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비채

요 네스뵈가 해리 홀레 시리즈의 여섯 번째 작품과 함께 돌아왔다. 《리디머》는 《데빌스 스타》의 직후 이야기이자 한국 독자가 가장 사랑한 《스노우맨》의 직전 이야기로, 마침내 맨 처음《박쥐》부터 《팬텀》까지, 시리즈 넘버링이 완성되었다. 순서대로 독파하고 싶어 해리와의 만남을 미뤄온 독자는 이제 ‘정주행’을 시작해도 좋겠다.

전세계 천만 독자를 사로잡은 《스노우맨》을 비롯한 ‘해리 홀레 시리즈’를 통해 웰메이드 북유럽 스릴러의 서늘한 매력을 보여준 요 네스뵈. 《리디머》는 그가 선보이는 시리즈 여섯 번째 이야기이다. 오슬로 경찰청 최고의 형사이자 최악의 인간 해리 홀레는 자신을 유일하게 옹호해주던 상관 묄레르가 물러난 뒤, 새로 부임한 후임과 사사건건 갈등을 빚는다. 그러던 어느 날,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구세군이 주최한 거리 콘서트에서 구세군 장교 한 명이 총에 맞아 죽는 사건이 벌어진다. 수사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구세군과 관계된 사람이 연속적으로 살해당하고, 해리는 이 비극의 씨앗이 오래전에 잉태되었음을 깨닫기 시작하는데…

물들듯이 조금씩 스며들어 쌓이다가 단숨에 폭발하는 여러 겹의 치밀한 플롯, 철저한 사전 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완성된 생동감, 사소한 캐릭터에도 입체적인 스토리를 부여하는 치밀함, 사회와 인간에 대한 문제 의식에서 비롯된 비극적이면서도 울림 있는 메시지 등 《리디머》는 작품마다 진화하는 요 네스뵈의 저력을 보란 듯이 증명한다. 독자는 왜 전세계가 이 노르웨이 작가에게 열광하는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될 것이다.

작가 스스로 “이전 작품의 장점을 한데 모았다”라고 자평했을 만큼, 《리디머》에는 ‘오슬로 삼부작’을 통해 요 네스뵈가 보여준 강점이자 개성이 유감없이 발휘되어 있다. 《레드브레스트》의 역사소설적 면모, 《네메시스》의 다중 트릭과 반전, 《데빌스 스타》의 하드보일드 스타일과 숨 가쁜 액션이 한 권에 모두 담긴 것. 동시에, 한국 독자에게 가장 사랑받은 《스노우맨》의 직전 이야기, 즉 ‘프리퀄’로 보아도 좋다는 점이 관심을 끈다.

《리디머》는 웰메이드 스릴러인 한편, 인간 해리 홀레의 휴먼 드라마로도 읽힌다.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 또한 당신을 들여다본다”라는 말처럼, 반복되는 상처와 배신으로 차츰 악에 물들어가는 안티 히어로 해리 홀레. ‘프린스’에게 처절한 최후를 선사했지만 아끼던 후배 엘렌 옐텐이 죽었고, 경찰청에서는 배척당한다. 《리디머》에서도 해리의 고난은 변함없다. 무엇보다 그가 완전히 마음의 문을 닫고 고독으로 잠겨드는 계기, 스스로 자기만의 ‘구원’을 찾아가는 과정이 촘촘히 그려져 읽는 이의 눈과 마음을 모두 사로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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