락시설이 갖춰진 삼사해상공원이 나온다. 이곳에서 포항 쪽으로 내쳐 달릴 수도 있지만 영덕땅을 더 둘러보기 위해서 왔던 길로 다시 거슬러 오른다. 강구항에서 20번 지방도(강축해안도로)를 타고 금진-하저마을을 지나 5분쯤 더 올라가면 해맞이공원이 나타난다. 창포리 바닷가에 들어선 해맞이공원은 등대 전망대와 재활용 목재로 이어놓은 계단길이 해변 분위기를 한층 북돋워준다. 나무 계단길을 따라 바닷가로 내려가면, 짙푸른 파도가 가슴 가득 안겨온다. 언덕 위 도로변에 차 서너 대를 댈만한 공간이 있고, 커피 과자 등을 파는 간이매점도 있다. 커다란 대게의 집게발을 형상화한 창포말 등대도 볼만하다. 대게가 마치 해를 드는 듯한 모양인데 이곳이 대게의 고장이란 걸 실감하게 된다. 등대 전망대에 오르면 푸르디푸른 바다가 가슴 가득 안기고 앞과 뒤로 구불구불 달려가는 해안도로와 바닷가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 해맞이공원에 들어선 신재생에너지전시관
▲ 2해맞이공원에 있는 캠핑장(캡슐하우스)
▲ 해맞이공원의 풍력발전기

 

해맞이공원에서 산길을 따라 오르면 ‘쉭 쉭’ 숨소리를 내며 거대한 바람개비들이 돌아가는데, 영덕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명물, 풍력발전단지다. 기둥 높이 80미터에 이르는 풍력발전기 24기가 그려내는 이색 풍경화에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근래 들어 대체 에너지로 떠오른 이 풍력발전기(바람개비)는 영덕군이 1년간 쓸 수 있을 만큼 어마어마한 전기를 생산해낸다고 한다. 이 풍력발전기가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창포리 일대 야산은 거의 민둥산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곳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마지막 전투장면을 찍은 곳이기도 하다. 해맞이공원에는 이밖에도 신재생에너지전시관, 캠핑장(캡슐하우스) 등 볼거리가 쏠쏠하다. 신재생에너지전시관에서는 태양열, 수력, 풍력, 지열, 수소 등 다양한 신재생에너지를 만날 수 있다.

 

▲ 축산항

▶푸른 대게의 길을 따라가다

해맞이공원에서 해안길(일명 ‘푸른 대게의 길’)을 따라 줄곧 가다보면 작고 아담한 마을(대탄, 석동, 경정, 염장 등)이 연이어 나타난다. 넘실대는 파도를 바로 곁에서 느낄 수 있는 해안 절벽길이다. 경치가 그럴듯한 마을에 들러 싱싱한 해산물로 끼니를 때우는 것도 좋을 듯하다. 건조대에 널어둔 오징어, 꽁치, 명태 등이 바닷바람에 말라가는 풍경은 어촌 특유의 정감과 함께 입맛을 다시게 한다. 특히 경정리 차유마을은 영덕대게 원조마을로 유명하다. 마을 한쪽에 서 있는 ‘대게 원조마을’이란 비석이 눈길을 끈다. 낚시도구를 챙겨왔다면 갯바위에 걸터앉아 손맛을 보는 것도 괜찮을 듯. 돔, 놀래미, 광어, 우럭 등이 주로 잡힌다. 이른 아침 시간이라면 해돋이는 덤이다.

 

▲ 축산항에서 가까운 대진 앞바다

 

그렇게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다 다다른 축산항. 고깃배들 주위로 갈매기떼가 몰려들어 수채화 같은 정경을 보여주고 있다. 축산은 그 모양이 소가 누워 있는 것 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나라에 미항이 어디 한 두 곳일까만 이곳도 몇 손가락 안에 들만큼 아름답다. 얼핏 저 남해의 미조항을 떠올리게 한다. 축산항은 예부터 피항지로서의 역할도 충실해 해왔다. 기상특보가 내려지면 각종 선박들은 이곳 축산항으로 들어와 날씨가 좋아지길 기다린다. 축산항이 최고의 피항지로 자리잡은 건 항구를 감싸고 있는 여러 산 덕분이다. 북풍을 막아주는 와우산과 서풍을 막아주는 대소산, 그리고 항구 앞에 마파람(남풍)을 막아주는 죽도산(竹島山)이 있기 때문이다. 죽도산 꼭대기의 전망대에 서면 축산항과 그 주변 마을이 한 눈에 바라보이고 저 멀리 봉수대도 볼 수 있다. 축산항 방파제는 낚시 포인트로도 좋다. 감성돔, 뱅어돔, 학꽁치 등이 잡혀 올라온다.

 

▲ 괴시리마을의 구계댁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마을

축산항을 벗어난 해안도로는 영해면 대진마을을 거쳐 고래불해변으로 이어진다. 축산항에서 괴시리를 지나 고래불까지는 8㎞. ‘목은 사색의 길’로 명명된 이 길은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추억의 길이기도 하다. 고래불은 괴시리에서 태어난 목은(牧隱) 이색 선생이 마을 앞바다에서 고래가 하얀 분수를 뿜으며 놀고 있는 모습을 보고 붙인 지명으로, 여기서 ‘불’은 ‘뻘’의 옛 어원이다. 목은 선생(1328-1396년)은 포은 정몽주, 야은 길재와 함께 고려 3은(三隱)으로 불린다. 그는 ‘목은집’에서 “영덕의 경치가 동방에서 가장 으뜸”이라며 “건강할 때 땅을 갈고, 집을 짓고, 해돋이의 빛을 한번 마셔야겠네”라며 고향을 찬미했다.

 

▲ 괴시리전통마을의 흙담길
▲ 무안박씨 무의공파종택
▲ 신돌석 생가
▲ 인량리 전통마을의 갈암고택

 

영양 남씨가 400여 년간 집성촌을 이뤄온 괴시리 전통마을에는 영양남씨 괴시파 종택, 대남댁, 해촌고택, 물소와고택, 천전댁, 주곡댁, 경주댁, 구계댁, 대운종택 등 200년 안팎의 역사를 간직한 20여 채의 고가들이 즐비하다. 괴시리라는 마을 이름은 목은 이색 선생께서 중국 사신으로 다녀와서 이곳의 지형이 중국의 ‘괴시’와 흡사하다 하여 지었다고 전한다. 괴시리마을에서 5km 정도 떨어진 인량리에도 전통마을 여러 채가 있다. 인근에 있는 신돌석 장군 생가터와 기념관(축산면 도곡리)에도 들러보자. 신돌석 장군은 1896년부터 1908년까지 약 12년간 영덕, 청송, 영양, 울진 등지의 여러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구한말 의병대장이다. 신 장군에 대한 각종 자료를 모아둔 기념관을 비롯해 충의사, 동  서재, 내  외삼문 등이 나란히 배치돼 있다.

 

여행팁(지역번호 054)

♦가는 길=경부고속도로 경주 나들목-강동-28번 국도-포항 흥해-7번 국도-영덕, 중앙고속도로 서안동 나들목-안동-청송 진보-지품면 오십천-영덕(강구항). 호남 쪽에서 갈 경우 88고속도로를 타고 대구를 거쳐 경부고속도로를 이용, 경주 · 포항을 거쳐 가면 된다. 청송 · 안동 등 내륙지역에서는 34번 국도를 타고 동해안 쪽으로 가면 영덕으로 갈 수 있다. 새로 뚫린 상주 영덕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서울(동서울터미널)에서 영덕행 직행버스 하루 9회 운행. 강릉 울진 포항 대구 부산 안동 구미 울산에서 영덕행 버스 수시 운행. 영덕읍에서 강구항까지 10분 간격으로 군내버스가 다닌다.

♦숙박=해맞이공원 주변에 경치 아름다운 펜션이 많다. 해오름펜션(734-1159), 창포곶펜션(733-7851) 등. 강구항 쪽에도 솔잎바다펜션(733-2749), 바다소리펜션(732-1575) 등이 있다.

♦맛집=강구항, 축산항, 대진항 주변에 대게탕과 찜을 내놓는 식당이 많다. 대게종가(733-3838), 대게궁(010-9945-7964), 이가대게(733-5556), 청송식당(733-4155), 큰바다대게회식당(732-4009) 등. 대게를 쪄서 택배로 보내주기도 한다. 택배비는 본인 부담.

<여행작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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