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여백

“미세먼지 위험에 대한 국민 인식이나 불안감 세계 최고”

<심층인터뷰> 안종주 한국사회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1회 한성욱 선임기자lse3399@weeklyseoul.netl승인2018.06.13 11:24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초미세먼지가 1년에 1만 2000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뇌졸증의 원인으로도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초미세먼지는 WHO(세계보건기구)가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한 물질이다. 국내 연평균 미세먼지농도는 국제기준 10마이크로그램의 두 배가 넘는다. ‘라돈 침대’ 파문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공기보다 9배 무거운 라돈(Radon)은 폐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세먼지와 라돈 등 잇따른 환경 문제가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불안하다. 잇따른 환경 문제가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있지만, 당국의 속 시원한 대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미세먼지가 그렇고 최근엔 ‘라돈 침대’가 그렇다. 방사성 물질을 관할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사후약방문식 대처도 불신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위험이나 위기 등 재난에 대한 대처는 초기부터 아주 투명하고 정확해야 한다. 원안위는 핵물질 규제와 감시를 통해 국민의 핵공포를 막아주는 국내 최고기관이다. 그럼에도 불신을 산다면 국가차원에서 불행한 일이다. 앞으로 원전사고나 핵폐기물 처분 과정에서 안전문제가 발생했을 때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 안종주 한국사회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안종주 한국사회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지적이다. 당국이 환경정책을 소홀히 한 사이 안전 공포(Safety Phobia)가 온 사회를 뒤덮었다. 라돈이 어디서 생성되고, 어떻게 오염시키는지 정부도 국민도 기업인도 몰랐다. 환경부와 원안위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안종주 위원은 “정부가 라돈 문제를 간간이 조사했지만 침대규제만 쏙 뺐다. 원안위는 생활제품에 대한 피폭기준을 연간 1밀리 시버트로 정했다. 그 이하는 안전제품으로 허가해 유통시켰다. 하지만 방사성 물질에 ‘제로기준’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라돈 팔찌나 목걸이 등 작은 것만 조사했고, 진짜 주범인 라돈 침대는 건드리지 않았다. 잡범만 잡고 살인범은 놓친 셈이다.”

안종주 위원을 만나 미세먼지 문제와 라돈 침대, 지하수 오염, 방사성 식품, 환경안전 문제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다음은 심층인터뷰 전문이다.

 

- 석면 전문가이기도 하다. 요즘 관련 활동은 어떻게 하고 있나.

▲ 대구 중앙교육연수원에서 석면강의를 하고 있고, 일반 학교에도 출강을 한다. 올 여름 동안에는 학부모를 위한 석면교육도 할 예정이다. 환경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커지면서 암을 유발하는 물질인 석면에 대한 교육이 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초등학교 교실이 석면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에서 아이들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환경안전과 국민안전에 대한 특단의 정부대책이 필요하다.

 

- 갈수록 환경이 위태로워지고 있다. 특히 미세먼지는 고질적인 문제가 됐는데.

▲ 미세먼지의 발생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국내요인이 있고 국외요인도 있다. 국내적으론 석탄화력발전소가 가장 큰 원인이고, 각종 공장에서 나오는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등도 원인이 된다. 노후한 경유차와 디젤차, 휘발유차들도 오염원이다. LPG차에서도 여러 오염물질이 나오지만 상대적으로 오염수치가 낮다. 타이어 마찰열에 의한 오염과 건축이나 토목 공사장도 원인이다. 국외요인을 보면, 지난 번 편서풍을 타고 온 미세먼지는 중국의 급속한 공업화 때문이었다. 오염물질과 함께 황사까지 날아와 한반도를 뒤덮었다. 북한도 남한에 영향을 준다. 특히 중국의 경우 심할 때는 국내 미세먼지의 70~80%를 차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평균적으론 50% 정도를 차지한다. 적을 때는 20~30%다. 미세먼지 연구는 아직까지 완벽하지 않다. 한국과 중국의 학자들이 연구를 하고 있다.

 

- 다른 요인도 있지 않나.

▲ 이외에 고등어나 삼겹살을 구울 때 나오는 연기도 미세먼지 유발원인이 될 수 있다. 한 때 이런 연기가 미세먼지의 모든 요인이 되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한 적이 있었다. 고기나 생선구이 연기로 미세먼지 문제를 덮으려 했다. 연기는 일반 가정집에서 요리할 때도 나올 수 있다. 노천 소각할 때도 나오는 등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미세먼지는 경유차 운행을 중지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하면 일정량 줄일 수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봄철에는 노후한 석탄발전소 등의 가동을 아예 중단했다. 석탄 화력 대신 전기나 태양광, 풍력 등을 통해 미세먼지를 줄여가고 있다. 에너지 사용과 미세먼지 발생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앞으로도 더 적극적인 에너지전환정책이 필요하다.

 

- 미세먼지 문제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겹친다.

▲ 미세먼지는 가난한 사람이나 잘 사는 사람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상대적으로 돈이 많은 사람들은 집안에 공기청정기를 여러 대 구비해서 어느 정도 미세먼지를 저감시킬 수 있다. 반면에 돈이 없는 사람은 100만원 정도하는 고가의 공기청정기를 장만하기 어렵다. 또 학교라든지 개인주택에서 공기청정기를 사용한다고 해도 미세먼지를 완벽하게 잡아주지 못한다. 공기청정기는 1~2m 근방까지는 정화할 수 있지만, 20여 미터 멀리 떨어진 곳의 공기까지 강력하게 빨아들여 정화하지는 못한다.

 

- 중국의 경우 미세먼지가 많이 줄었다는데.

▲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은 베이징 뿐만 아니라, 전국 대도시와 공업단지에서 나오는 미세먼지가 워낙 심각해서 눈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중국 정부는 국민건강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대적으로 오염물질과 미세먼지를 줄이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그렇게 해서 미세먼지를 많이 줄였지만, 국제기준과 건강기준을 토대로 볼 때 ‘아주 좋아졌다’는 뜻은 아니다. 과거에 비해 ‘조금 나아졌다’로 봐야한다. 우리나라도 1980년대 공기오염과 미세먼지로 악명을 떨쳤다. 공장의 황산화물과 자동차 매연 등 오염왕국이었다. 지금은 오염물질 제거기술이 세계 최고다. 휘발유 유해성분 제거기술로 오염원을 줄이는데 성공했다. 그럼에도 자동차 보급이 급증하면서 환경오염이 일상화됐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가 오면서 국민들의 환경에 대한 눈높이가 달라졌다. 환경 기대치가 과거와 다르다. 1990년대까지는 공업화시대였기때문에 국민들도 어쩔 수 없이 눈감아줬지만, 이제는 참지 못한다. 선진국과 거의 똑같은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의 위험인식이나 불안감은 세계 최고다.

 

- 좀더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면.

▲ 시민들에게 ‘당신이 지금 살면서 느끼는 가장 큰 위험이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원자력 사고도 있을 수 있고, 화학물질 유출 사고나 식품오염물질 등 많은 위험요소들이 있다. 그러나 항상 미세먼지가 1위로 꼽혔다. 미세먼지를 완벽하게 해결한 사람을 대통령이나 도지사, 시장, 국회의원으로 뽑겠다고 할 정도다. 그만큼 심각하게 느껴지고 있다는 얘기다. 미세먼지는 어느 특정한 계절에만 나타나지 않는다. 맑은 가을날만 빼고 1년 내내 나타나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데 많을 때는 눈앞의 건물을 보기 힘들 정도다. 호흡할 때도 답답하고 가래가 생기는 등 일상에서 피부로 느끼는 현실이 됐다. 위험물질을 온 몸으로 겪으며 살아가야 하는 셈이다.

 

-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나.

▲ 에너지 사용을 근본적으로 줄이는 정책이 시급하다. 미세먼지는 하루아침에 잡기 힘들다. 친환경에너지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할 때다. 산업이나 공업시스템을 다른 방식으로 완전히 바꿔야 한다. 심지어 우리 삶의 방식까지도 바꿔야 한다. 산업구조도 바꾸고 획기적인 에너지 효율화로 가야한다. 에너지는 덜 쓰고 효율은 높이는 에너지산업만이 미세먼지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이다. 굴뚝에서 나오는 황산화물이나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기술도 잘 활용해야 하지만, 국민들도 에너지사용을 줄이는 라이프스타일이 요구된다. 먼저 국가가 나서서 미세먼지를 잡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2회로 이어집니다.>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회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주)뉴텍미디어그룹  |  등록번호 : 서울다07108  |  등록일자 : 2005년 5월 6일
발행인 겸 편집인 : 정서룡  |  발행소 : 서울시 종로구 난계로 29길 27(숭인동) 동광 B/D 2층
전화 : 02-2232-1114  |  팩스 : 02-2234-8114  |  광고국장 : 황석용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리
Copyright ©2005 위클리서울. All rights reserved.   |  master@weeklyseou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