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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운명의 시계 ‘째깍째깍’ 봄고개 넘을까

한국GM 철수 논란 막후 김범석 기자lslj5261@weeklyseoul.netl승인2018.02.26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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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올림픽이라는 큰 축제를 치렀지만 한국 경제엔 여전히 먹구름이 끼어 있다. 한국 GM의 회생 여부를 가르는 운명의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정부 지원의 잣대가 될 한국GM에 대한 실사와 미국 GM 본사의 신차 배정, 한국GM 노사 협상 등 굵직한 이슈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산업은행은 조만간 한국GM에 대한 정밀실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부와 GM 측이 ‘빠른 실사’에 합의한 만큼 늦어도 4월 중에는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한국 경제의 또 다른 분기점이 될 한국 GM의 운명을 전망해 봤다.

 

 

한국GM의 철수 논란은 과연 어디로 이어질까.

실사의 전제조건은 ‘투명성’과 ‘신의성실’이라는 원칙이지만 실제 성사 여부를 놓고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GM 측이 고금리 대출과 납품가격, 과도한 연구개발 비용 관련 자료를 제대로 내놓지 않을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 GM은 매출채권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면서 금리 인하를 약속했다가 지키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는 GM 측에 신의성실 원칙에 따른 충실한 실사, 구속력 있는 자료제출 요청권 추진, 제출 자료 부실로 협상 결렬 시 GM의 책임 명시 등을 실사 합의서에 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물밑으로 경영정상화 방안을 논의하는 ‘쌍두마차 전략’을 사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관계자는 “실사가 끝나면 그간 협상 내용과 실사를 토대로 한국GM의 지속가능한 경영 정상화 방안과 정부 지원 범위 등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GM 측에 출자 전환 및 차등 감자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GM은 본사 차입금 27억 달러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산은도 지분비율(17.02%)만큼 참여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정부 ‘출자 전환’ 등 요구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일단 회의적이다. 대신 GM이 대주주 지분을 소수주주 지분보다 더 많이 희석시키는 차등 감자를 하면 출자 전환에 따른 산은 지분율 희석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산은은 STX조선해양과 금호산업, 동부제철 구조조정 때도 대주주 지분은 100대 1, 소수주주 지분은 4대 1로 차등 감자한 경험이 있다.

‘신차 배정’도 관건이 될 전망이다. GM 본사는 3월경 글로벌 각 사업장에 어떤 차종을 얼마나 생산하도록 배정할지를 확정할 예정이다.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 부문 사장은 최근 국회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과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 등 신차 2종을 한국GM에 배정할 뜻을 밝혔다.

GM이 자구안의 하나로 제시한 ‘28억 달러 신규투자’도 사실상 이 2개 차종 생산을 위한 투자를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실제로 2개 차종이 배정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한국GM의 임단협 결과가 분기점이 될 수 있다. 미국 본사는 인건비 등 비용 절감을 신차 배정의 협상 조건으로 걸고 있다.

한국GM 노조 측은 “군산지역과 청와대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라며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전했다.

정치권의 ‘간섭’도 중요 변수다.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지역경제 침체에 따른 표심 이탈 등을 우려해 ‘군산 공장 재가동’을 정부에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GM은 군산뿐 아니라 창원공장도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추가 구조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윈-윈’ 가능할까

일단 업계에선 장기전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2009∼2010년 진행된 산은과 미국GM본사 간 줄다리기도 그 예다.

전문가들은 장기 생산물량 배정 등 물러설 수 없는 조건을 미리 설정해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한국GM 노조의 양보도 필요할 수 있다.

산은 등에 따르면 이번 실사는 최대 2∼3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최대한 기간을 줄일 계획이지만 실사 범위 등을 두고 충돌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GM이 한국GM에 고금리 대출을 해줬는지 등이 쟁점인데 그간 GM은 자료 제출을 거부해 왔다.

일단 GM에 끌려다녀선 안 된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지만 상황은 만만치 않다. GM은 산은에서 빌린 돈이 없어 산은이 쓸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세계 각국에서 사업을 벌여온 GM에 대해 “멀리 내다보는 고단수”라고 표현했다.

산은과 GM의 줄다리기는 2009년 6월 GM본사 파산 때도 불거졌었다. 당시 GM은 GM대우에 대한 지원을 요구했고, 산은은 장기 생산물량 보장 등이 필요하다고 갈등을 빚었다.

산은은 2010년 6월 GM 측의 민유성 당시 산업은행장과의 면담 요청을 거절하는 등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1개월 단위로 GM의 1조원대 대출금 만기를 연장해가며 압박했다.

2010년 12월 산은과 GM은 결국 협상을 마치고 장기 발전을 위한 기본합의서를 발표했다. 민 전 행장은 한 인터뷰에서 “서로 ‘윈-윈’이었다”고 회고했지만 일각에선 아쉬움도 적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우선 한국 공장에 장기 생산물량 보장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GM이 철수해도 한국GM이 자체 개발한 기술은 일정 기간 사용할 수 있도록 했었지만, 소형차 기술만 남아있는 현재로선 별 이득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당시 GM이 협상 타결 직전 1조원대 대출금 상환 결정을 내리면서 산은의 협상력이 떨어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현재 GM이 한국 시장에서 전면 철수하려면 3∼4년이 걸리는 만큼 정부가 성급하게 끌려다닐 필요는 없다고 예기한다. 정치 논리로 지원 등을 결정하고, 과정만 실사나 협상 절차를 진행하는 식은 절대 지양해야 한다는 얘기다.

신차 물량 배정은 기본이고, 국내 공장에서의 전기차 생산 요구, 기한 없는 비토권 행사 권리 등을 요구할 수 있는 등 몽니를 부릴 경우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

한국GM 문제는 여러모로 호주와 닮아 있다. 철수설이 불거지자 GM이 이를 적극 부인하고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6월 지방선거 등 주요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일자리 정책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점도 그렇다.

그 동안 GM은 현지 시장이 수익성이 있는지 테스트해보고 돈이 안 된다고 판단하면 가차 없이 철수하는 행태를 보였다. 2013부터 2017년까지 이런 전략을 통해 호주 러시아 인도 유럽 등에서 5만 5000명을 구조조정했다.

GM의 파고를 만난 한국 경제가 봄바람을 타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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