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개혁 ‘삼각 편대’, 고강도 개혁 바람 신호탄
재벌개혁 ‘삼각 편대’, 고강도 개혁 바람 신호탄
  • 김범석 기자
  • 승인 2018.04.03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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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으로 돌아온 저승사자

“저승사자는 오해”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재계의 긴장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취임으로 참여연대 간판 얼굴들이 모두 전면에 나서게 됐기 때문이다. 최근 김 원장이 12대 금융감독원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그는 참여연대 시절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도 “금감원이 금융감독기구로서 권위가 흔들리고 있다”고 고강도 개혁을 암시했다. 금감원 임직원들의 외부자가 아닌 조력자로서 새로운 개혁에 나서겠다는 김 원장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기식 시대의 도래와 함께 다가올 금융개혁의 앞날을 살펴봤다.

 

 

역대 금감원장 중 가장 파격적인 인사 중 하나다.

참여연대와 국회의원 시절 금융당국에 날선 비판을 가했던 김 원장은 금융권의 ‘저승사자’로 불렸다. 이제는 ‘외부자’가 아닌 ‘파수꾼’이자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강조한다.

김원장은 과거 금감원의 금융규제 방향과 관련 재벌압박과 규제 강화에 무게를 뒀다. 금융권에선 대기업 계열사가 많은 제2금융권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속도 조절은 있겠지만 결국은 대대적인 개혁에 무게가 실리게 될 것이란 얘기다. 김 원장은 이 같은 우려를 진화라도 하듯 “일방적인 규제 강화론자로 잘못 알려져 있지만, 실제론 자본시장 규제 부분을 상당히 완화시킨 부분도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어 “참여연대 소속이나 야당의원으로서 해야 할 역할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지금은 금감원장에 맞는 역할이 있다. 거기에 맞는 일을 수행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과거와는 다른 역할’

김 원장은 자신의 청사진과 관련 “금융감독에 있어 조화와 균형이 유지되도록 하겠다”며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 그리고 건전성 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간에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감독기구의 위상을 온전히 유지할 수 있는 길”이라고 밝혔다.

정책기관과 감독기관의 역할은 분명히 다른만큼 금융감독의 원칙이 정치적, 정책적 고려에 의해 왜곡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게 그의 의지다.

김 원장의 취임을 전후에 관련 업계에선 긴급 내부점검에 들어가는등 부산한 모습이었다. 보험업계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김 원장은 과거 의원 시절인 2014년 국정감사에서 “보험사 갑의 횡포가 심각하다”고 지적한바 있다. 국내 보험사들이 고객들로부터 제기된 민원은 듣지 않고, 보험금 지급은 정해진 기간을 넘기는 등 주객전도의 횡포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김 원장은 당시 “금감원은 보험금 지급기간이 많이 지연되는 보험사들에 대해 ‘소비자보호’ 차원에서 관리감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소비자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제도를 개선해야한다”고 말했다.

카드업계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의원 시절 영세·중소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 개정안은 소액결제 비중을 고려할 때 우대수수료율 적용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가맹점과 영세·중소가맹점에서 졸업한지 2년 이내 가맹점에 금융위원회에서 별도로 정한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김 원장은 이와 관련 “생계형 자영업자들의 수수료 부담 감소라는 정책 목표를 실질적으로 달성하려면 영세중소가맹점에 대한 우대수수료율 적용 이외에 이들 가맹점에 대한 추가적인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바 있다.

대부업체 역시 긴장감이 적지 않다. 김 원장은 과거 이와 관련 “궁극적으로 금융기관의 최고 이자율을 10%대로 제한해야한다”며 “카드사 등이 연간 수천억원의 이익을 내면서 20%대 후반의 고금리를 받고 있는 것을 방치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금융권에 만연한 과도한 마케팅과 갑의 횡포가 집중적으로 감독을 받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게 관계자의 말이다.

 

문 ‘고공 지지율’ 여전

김 원장의 취임은 과거 참여연대 핵심 인사들의 ‘삼각편대’ 완성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이미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문재인 정부의 선봉에서 활동하고 있다. 참여연대 출신 '재벌 저격수' 3인방이 한꺼번에 나서면 개혁 바람에 버틸 수 있는 분야가 별로 없을 것이란 얘기까지 나온다.

재벌 개혁을 강조해온 세 사람이 경제·금융 핵심 보직을 차지하게 되면서 업계엔 기대감반 우려감반의 분위기다.

재벌 저격수, 금융 저승사자로 불리던 인물이 금융시장을 감독하는 금감원장 자리에 오른 것은 파격적인 인사다. 더구나 그는 정치인 출신 첫 금감원장이자 역대 최연소 원장이다.

김 원장은 지난 대선과 인수위 과정에서 금융 공약·정책을 진두지휘했다. 금융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제2금융권까지 확대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현재의 스튜어드십코드의 전신인 소액주주 운동 등이 모두 김 원장의 손에서 나왔다.

2014년 의원 시절엔 참여연대와 손을 잡고 2010년 신한 사태 때 라응찬 전 회장과 신한은행이 불법계좌추적 등을 했다고 폭로하며 라 전 회장과 신한은행을 고발한 경험도 있다.

‘장하성-김상조-김기식' 라인업은 재벌개혁에 대해 강조해온 문재인 대통령의 가장 믿을만한 인적 구조로 꼽힌다. 더구나 현재의 높은 지지율은 본격적인 경제개혁을 시작하는데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서 장하성 실장이 컨트롤타워를 맡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재계, 김기식 금감원장은 금융계 개혁 작업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주 타깃은 삼성으로 집중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한 만큼 이제는 삼성으로 이목이 집중될 것이란 전망이다.

김 원장의 과거 ‘모피아’라고 비판했던 금융 관료들의 인사를 어떻게 할지도 관심을 모은다. 그는 의원 시절 “모피아가 경징계 봐주기 결정을 주도했다”며 비판한 바 있다.

금융권의 저승사자로 돌아온 김 원장이 향후 행보에서 금융 개혁 로드맵을 어떻게 펼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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