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만의 남북정상회담

4월 말 불어올 ‘한반도 훈풍’이 평화시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오는 4월 27일 개최되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의 판문점 정상회담은 북핵 문제로 냉각된 동북아 정세를 일시에 바꿀 수 있는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측에선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비롯 대북특별사절단이었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대표단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측에서도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의 이름이 거론될 만큼 남북 모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운명의 시간이 될 4월 남북정상회담을 전망해 봤다.

 

 

‘운명의 전환점’은 마련됐다.

최근 남북은 고위급 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비롯 한반도 평화정착과 남북관계 발전 등 4․27 남북정상회담의 포괄적 의제를 중심으로 실무적인 협의를 해 나가기로 했다.

이 의제들은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이 천명한 ‘신 베를린 선언’에서 그 윤곽을 찾을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당시는 북한 핵․미사일 도발이 절정을 향해 치닫던 시점이었다.

문 대통령은 여기서 한반도 비핵화 추구와 평화체제 구상을 담았다. 북핵 문제와 평화체제에 대한 포괄적 접근으로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평화협정 체결을 추진하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의지였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2000년과 2007년에 이어 11년 만에 열리는 세번째 남북정상회담이다. 장소도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개최된다. 남북 대표들은 최근 정상회담 날짜 등 3개 항의 공동보도문에 합의하며 그 신호탄을 올렸다.

아직 의전, 경호, 언론 등 구체적인 실무회담이 남아있지만 상당 부분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북특사단이 북한과 합의했던 남북 정상 간 핫라인 설치를 위한 통신 실무 회담도 별도로 추진될 예정이다.

리선권 북측 수석대표는 “길지 않은 기간 필요한 준비를 위해 서로 마음을 합치고 긴밀히 협력하여야 할 것”이라며 전보다 적극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북미 정상회담 등 한반도를 둘러싸고 분주하게 움직일 외교의 장에서 남북정상회담은 분위기를 좌우하는 첫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를 통한 평화협정 체결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제안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담판을 짓고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게 급선무다.
 

단계적 로드맵 VS 일괄 타결

문 대통령은 지난해 신베를린 선언에서 “핵 문제와 평화협정을 포함해 남북한의 모든 관심사를 대화 테이블에 올려놓고 한반도 평화와 남북협력을 위한 논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북한 체제 안전을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제시하며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와 평화체제 구축, 북한의 안보․경제적 우려 해소, 북․미관계 및 북․일관계 개선 등 한반도와 동북아의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해 나가겠다”고 큰 구상을 밝혔다.

문 대통령의 비핵화 구상은 김 위원장의 그것과도 크게 다르지 않아 눈길을 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 동결에서 핵 폐기에 이를 때까지 여러 단계에서 서로가 ‘행동 대 행동’으로 교환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로드맵을 제시했다.

김 위원장 역시 북중 정상회담에서 “한․미가 선의로 우리의 노력에 응해 평화 안정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우선 넘어야 할 산은 미국이 ‘선 핵폐기, 후 보상’을 골자로 한 일괄타결을 선호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과거 리비아의 핵 시설 등을 미국으로 가져간 뒤, 경제적 보상과 미․리비아 관계개선 등의 조치를 취한 바 있어 비슷한 방식이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런 방식을 고수한다면 남북이 어려움에 부딪힐 수도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반면 완전한 비핵화가 담보되면 획기적인 남북관계 개선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은 누차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겠다”며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종전과 함께 관련국이 참여하는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말해 왔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종전과 평화협정 체결까지 염두에 둔 모습이다.

보다 구체적인 안으로는 남북 평화공존의 제도화를 통한 점진적 통일과 남․북․미 3국이 참여하는 종전 및 평화선언, 비핵화에 따른 대북 경제 지원과 경제공동체 건설 등이 거론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 합의문에 기존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 골자를 포함시켜 국회 비준도 받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대선 공약이었던 ‘남북기본협정’ 혹은 ‘남북기본합의서’ 체결도 가능하다.

남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 1월 9일 이후 지금까지 3개월이 채 안 되는 기간이었지만 ‘시작이 반’이란 말 이상의 좋은 성과가 많았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북쪽 대표단장도 “80여일 동안에 일찍이 북남 관계에서는 한번도 있어본 적이 없는 그런 사변적인 일이 많이 생겼다”며 “같이 마음과 뜻을 맞추고 노력과 힘을 합쳤기 때문에, 평창을 비롯해서 민족사에 남을 만한 그런 기록들이 옳게 이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비슷한 시기는 ‘전쟁 위기설’이 나올 만큼 한반도 분위기가 차갑게 얼어붙던 시점이었다. 평창올림픽이 화해무드로 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엔 북미정상회담이 이어질만큼 국제 정세도 바쁘게 움직이는 중이다.

한반도 비핵화, 평화 정착, 남북관계 발전 등 중요한 이슈를 다룰 남북정상회담이 어떤 보따리를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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