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1회용 ‘터미네이터 작물시대’에 살고 있어”
“우리는 지금 1회용 ‘터미네이터 작물시대’에 살고 있어”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8.06.2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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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변현단 '토종씨드림' 대표-2회

<1회에서 이어집니다.>

▲ 변현단 '토종씨드림' 대표

 

- 보관 중 변이(變異)는 없나.

▲ 종자보관은 안전한 보존기술이 관건이다. 저장된 종자의 수명은 온도와 습도에 달려있다. 일반적 종자는 영하 10℃∼영하 20℃에서 보관하고 습도는 25∼30%가 적당하다. 저장된 종자라도 한계수명에 도달하면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다. 이에 대비해 식물유전자원보존 국제조직인 국제식물유전자원위원회(IBPGR)가 종자별 저장온도 매뉴얼을 만들었다. 종자를 수십 년에서 100년 이상 장기 또는 영구보존을 위해 저장할 경우, 영하 10℃∼영하 20℃에서 하도록 하고 있다. 20년 보존과 수시활용을 위한 중기저장은 0∼5℃, 2~3년 보존과 임시사용 단기저장은 실온 또는 5℃로 구분했다. IBPGR는 종자 씨 장기저장 베이스센터를 구축해 모든 나라들이 협력해 미래 인류에게 식물유전자원을 전해주도록 하고 있다.

 

- 해외의 종자저장시설 현황은 어떤가.

▲ 세계에서 가장 큰 곳이 2008년에 만든 노르웨이의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Svalbard Global Seed Vault)다. 북극에서 11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세워졌다. 전 세계 식물종자 72만 여 품종이 보관돼 있다. 225억 품종의 종자보유가 가능하고, 450만 종의 작물품종을 각각 500개 생산할 수 있다. ‘스발바르 종자저장고’는 전 세계 종자들을 보관하는 은행역할과 보험역할을 수행한다. 갑작스런 종자멸종이나 손실을 방지하고 식물품종의 재활용을 위한 곳이다. 다음으로 2000년에 세워진 영국의 밀레니엄 종자은행(Millennium Seed Bank)에는 전 세계 희귀식물종자 3만7600가지 품종과 8만개의 씨앗이 보관돼 있다. 종자보존과 멸종위기종 복원을 위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식물보전프로젝트를 담당한다. 지구에 사는 희귀야생식물종 10% 이상 우선보존정책을 쓰고 있고, 2020년까지 종자형태 식물종 25% 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 국내 종자센터의 현황은.

▲ 정부도 종자저장에 신경을 쓰고 있다. 산림청의 종자창고는 산림자원의 씨앗보존이 목적이다. 일반 밭작물이나 농작물 등 작물자원의 보관은 하지 않는다. 농촌진흥청에도 유전자원센터가 있다. 저희가 토종밭작물과 토종농작물, 야생작물 등을 평소에 보관했다가, 성분분석이 필요해지면 유전자원센터에 기증한다. 그러면 3~4년 간 성분분석을 하게 된다. 토종자원으로서 가치성이 높게 평가되면 ‘리스트 업’한다. 저희 같은 민간단체들은 컨테이너 종자창고에 보관한다. 이런 씨들은 일반농사용 품종들이다. 이곳을 찾는 분들에게 씨를 나눠드리지만 씨를 보관하려면 저온창고가 필수적이다. 산 속이라 다른 집 저온창고를 빌려 씨를 보관한다. 지금은 저장시설이 좋아져서 저희처럼 자체 보관하는 곳도 많다.

 

-토종 씨앗도 종류가 무척 많을 텐데.

▲ 개인적으로 종자창고에 보유한 품종은 약 800품종이 넘는다. 그 중에 밭작물은 87품종이고 벼만 320품종이다. 국민들이 일상적으로 먹는 밭작물은 대략 60품종이다. 5800 품종을 보유한 ‘토종씨드림’은 씨앗박물관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토종 씨앗은 품종도 매우 다양하고 특성도 다르다. 밀만해도 앉은뱅이밀이나 참밀도 지역별로 특성이 다르다. 4년 전부터 밀 재배를 처음 시작했다. 농촌할머니로부터 밀 씨를 얻을 때 들은 특성과 이용방법을 떠올리며 농사를 짓는다. 그러다가 ‘이렇게 심으니까 또 괜찮네’하는 요령도 생긴다. 밀의 특성들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기록한다. 그렇게 3년 정도 지나면 밀 씨앗공급은 모두 완료된다.

 

- 씨종자 수집을 위해 전국을 다 돌아다닌 것인가.

▲ 아직까지 전국 곳곳을 모두 다닌 것은 아니다. 현재 17개 군과 시에서 씨를 수집해왔다. 작년 말에는 경남 거창을 돌았고, 작년과 올해에 이어 2년에 걸쳐 경기도 화성지역에서 수집활동을 해오고 있다. 조만간 경기도 양평과 강원도 홍천 지역을 방문할 예정이다. 전남 순천, 전북 진안과 고창 지역도 갈 것 같다. 씨 수집은 소수의 몇몇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이다. 씨앗을 보는 식견과 안목이 있어야 한다. 수집만 하는 것이 아니라 씨앗 증식작업도 해야 한다. 그래서 토종농민회에 씨앗증식을 맡긴다. 이곳은 전통방식을 통해 토종 씨로 농사짓는 전업농단체다. 재배경험이 많이 축적돼 있고 각 지역에 분산돼 있기 때문에 씨앗수집훈련을 시킨다.

 

- 수집하는데 요령이 있다면.

▲ 일단 어느 지역, 어느 장소에서 토종 씨앗이 나올만한가 감이 빨라야 한다. 농촌마을을 꾸준히 다니다보면 알게 된다. 소를 키우는 축산지역이나 기계농업을 하는 곳에는 토종 씨앗이 거의 없다. 전원주택지역도 씨가 없다. 농촌에서 토종 씨앗을 지켜온 분들은 대부분 할머니들이다. 조금 외진 곳이나, 조그만 텃밭을 혼자서 가꾸는 할머니들을 찾으면 토종 씨를 거의 보유하고 있다. 이분들이 토종 씨를 유지해왔고, 이 땅에서 씨앗갈무리를 해온 유일한 분들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할머니들의 공통점이 대부분 깔끔하다는 점이다. 지저분한 농가를 가보면 토종 씨앗을 찾기 어렵다. 씨앗 농을 하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씨를 채종하고 말리고 보관하려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씨앗을 마치 자기 자식처럼 갈무리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있다. 그래서 그 할머니들은 살림도 깔끔하고 자신도 깔끔하다.

 

- 토종 씨 얼마나 남아있나.

▲ 일제강점기 당시에 1425종의 벼 품종이 있었다.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벼 품종은 340품종뿐이다. 거의 사라진 상태다. 특히 작물품종이 많이 사라졌다. 남아 있는 품종도 그나마 맛 때문에 유지돼왔다. 식량종자로 부르는 잡곡이나 수수, 조, 율무, 겉보리, 쌀보리, 녹두, 콩 등이 있다. 한국이 원산지인 콩은 신경을 많이 쓴다. 메주콩만 해도 농가마다 특성이 다르게 나타난다. 강원도 한아가리콩이나 성주 메주콩, 제주도 콩 등 종류가 상당히 많다. 녹두는 거의 개량종이 대부분인데, 토종녹두는 맛부터 다르다. 팥도 종류가 아주 많다. 적팥과 검정팥, 흰팥, 청팥 등이 있다. 할머니들이 가장 맛이 좋다는 알록달록한 개골팥도 있다. 팥 종류는 어느 정도 살아남아있다.

 

- ‘씨앗지도’가 나온다고 들었는데.

▲ 수집활동을 한지 10년 정도 됐다. 요즘 만나는 농촌마을 할머님들은 대부분 80대다. 토종  씨는 이분들이 간직하고 있다. 150농가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할머니들로부터 얻는 씨는 많으면 400~500품종 정도다. 비슷한 종자도 많지만 많은 양을 얻기가 힘들다. 6월말이면 씨앗조사가 끝난다. 그동안 모은 씨앗정보를 토대로 ‘전국씨앗지도’를 발간할 계획이다. 인터넷에도 오픈할 예정이고, 씨앗지도 업데이트 구현작업을 하고 있다. 개설되면 전국의 어떤 지역에 어떤 토종 씨앗이 있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토종 씨앗을 농민에게 전달할 때 전달기록을 모두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한다.

 

- 섬이 많은 도서지역의 씨앗은 어떤가.

▲ 한정적이지만 도서지방에도 토종 씨앗들이 있다. 그런데 의외로 많지 않다. 울릉도나 제주도같이 큰 섬들은 생태환경이 서로 다르다. 울릉도에서는 울릉감자가, 제주도에서는 제주감자 같은 특작물이 나온다. 이미 저희가 10종의 감자를 보급하고 있고, 저도 이번에 6종의 감자를 심었다. 제주도는 주로 토종보다 개량감자가 많다. 토종감자는 아직까지 발견된 게 없다. 토종 중에 제일 맛있는 것이 분홍빛깔을 띤 울릉감자다. 강화도감자도 분홍색인데 속이 약간 붉으면서 작고 길쭉하다.

 

- GMO(유전자조작식품) 문제가 심각하다.

▲ GMO에 찬성하는 전문가들은 실험쥐에서 간이 부었다는 것이 사실이냐를 놓고 논쟁만 있었고 검증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개량이라는 것은 고추와 고추끼리도 할 수 있다. 인간도 인간끼리 서로 교잡이 된다. 그러나 GMO는 곤충과 식물이 교잡할 수 있게 한다. 자연교잡에서는 완전히 불가능한 인위적 결합을 하는 것이다. 이는 분명히 자연계와 생명질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건강 면에서 간에 먼저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GMO 쥐 실험에서도 간이 붓고 혹이 생겼다. 쥐는 오래 못 살지만 인간수명은 80~100세다. 영향은 늦지만 20~30년 후에 나타날 수 있다. 여기에 GMO농산물만 있는 게 아니다. 시멘트 방사능부터 라돈, 농약 등 모든 것이 인간을 병들게 하는 원인들이다. 지금의 수많은 질병들은 먹거리와 환경오염, 스트레스, 운동부족 등으로 생긴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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