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정치권 후폭풍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전긍긍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에 또 다시 난제가 등장했다. 이번엔 당의 얼굴마담인 홍준표 대표가 주인공이어서 더욱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남북정상회담 후폭풍은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인 민주당의 지지율을 다시 상승세로 만들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80-90%대의 호의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 홍 대표는 이 상황에서 강경한 전략을 택했다. 연일 남북정상회담과 관련 날선 비판을 내놓고 있다. 그러자 이번에는 한국당 후보들이 홍 대표와 거리를 두는 ‘이상징후’까지 발생했다. 골이 깊어지고 있는 한국당 내 반홍 분위기를 살펴봤다.

 

 

“이 정도면 차기 대선은 포기한 것 아닌가 싶다.”

정치권 관계자는 홍 대표의 최근 행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남북 문제는 보수, 진보를 떠나 그동안 중요한 이슈였다. 홍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까지 멈추지 않자 이에 대한 내부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홍 대표는 최근 경남지역 필승 결의대회에서 “요즘 제가 북한과 남한에서 집중적인 표적이 돼 공격을 받고 있다”며 “이 정도 되면 남과 북에서 홍준표가 제일 유명한 인물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 여론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포악한 독재자가 한 번 웃었다고 신뢰도가 77%까지 올라가는 걸 보면 다음 대통령은 아마 김정은이 되려고 하나보다”며 “세상이 미쳐가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을 향해서도 “나라 경제가 이렇게 추락하고 있는데 자기 가족은 돌보지 않고 이웃집 강도만 보살피는 게 가장이냐”고 정조준했다. 홍 대표의 마이웨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북의 노동신문, 남의 어용언론,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일주 잔박들까지 뭉쳐 자신을 헐뜯고 비난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홍 대표의 말실수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 따라하기라는 해석도 없지 않았지만 이처럼 강도 높게 발언한 것은 이례적이라는게 정치권의 평가다.

 

‘인신공격’ 난무

홍 대표가 이처럼 남북 분위기에 연일 찬물을 끼얹자 바빠진 것은 다른 지도부와 지방선거 후보들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홍 대표에 대한 지나친 인신공격은 자제해주기 바란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반발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국민의 일반적인 생각에서 너무 동떨어지면 지지받기가 어렵다”며 “조금 더 깊이 생각하고 말씀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홍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며 “남북정상회담 관련 무책임한 발언으로 국민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몰상식한 발언이 당을 더 어렵게 만들어 가고 있다. 정신 차려야 한다”고 일침을 날렸다.

민주당 김경후 후보와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김태호 전 경남지사도 선긋기에 나섰다. 홍대표와의 차별화 작업을 본격화하면서 ‘홍 색깔 지우기’에 안간힘이다.

김 전 지사는 “경남도내 모든 초중고교에 전면적인 무상급식을 확대 시행하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이는 홍 대표의 과거 입장과 다른 노선이다.

당 내에선 갈등 분위기가 고조되자 ‘역할 분담론’이 나오기도 한다. 홍문표 사무총장은 홍 대표에 대한 유정복 인천시장,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의 비판 발언에 대해 “당 대표가 이런 정도 말씀을 한 데 대해 당내에서 이해도 하고 해야 할 텐데 그걸 되받아쳐서 그런 표현을 쓴 것은 유감”이라고 수습에 나섰다.

그는 또 "후보들은 좋은 얘기만 하고, 우리 당의 입장은 누가 대표해서 옳고 그른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가"라며 홍 대표를 두둔했다.

하지만 당 내부에선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정치권 인사는 “지금은 홍 대표에 대한 비판이 연이어지고 있지만 가장 무서운 것은 어느 순간 관심이 사라지는 것”이라며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홍 대표의 입지가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8 남북정상회담 이후 논란의 중심으로 떠 오른 홍 대표가 지방선거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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