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금수저’ 신분제도 고착, 신분세습과 자본세습으로 신분상승 불가능”
“‘흙수저-금수저’ 신분제도 고착, 신분세습과 자본세습으로 신분상승 불가능”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8.06.06 11: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층인터뷰> 정태인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 소장-2회

<1회에서 이어집니다.>

▲ 정태인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 소장

 

- 노동 정책도 후퇴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1분기 통계를 보면, 고용상황은 악화되지 않았다. 단, 노동시간이 상당히 의미 있게 줄었다. 밤샘 영업하던 업소들이 밤샘영업을 하지 않게 됐다. 사실 밤샘영업이 별로 돈이 되지 않았다. 전기세 등을 따지면 남는 게 없다. 전기료가 워낙 저렴했기 때문에 여태까지 그래왔다. 노동시간이 줄면 이런 현상들이 나타나게 된다. 에너지 절감 면에서도 좋다. 이에 대한 부작용은 아직은 없다. 노동정책이 후퇴했다는 것도 최저임금 산입문제 때문이다. 최저임금에 보너스와 식대를 포함한 것이 문제가 됐다. 과거에는 기본급을 올려 임금상승이 됐는데, 지금처럼 최저임금에 보너스를 산입하면 절반은 보너스라는 얘기다.

 

- 내수가 문제인데.

▲ 현 단계에서 소비가 줄어들었다고 보기 어렵다. 올해 경제성장이 3%를 기록할 전망이고 소비도 나름의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소비여력이 점점 줄어든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써야 할 한계소비성향도 아주 낮은 상태다. 하층민은 쓰고 싶어도 소비할 돈이 없다. 전체적으로 최저임금이 올랐다 해도 빚 갚는데 쓰거나 임대료로 모두 소진된다. 특히 중하위층의 소비가 늘어날 여지도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반면에 휴가철이면 인천공항에 몰리는 10% 상류층 500만 명은 해외로 나가 달러를 소비하고 있다. 내수는 빈혈, 외수는 활황이다.

 

- 청년실업이 심각하다. 일자리 문제는 출구가 보이질 않는데.

▲ 청년실업은 전 세계적인 문제다. 한국은 그 속도가 가장 빠르다. 특히 노동소득 불평등이 가장 심화됐다. 임금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1990년대 초까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가 크지 않았다. 현대자동차와 1차 하청업체 임금차이는 70~80%였지만, 지금은 50%까지 벌어졌다. 현대자동차를 나와서 중소기업에 갈 수 없다. 현대차 노조원들은 퇴직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가려한다. 있는 동안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젊은이들도 처음부터 대기업에 가고 싶어 하지 중소기업에 가려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대기업이나 공기업, 전문직 분야는 15%에 불과하다. 지금은 70~80%가 대학에 다닌다. 대학등록금도 엄청 비싸다. 매년 60~70% 졸업생이 그 15%에 들어가려 한다. 10년이면 엄청난 적체가 쌓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자본소득과 노동소득 간 격차와 노동소득 내 격차를 줄이지 않으면 청년실업 문제의 해결은 어렵다. 청년 눈높이가 높은 게 아니라 시급격차 때문이다.

 

- 내 집 마련도 불가능한 사회가 됐다.

▲ 정부도 그동안 말뿐이었다. 채찍보다 당근만 내준 꼴이 됐다. 서울의 일부지역에서 부동산가격이 빠르게 하락조짐을 보이고 있긴 하다.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서서히 떨어지는 것이다. 급락은 좋은 현상이 아니다. 집값이 서서히 떨어지게 할 방법은 있다. 종합부동산세 증세예고를 미리 하면 매물이 시장에 나온다. 한꺼번에 매물이 쏟아져 나오면 정부가 사들여 공공임대로 전환하면 된다. 매입기금은 국민연금기금을 써도 좋다. 국민연금이 어차피 노인복지용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재경부가 종합부동산세 정책을 발표했는데, 과거 노무현 정부 때는 보수언론에게 폭격을 당했다. 상위 2% 계층만 내는 세금인데도 마치 중산층들이 내야 하는 것처럼 반대 목소리가 컸다. 지금은 70%가 찬성이다. 부동산은 금융과 직결돼 폭락 가능성이 높다. 폭락하면 금융위기가 오니까 건설로 경제성장을 억지로 높이려는 유혹이 강하다. 갈수록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한 사회가 됐다. 월급과 집값 격차도 옛날에 비해 거의 서너 배 차이가 난다. 200만원 월급쟁이가 한 푼도 쓰지 않고 20년을 모아봤자 집 한 채 값도 안 된다.

 

- ‘문재인케어’가 논란이다. 의사들이 적극 반대하고 있다.

▲ 지금까지 의료관행은 의사보다 병원이 문제였다. 병원은 환자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돈을 벌어왔다. 보험수가에 따라 돈이 더 되고 덜 되고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진료별행위수가제도라는 게 있다. 진료행위가 많을수록 더 많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한마디로 환자 수가 곧 돈이다. 여기에 골몰했다. 또 하나는 비급여행위라는 게 있다. 병원에는 고가의 의료장비가 많다. 우리나라는 자본장비가 세계 최고다. 환자 1인당 대형의료장비가 제일 많다. MRI(자기공명장치)와 CT가 대표적이다. 이들 장비는 보험적용이 안 되기 때문에 모두 환자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병원의 주 수입원인 고가의료장비로 고비용 의료행위를 해왔다. 첨단 의료장비들은 보험이 안 된다. 보험적용 여부는 건강심사평가원이 병원의료행위의 적절성을 따져 판단해준다. 이 부분에 대해 의사들의 불만이 많다. 문재인케어의 핵심은 비급여 진료항목을 대폭 줄인 것이다. MRI도 보험적용이 되도록 바꿨다. 병원의 주 수입원이던 효자종목 MRI 하나가 줄어버린 것이다. 의사들이 이 문제를 놓고 반대할 수는 있다. 오히려 보험수가제도를 손질하거나, 의료보험료를 얼마나 올릴지 진지한 대책이 있었어야 했다. 파업을 세게 했지만 국민의 지지를 전혀 받지 못했다.

 

- 소득 불평등 문제도 심각하다.

▲ 1990년대 초반까지 소득 면에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평등한 나라였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0년이 지난 짧은 기간에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가 됐다. ‘압축불평등’을 겪고 있고, 체감지수도 매우 높다. 아이들에게는 부동산이 불평등을 느끼게 하는 주된 요인이 됐다. 과거에는 부동산을 통해 불로소득을 했어도 사회적으로 신분 이동이 가능했다. 과거의 어르신 세대만 해도 자신이 노력하면 신분상승이 가능했다. 지금은 올라가는 계단이 사라졌다. 거의 절망적이다. 지금의 90% 후세대들도 이동이 불가능하다. ‘흙수저-금수저’가 신분제도가 돼버렸다. 신분이 세습되듯 자본도 세습되고 있다. 한국은 세습속도도 아주 빠르다.

 

-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달라지고 있다. 남북 경협도 굉장히 주요한 화두가 됐는데.

▲ 김대중 정부 당시 2003~2005년 청와대 동북아위원회 기조실장으로 있었을 때, 남북협력문제를 많이 다뤘다. 개성공단 설립에 첫 삽을 뜬 때가 2003년 5월이었고, 필요한 관련제도를 만드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남북철도 연결도 대통령에게 보고했지만, 사실 북한철도 현대화는 단기간에 끝날 일이 아니다. 2005년 당시 북한철도 속도는 시속 30km 정도였다. 연결만 중요한 게 아니다. 기차가 달리려면 노후화 된 철도 전체를 개보수해야 한다. 인프라 구축에는 시간이 걸린다. 다만 경제관련 법률제도는 살아있다. 개성공단 운영을 10년 하면서 쌓은 사적소유 보장과 노동문제 등이 상당히 잘 정리되어 있다. 북한의 경제특구가 25개인데 한국보다 많다. 특구도 지역마다 환경과 성격이 다르다. 특성에 맞는 산업보완정책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2차로 개성공단이 확장되면, 북한기업과 외국기업도 들어가야 진정한 국제수준급 ‘클러스터’(Cluster, 산업단지)가 될 수 있다. 1차로 개성공단에 들어갔던 우리기업은 클러스터급이 아니다. 단순히 북한의 저임노동을 이용한 진출이었다. 그렇다고 북한 자재를 쓴 것도 아니다. 진짜 2단계 클러스터가 완성되면 삼성, LG 등 대기업과 북한기업이 연합해 합작기업을 만들어 국제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여기에 유럽과 미국 등 외국기업이 들어오면 ‘외자특구’(外資特區)로 거듭나게 된다. 물론 시간이 걸릴 것이다. 차후 남북경협이 국가사업으로 진행되겠지만, 경협은 빨리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차근차근 풀어가야 한다.

 

- 남북 경협, 어떤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보나.

▲ 대안을 존중하고 북한이 어떻게 경제개발을 하려는가와 어떤 개념을 가지고 있는지를 면밀하게 지켜봐야 한다. 청와대 동북아위원회에 있을 때도 북한과의 경협 계획을 많이 세워봤지만 과연 북한의 경제상황을 잘 알고 수립한 것이었던가,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다. 북한 경제문제를 좀 더 연구하고 북한 관련 전문가나 학자들과 토론을 하면서 경협 자체를 협동적 차원에서의 장기계획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우리 입장에서 만들면 안 된다. 북한은 처음부터 과거 소련이나 동구권처럼 ‘빅뱅’ 식의 시장개방을 하진 않을 것이다. 베트남이나 중국식으로 갈 것이 확실하다. 농업부문에서 사유지를 확대하거나 민간 기업을 만들어 낸 다음 개혁개방을 하는 쪽이다. 이런 단계에 맞춰 남북경협이 순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 문제는 속도인 것 같다. 개성공단은 당장 재가동에 들어가도 문제가 없지 않은가.

▲ 개성공단은 지금 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전까지도 개성공단은 열려 있었다. 2003년 북한에 갔을 때, 원래는 2차 개성공단도 계획되어 있었고 삼성이나 현대가 들어오면 평양 바로 밑 진남포까지 넓혀주겠다고 했다. 개성공단이 유일하게 돌아가는 경제특구다. 나진-선봉도 이미 중국에게 거의 넘어간 것 같다. 나진-선봉은 원래 일본자본이었다. 중국에게는 이곳이 안보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태평양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항구지역이다. 지금은 남중국해로 돌아 다시 올라가야 한다. 그렇기에 이곳을 장악하는 게 경제적으로 이익일 뿐 아니라 군사적인 면에서 아주 중요하다. 이대로 가면 북한은 중국의 경제식민지가 될 수도 있다. 지하자원도 대부분 중국에 수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서 북한 땅 일부도 중국에게 넘겨줘야 하는 부분도 있다. 하루빨리 남한과 북한의 관계가 완전히 풀어져야 한다. <3회로 이어집니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