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 박석무

어느 날 공자가 제자 안연(顔淵)과 계로(季路)와 함께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제자들에게 각자의 원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말하라고 했습니다. 제자들이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것을 말하고는 선생에게 물었습니다. “선생님의 뜻도 알고 싶습니다”라고 말하자, 공자가 답했습니다. 공자는 자신의 소원이 세 가지라면서 말합니다. “늙은이는 편안하게 해드리고, 벗은 미덥게 해주고, 젊은이는 안아주고 싶다(老者安之 朋友信之 少者懷之)”. 천하의 성인(聖人)으로 인류의 스승이던 공자의 소박한 소원이 참으로 간략했습니다.

이런 경문(經文)을 읽은 다산은 그동안의 여러 해석들을 참고하여 공자의 말씀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또 간략하게 부연 설명합니다. “노인들을 봉양하여 편안하게 해드리고(安之以養), 벗에게는 신의로써 미덥게 해주고(信之以信), 젊은이는 사랑으로 품어주는 것이다(懷之以愛)”라고 설명합니다. 온 인류를 구제하여 평천하(平天下), 온 세상을 평화로운 세계로 만들려는 욕심을 지닌 공자였지만, 행할 수 있는 소박한 일부터 자신이 해야 할 임무로 여겼으니, 얼마나 겸손하고 실질적인 생각을 지닌 분이었는가요.

오늘날 인류의 가장 절실한 꿈은 세상의 모든 나라를 복지국가로 만드는 일입니다. 공자의 마음에는 못다 이룩한 복지국가를 실현하려는 꿈이 가득하였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힘없고 연약한 노인들, 힘도 없지만 소득도 없는 노인들은 누군가가 돌봐주고 봉양해주지 않으면 살아가기 힘든 사회적 약자들입니다. 이들을 봉양해서 편안한 노후를 살아가도록 하는 일, 지금 21세기에 해야 할 당연한 일을 2,500년 전에 공자가 원하고 있었습니다. 일자리가 없어 자살이나 꿈꾸는 사람이 오늘의 젊은이들입니다. 이들은 사회적 약자가 아니면서도 사회적 약자로 전락해 있는 것이 오늘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이들이 올바르고 정당하게 살아가도록 사랑으로 보살피는 일이 공자의 뜻이었으니, 지금에도 그대로 맞아떨어집니다.

문제는 벗들이 자신을 믿어주도록 해야만 붕우유신(朋友有信)이라는 유교적 가치가 실현되기 때문에 공자는 벗이 믿게 해주는 것이 자신의 소원이라고 말했습니다. 다산이 인용한 말에 “벗이 믿게 해주는 일은 자기가 속이지 않는 것으로써 벗을 대우하는 것이다(朋友信己 待之以不欺也)”라고 말하여 자기를 믿게 하려면 남을 속이지 않을 때에만 가능한 일이어서, 벗과 벗 사이에는 속임이 없어야 한다는 말을 인용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속임이 없는 세상이라야 믿음이 살아나는 세상이 되는데, 오늘의 세상은 온통 남을 속이는 일로 가득 찬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남이 믿게 하려면 ‘속이지 않음(不欺)’이 대원칙인데, 그러려면 거짓말부터 하지 않아야 합니다. 거짓말이 아니면 존재가 불가능한 오늘의 세상,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돈이 많은 사람일수록, 똑똑하면 똑똑할수록 거짓말로 삶을 유지해가는 오늘, 어떻게 해야 남들이 믿어주는 세상이 오게 할 수 있을까요. 대통령을 지낸 사람들조차 믿어주지 않는 말만 늘어놓고 있으니, 공자님이 살아계시면 얼마나 화를 내실까요.(『논어』의 「공야장」에 나오고 다산의 글은 『논어고금주』에 나온다)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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