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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달구지 덜컹대는…“아이, 어리굴젓 드시러들 와유∼”

<김초록 여행스케치> 산, 들, 바다가 아름다운 서산의 초여름 김초록 기자lmaster@weeklyseoul.netl승인2018.05.18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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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미읍성의 민가가 소박하다

충남 서산땅은 우리 역사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그 중에서도 해미(海味)는 역사의 편린이 진하게 남아 있는 곳이다. 서산 간척사업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배가 들어왔던 해안으로 내포땅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서산에서 홍성으로 가는 29번 국도를 따라 15분쯤 달리면 해미면 소재지에 이르게 되는데, 이곳에는 돌로 쌓은 해미읍성이 자리하고 있다. 조선 태종 때인 1407년에 토성으로 쌓았던 것을 80년 후인 1491년(성종 22년)에 돌로 다시 쌓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성 둘레에 탱자나무를 돌려 심어 탱자성이라고도 했다.

 

▲ 해미읍성 한쪽에 서 있는 호야나무
▲ 해미읍성의 성곽길

 

성곽을 따라 한 바퀴 돌다보면 그 당시 우리 선조들의 생활상을 어렴풋이 엿볼 수 있다. 높이 4미터, 둘레가 2km쯤 되는 성 둘레에는 동, 서, 남쪽에 문을 한 개씩 달고 2개의 포문과 성 안에는 동헌과 아문이 남아 있다. 정문인 진남루와 아문 사이에는 대원군 때 천주교 신자들을 처형했던 순교 기념비가 서 있다.

 

▲ 해미읍성의 옥사, 천주교 신자들이 죽임을 당한 곳이다.

 

조선 말기 천주교 박해 당시 충청도 각 지역에서 수많은 신자들이 이곳으로 잡혀와 고문을 받고 죽음을 당했다. 1866년 병인박해 당시 순교한 숫자를 1000여 명이었다고 기록하고 있지만, 그 이전인 1790년대부터 희생된 사람을 모두 합하면 3000명에 달한다는 주장도 있다. 성내 광장에는 대원군 집정 당시 체포된 천주교도들이 갇혀 있던 감옥터와 나뭇가지에 매달려 모진 고초를 당했던 노거수 회화나무가 아픈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 해미읍성은 천주교인뿐만 아니라 역사를 배우고 느끼려는 이들에게 아주 친숙한 곳이다.

 

 

▲ 개심사의 심검당 건물이 고풍스럽다

마음이 열리는 고즈넉한 절집

해미에서 신창리 쪽 647번 국도를 따라 7km쯤 가면 푸근함이 온몸을 감싸는 개심사(開心寺)가 나온다. 이름 그대로 마음이 열리는 절이다. 야산 초지와 저수지를 옆에 끼고 달리는 길은 조붓하다. 껑충한 소나무들이 길동무가 돼 주는 절에 이르는 산길은 아늑한 느낌을 준다. 세심동(洗心洞)이라 씌어 있는 절 들머리의 표석을 바라보며 돌계단을 따라 800미터 정도 쉬엄쉬엄 올라가면 왼쪽으로 아담한 연못이 반긴다. 경지(鏡池)라 이름 붙은 네모반듯한 연못에는 외나무다리가 놓여 있다. 일주문인 해탈문과 상왕산개심사(象王山開心寺)란 현판이 걸려 있는 안양루, 보물로 지정된 대웅보전과 심검당(尋劍堂)이 옛 멋을 한껏 풍긴다. 안양루는 다섯 칸의 기다란 건물로 마루에는 큼직한 북이 놓여 있고, 천장에는 푸른색의 목어가 매달려 있다.

 

▲ 경지라 불리는 개심사의 연못

 

근세의 명필 해강 김규진이 쓴 象王山開心寺란 현판은 예서체 특유의 힘을 느끼게 해준다. 대웅전 서쪽에 자리한 심검당은 휘어진 나무의 자연스러움을 그대로 살려내 눈길을 끈다. 이렇게 휘어진 나무 기둥은 종루나 다른 별채에서도 볼 수 있는데 일부러 다듬지 않고 그대로 쓴 게 오히려 안정감을 준다고 해야 할까.

 

 

▲ 보원사지터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백제의 미소

개심사에서 나와 동북(당진 서산 방향)쪽으로 20여 분 가면 운산면 소재지인 고풍저수지를 지나 용현리에 이르게 된다. 백제의 미소로 불리는 서산마애삼존불(국보 제84호)이 있는 곳이다. 계곡을 건너 절벽길을 5분쯤 오르면 벼랑 바위에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는 서산마애삼존불이 보인다. 햇빛이 비치는 방향에 따라 달라진다는 마애삼존불의 미소는 아무도 그 신비를 풀 수 없는 수수께끼이다. 연꽃잎 대좌(臺座) 위에 서 있는 여래입상은 전체 얼굴 윤곽이 둥글고 풍만하여 백제 불상 특유의 자비로운 멋을 풍긴다. 머리에 관(冠)을 쓰고 있는 오른쪽의 보살입상과 왼쪽의 반가사유상 역시 눈과 입에 지긋이 미소를 머금고 있다.

 

▲ 서산마애삼존불의 자비로운 미소
▲ 용현자연휴양림

 

마애삼존불에서 내려와 계곡길을 거슬러 오른다. 한때 1000여 명의 승려가 머물렀다는 보원사지터로 가는 길이다. 당간지주(보물 103호)와 오층석탑(보물 104호), 석조(보물 102호)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옛 절터는 그 규모를 짐작하기 어렵다. 쌀을 씻은 뜨물이 내를 이루었고 먼 마을에서 그 냇물을 끓여 마실 정도로 절이 컸다는 일화가 있다. 보원사지가 있는 강댕이골은 띄엄띄엄 농가가 들어서 있고, 마을 앞으로는 냇물이 흘러간다. 강댕이골 용현계곡 끝에는 산림문화휴양관, 산막, 숲속교실 등을 갖춘 용현자연휴양림이 있다. 가야산 줄기인 수정봉과 옥양봉 능선 사이에 있는 휴양림은 계곡물이 깨끗하고 참나무류가 울창해 지친 심신을 달래기 그만이다.

보원사지에서 나오면 길은 서산목장으로 이어진다. 광활하게 펼쳐진 초지는 이국적인 풍광이 물씬 풍긴다. 제주의 오름을 연상케 하는 야트막한 언덕들이 어깨를 맞대고 있는데,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떼와 가없이 펼쳐진 푸른 하늘은 청신하기 그지없다.

 

 

▲ 개심사 들머리의 신창저수지
▲ 이른 저녁무렵의 간월도 앞바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산바람

서산에서 태안 쪽으로 가다 649번 길을 바꿔 타면 어리굴젓 산지인 간월도로 가게 된다. 간월도에는 철새 도래지인 간월호를 비롯해 바닷물이 빠지면 건너갈 수 있는 간월암과 암자 언덕빼기에 숲을 이룬 곰솔, 각종 해산물과 일몰이 아름다운 창리포구, 중왕포구 등 볼거리가 많다. 창리포구에서 서산 시내 쪽 지방도로를 15분쯤 거슬러 오르면 부석사를 알리는 표지판을 만나게 된다. 부석면 취평리 도비산 중턱에 있는 이 절은 신라 문무왕 17년(677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하고 조선 초 무학대사가 중수한 전통사찰이다. 경내에는 극락전, 안양루, 심검당, 무량수각이 있다. 절 옆으로 난 임도를 따라 도비산에 오르면 전망이 시원하다. 두 눈 가득 들어오는 서해바다와 싱그런 녹색 들판이 막힌 가슴을 뻥 뚫어준다.

 

▲ 간월암
▲ 간월도에 서 있는 어리굴젓탑
▲ 도비산에서 본 서산 들녘
▲ 의상대사가 창건한 부석사
▲ 중왕리 개펄

 

부석사에서 나오면 길은 팔봉면을 지나 지곡면-대산읍으로 이어진다. 팔봉면 양길리에 우뚝 솟은 팔봉산(361미터)은 낮고 작은 산이지만 울창한 소나무숲과 바위, 그리고 서해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등산 애호가들의 발길이 꾸준하다. 지곡면 중왕리는 갯벌과 포구가 있는 아늑한 갯마을로 낚시객들의 발길이 잦은 곳이다. 중왕리와 이웃한 도성리도 포구와 갯벌이 어우러진 마을로 오염되지 않은 개펄에서 낙지 잡고 조개 캐면서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이다.

 

▲ 창리 포구

서산의 숨은 섬과 포구

대산읍 소재지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웅도는 바닷물이 빠지면 들어갈 수 있는 섬이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곰이 웅크리고 있는 모양새라고 해서 웅도라 불린다. 조선시대 문신 김자점이 귀향길에 머물렀다 해서 더욱 알려진 이 작은 섬은 아침 첫 물이 열릴 때 들어가서 저녁나절에 나오는 것이 좋다. 웅도 앞바다는 드넓은 갯벌이다. 웅도 사람들은 이 개펄에서 바지락이며 새조개, 파래 등을 무진장 캐낸다. 소달구지를 끌고 아득히 펼쳐진 뻘길을 누비고 다니는 모습은 이곳에서만 대할 수 있는 진풍경이다. 방문할 때는 물때를 미리 알아보고 가는 것이 좋다. 웅도는 네 개(장골마을, 큰골마을, 큰마을, 동편마을)의 마을로 나뉘어 있다. 국립해양조사원(www.khoa.go.kr)에서 물때를 알려준다.

 

▲ 생동감 넘치는 벌말 포구
▲ 평화로운 웅도 마을
▲ 웅도는 하루 2번 물이 빠져야 들어갈 수 있다.

 

웅도에서 나와 한적한 길로 한 10㎞쯤 달리면 벌말포구가 나타난다. 벌천포라 불리는 이곳은 가로림만과 서해가 만나는 꼭지점에 있는 작은 포구로 서산에서는 유일한 벌천포해수욕장을 끼고 있다. 작고 아담한 벌천포해수욕장은 맑은 물과 조약돌이 깔려 있어 가족 단위 피서지로 아주 좋다. 때가 맞는다면 포구 입구의 천일염전에서 소금 거두는 풍경도 구경할 수 있다.

벌천포에서 가까운 지곡면 언덕에는 조선 전기의 화가 안견을 기리기 위해 만든 안견 기념관이 있다. 안견의 작품 <사시팔경도(四時八景圖)>, <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 <적벽도(赤壁圖)> 등 18점의 모사품을 전시하고 있다. 대산석유화학단지가 있는 벌천포 독곶리 해안에 솟은 황금산에도 올라가볼만하다. 조망이 아주 멋있다. 인근의 대산읍 운산리 회포마을은 녹색체험마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계절별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회포마을 홈페이지(http://hoepo.invil.org/) 참조.

 

▲ 유람선이 떠나는 삼길포항
▲ 벌말포구 들머리의 염전

 

귀로에 삼길포항에 들러보는 것도 좋겠다. 수십 척의 고깃배들이 정박해 있는 포구와 그 앞으로 펼쳐진 쪽빛 바다는 지중해 연안에 와 있는 것처럼 이국적이다. 바다에서 갓 잡아온 해산물을 배에서 직접 사먹을 수 있으며 시간이 남는다면 유람선을 타고 인근 섬들을 돌아보는 기회도 만들어보자. 새롭게 선을 보인 방파제 등대는 LED 경관 조명등을 설치해 야간에 등대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푸른색 ,녹색, 붉은색이 교대로 변해 아름다운 빛을 연출한다.

또한 삼길포항 왼쪽 경사진 골목길로 5분쯤 올라가면 해발 166미터의 삼길산이 기다린다. 제법 가파른 등산로를 5분 남짓 오르면 산 정상에 세워진 야트막한 봉수전망대가 나타난다. 여기서 바라보는 주변 풍광이 무척 아름답다. 삼길포항을 비롯해 멀리 당진으로 이어지는 대호방조제와 대산항, 대산석유화학단지, 북쪽으로는 대난지도, 소난지도, 비경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점점이 흩어져 저 남해의 다도해에 와 있는 듯한 감흥을 일으킨다.

 

▲ 해안선이 아름다운 벌천포 해변
▲ 서산 들녘이 내려다보이는 도비산 전망대

 

여행쪽지(지역번호 041)

▶가는 길=서해안고속도로 서산IC나 해미IC, 홍성IC로 빠지면 각 방면으로 쉽게 갈 수 있다. 이정표가 잘 돼 있어 찾아가는데 별 무리가 없다.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서산행 버스가 다닌다. 서산에서 해미읍성, 간월도, 마애삼존불 등으로 떠나는 버스가 수시로 있다. 서해안고속도로 서산나들목→32번 국도→서산→77번 국도→지곡면→대산읍사무소→500m→웅도 분교장 표지판(좌회전)→5km→웅도, 서해안고속도로 송악나들목→석문방조제→대호방조제→삼길포→대산읍→오지리→벌말포구(해수욕장). 대산과 서산에서 웅도까지 하루 세 차례 시내버스 운행. 서산문화관광 홈페이지(www.seosantour.net) 참조. 서산시티투어를 이용하면 서산 관내 여행지를 편리하게 둘러볼 수 있다. 서산시청 정문 앞에서 매주 토/일요일에 출발한다.

▶맛집=서산은 어리굴젓과 꽃게, 생강, 육쪽마늘, 간척지 쌀이 유명하다. 간월도에 횟집과 영양굴밥을 파는 맛집들이 몰려있다. 해우리횟집(664-9812), 전망좋은횟집(662-4464), 맛동산(669-1910), 큰마을영양굴밥(662-2706) 등. 영양굴밥은 굴과 호두, 콩, 밤, 대추 등 12가지 잡곡을 섞어 지어 맛이 각별하다. 싱싱한 회를 맛보려면 서산 끝머리 삼길포항으로 가면 된다. 선창가 어선들이 배위에서 직접 회를 떠서 파는데 보통 우럭이 1㎏에 1만3000원, 놀래미는 1만5000원 정도다. 회를 떠서 인근 식당에 가져가면 매운탕도 끓여준다.

▶숙박=간월도, 삼길포항 주변에 바다 조망이 아름다운 펜션이 많다. 노을펜션(662-5218), 역마차펜션(010-4164-7676), 희가정펜션(010-3664-7730), 포졸란펜션(668-1124), 동백펜션(665-0385)등

<여행작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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