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과 반전의 드라마

충격과 반전의 연속이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6월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는 롤러코스터 같은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우여곡절 속에 회담 분위기는 급반전됐지만 남은 시간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 중재자 역할을 맡은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도 분주한 모습이다. 2차 남북정상회담이 비공개로 열릴 만큼 분위기는 여전히 살얼음판 같다. 시시각각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북·미정상회담은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1차 남북정상회담이 화기애애하게 끝나면서 분위기는 최고조에 올랐다. 하지만 지난 5월 24일부터 26일까지 한반도에서 벌어진 드라마는 흡사 구한말의 그것을 보는 것처럼 우려와 환희가 반복됐다. 72시간 동안 일어난 변화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만큼 숨가쁜 것이었다.

24일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 “다음 기회에 만나자”며 취소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루 전날 북·미 정상회담 성공을 위한 한·미 정상회담이 이뤄진 터여서 충격은 더욱 컸다.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 상황에서 청와대는 비공개로 2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했고 북한과 미국의 물밑 접촉은 더욱 분주하게 이뤄졌다.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북측에 통보한 트럼프 대통령의 카드는 전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식 서한을 통해 “슬프게도 북한의 최근 성명에서 나타난 엄청난 분노와 공개적인 적대감에 근거해 보자면 이 시점에서는 오랫동안 계획됐던 회담을 갖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여겨진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양측 모두를 위해 싱가포르 회담이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의사를 이 편지를 통해 갈음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곧바로 긴급회의를 개최했고 분위기는 암울해졌다. “실낱같은 희망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적으로 해 나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북한은 이미 미국인 억류자 3인을 석방하고 풍계리 핵실험장까지 폐기한 상황이었다. 일각에선 북한이 강경하게 반발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북한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다”며 수위를 조절했다. 이른바 ‘트럼프 방식’에 대해서도 “쌍방의 우려를 다같이 해소하고 우리의 요구조건에도 부합되며 문제해결의 실질적작용을 하는 현명한 방안이 되기를 은근히 기대하기도 했다”고 얘기했다.

 

종전선언-평화협정

예상 밖의 낮은 수위에 트럼프 대통령도 “따뜻하고 생산적인 성명”이라고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좋은 소식”이라며 “이것이 우리를 어떤 상황으로 이끌고 갈지는 곧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무산됐다고 여겨졌던 북·미 정상회담이 하루 만에 다시 재점화하는 순간이었다.

반전은 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으로 정점을 찍었다. 철저히 보안이 지켜지면서 정상회담은 모두 끝난뒤에야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먼저 격의없이 만나자는 의사를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에게 전달했고, 김 부장이 이를 서훈 국정원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 대통령은 2차 회담 다음날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북·미 두 정상은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며 “회담도 잘 되리라 기대한다”고 긍정적인 소식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회담 불가를 언급한 언론 보도를 직접 인용하면서 ‘오보’라고 방점을 찍었다.

전문가들은 승부사 기질이 강한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격랑의 회오리를 만들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쟁과 평화에 관한 인류의 역사를 새로 쓰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쉽게 이뤄질 수 없다”며 “굉장히 압축된 시간에 이뤄지기 때문에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다소의 어려움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일이 일어났다”며 “이 과정에서 2차 남북정상회담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대화가 필요하면, 언제, 어디서든 만날 수 있게 된 남북 정상 간의 신뢰 관계는 앞으로 한반도 평화의 봄을 여는 데 그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는 든든한 밑천이 될 것”이라고 분위기를 강조했다.

남은 북·미 회담까지는 아직도 험난한 시간을 거쳐야 한다. 북핵 문제가 표면적인 핵심 이슈지만 청와대에선 ‘3자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계속해서 남·북·미 3자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거듭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할 경우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통해서 종전선언이 추진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평화 협정이 최종적인 목표지만 우선은 종전선언이 현실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이 경제적으로 위대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숨가쁜 상황 속에서 힘겹게 열리는 6월 북·미 정상회담이 어떤 보따리를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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