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정치가 진짜 문화인을 가짜 취급, 가짜가 진짜 행세”
“사이비정치가 진짜 문화인을 가짜 취급, 가짜가 진짜 행세”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8.07.03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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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이외수 작가-1회

기술은 배우면 되지만 예술은 배워서 되는 게 아니다. 기술은 머리로 하지만 예술은 가슴이 필요하다. 기술과 이성이 지배해온 물질시대, 예술은 아직 갈 길이 멀다. 특히 기나긴 군사정권체제를 거치면서 군대식 문화는 우리사회를 획일화시켰다. 창의와 인성을 죽였고 모방과 굴종을 강요했다. 독재정권은 어떻게 하든 국민들이 문화적, 철학적 사유를 하지 못하게 억압했다. 예술교육도 창조적 재능을 말살하고 있다. 모든 것을 머리로만 가르치려 한다. 가슴이 없다. 결국 경제만능의 천민자본사회가 되었고 문화후진국을 만들었다.

 

“부패한 정권에 맞서 추악한 사회문제들을 들춰내고 직언을 해왔다. 특히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많은 비판을 했다. 천안함 사건 때는 정권과 언론이 합세해 나를 옭아맸다. 박근혜 정권도 내게 문화계 ‘블랙리스트’ 올가미를 씌웠다. 소설도 못썼고, 모든 문화예술 활동을 금지 당했다.”

이외수 작가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을 씁쓸하게 떠올렸다. 정권의 억압으로 생계가 막혔고, 쌀이 떨어져 여기저기 돈을 꾸러 다녀야 했다. 이외수(李外秀). 그는 이름만큼이나 외부로부터 끊임없는 박해와 고난을 먹고 살아온 인물이다. 이름도 외가 집에서 출생해 바깥 외(外)자와 항렬자인 빼어날 수(秀)를 합해 이외수라 지어졌다. 어머니는 초등학교 교사였지만 그가 3살 때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는 직업군인으로 6.25전쟁에 참전해 화랑무공훈장을 받았다. 군인이던 부친을 따라 전학도 많이 했다. 그렇게 어릴 적부터 외풍이 많은 삶을 보내야 했다. 어린 시절 꿈은 화가였다. 미술대회 입상 경력도 있었지만, 스스로 재능이 부족하다고 생각, 소설로 돌아섰다.

 

▲ 이외수 작가

 

올해 72세. 그가 지난달 8일 남예종예술실용전문학교(이하 남예종) 학장에 취임했다. 이 작가는 취임식에서 “끼 많은 학생들의 재능발굴과 건국이념이자 교육이념인 홍익인간, 즉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는 동량으로서 세계에 이름을 널리 떨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또한 예술과 사랑, 깨달음 등 세 가지 신념을 통해 남예종을 실용예술의 전당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국인은 어느 민족도 따라올 수 없는 천부적 재능을 지닌 민족이라는 이 작가는 “우리민족의 정신적 뿌리는 신명(神明)과 신바람이다. 신바람은 신명과 연관된 신기(神氣) 비슷한 영적인 힘이다. 이번 월드컵 독일 전에서 태극전사들이 보여준 어마어마한 ‘신명’을 보라. 세계인도 놀랐고 거의 기적에 가까운 신명을 보여줬다”고 말한다.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남예종 9층 학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지금의 예술교육은 창의력과 재능을 죽이고 있다. 가슴이 없는 죽은 예술교육만 가르친다.”

예술과 홍익인간을 접합한 예술교육을 선언한 이 작가로부터 우리의 문화예술정책과 남북문화교류, 화천군 감성마을 등 여러 가지 사안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들어보는 자리를 만들었다. 다음은 심층인터뷰 전문이다. 인터뷰는 3회에 걸쳐 게재된다.

 

- 학장에 취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학생들 반응은 어떻고 소감이 어떤가.

▲ 한국인은 전 세계 어느 민족도 따라올 수 없는 천부적인 예능과 재능을 지닌 민족이다. 혼신의 힘을 다해 인재양성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학장으로서 학생들에게 스타가 되는 법을 가르치기보다 인간과 삶을 표현하는 스타를 키우겠다. 배우는 인간을 표현하는 직업이다. 삶에 대한 깊은 통찰과 감정 공감을 아는 진정한 배우 양성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이 중요하다. 늦게나마 문화예술발전에 기여할 기회를 갖게 되어 기쁘고 내게 더 없는 영광이다.

 

- 특별한 교육방식을 소개한다면.

▲ 배우는 무대에서 표현을 잘할 수 있어야 한다. 연극은 현장예술이다. 그런 끼를 살리기 위한 남예종의 교육방식은 역량을 키울 무대경험과 테크닉을 가르치는 융합형 커리큘럼을 채택하고 있다. 수업도 학생과 연기자, 스텝이 따로 없다. 각자가 때로는 관객이 되고 스텝이 된다. 현장능력 극대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모든 학생들의 필수코스인 남예종 아트홀 공연 ‘Weekly Live Acting’이 매주 열린다. 여기에 예술제 ‘Art Festival’, 학생과 교수가 연출하는 상업무대 ‘Commercial On Stage’, 그리고 단편영화 제작과 뮤지컬 ‘뮤리마스’ 공연이 진행된다. 제일 중요한 것이 있다면 캐스팅 특강이다. 배우는 캐스팅을 위한 자신만의 오디션 능력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 ‘재능과 끼’ 교육을 강조했는데.

▲ 기술은 배우면 되지만, 예술은 배워서 될 일이 아니다. 가르치기보다 동기유발이 중요하다. ‘실마리’ 동기교육과 함께 충동(Impact)과 열정(Passion)을 갖게 해줘야 한다. 예술적 시각으로 보면 지금의 예술교육은 잠재된 창의력과 재능을 소멸시키거나 오히려 약화시키고 있다. 너무 머리로만 하려한다. 예술은 이성보다 감성이 담긴 가슴의 예술이다. 머리로 알게 만드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게 하고 깨닫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 한국인이 신바람 민족이라고 했는데.

▲ 흔히 우리민족의 정신적 뿌리를 말할 때, 신명(神明)을 빼놓을 수 없다. 사람에게는 물질적 요소와 정신적 요소, 영적 요소 세 가지가 있다. 특히 한국인의 특질 중에는 어느 외국인도 이해할 수 없는 특이한 인자가 있다. 신바람이다. 신바람은 신명과 연관된 신기(神氣) 비슷한 영적인 힘을 말한다. 강력하고 신비한 능력을 발산하는 영적능력이다. 이번 월드컵 독일 전에서도 한국선수들의 어마어마한 ‘신명’을 봤다. 탈락했지만 독일 팀의 귀국을 어렵게 했다. 세계인이 납득하기 어렵고 놀랍고도 기적에 가까운 신명을 보여줬다. 한국은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적도 있었다.

 

▲ 본래 화가가 꿈이었던 이외수 학장이 제자의 기타에 원앙새 한쌍을 손수 그려주고 있다.

 

- 그런 DNA가 어떻게 형성됐다고 보나.

▲ 동서양을 막론하고 원시적 부족국가 때는 대개 태양을 신봉했다. 태양이 절대적 힘을 갖고 있다고 여겼다. 예술적인 것과 신앙적, 공간적인 모든 것을 태양이 주도한다고 믿었다. 제사장들이 태양에 가까이 가면 개인과 부족의 힘도 강성해진다는 강한 믿음이 지배했다. 제사장이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를 통괄했다. 부족이 다른 곳으로 이주할 때도 태양과 가까운 곳을 따라 이동했다. 이동 중에 타 부족과 싸우기도 하고 규합하면서도 태양과 멀어지지 않았다. 동쪽으로 가고 또 갔다. 태양과 가장 가까운 곳으로 여기며 정착한 곳이 한반도다. 태양을 향한 ‘제사장 DNA’가 한국인에게 내재되어 있다. 육신적, 정신적, 영적 기운이 강하다. 어떤 민족에게도 지지 않는 기질이 세다. 서양인들이 볼 때 불가사의한 일이다. 서양신을 더 강하게 믿는 그들이지만, 하늘과 사람과 신이 합일하는 영적민족이라는 걸 모른다.

 

- 너무 강한 것도 문제가 있지 않은가.

▲ 기가 센 것이 한국인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너무 똑똑하고 잘났기 때문에 지지 않으려는 근성이 많다. 그래서 만나면 싸운다. 셋 만 모이면 싸우다 자멸해 버린다. 그러면서 타 민족에게는 절대로 지지 않는 기질이 강하다. 이런 기질을 잘 살리면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을 구현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홍익인간은 우리의 건국이념과도 부합하다. 인류와 세계를 훨씬 평화롭게 만들고 진보시키는 능력이 된다. 그런 기회가 지금 가까이 와 있고,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여기에 예술이 더해지면 훨씬 더 좋아질 것이다.

 

- MB 정권 때 문화계 관료들을 질타한 일이 있다는데.

▲ 이명박 정권 초기에 문화관광체육부에 나가 한때 강연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내가 뭐라 했냐면 ‘당신들이 무슨 슈퍼맨이냐, 아니 문화 한 가지만 해도 어마어마한데 여기에 체육에다 관광에 예술까지 한 개 부처가 몽땅 통괄하느냐’고 질타했다. 이것은 아예 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 ‘억지정책만 쓰겠다는 것인데 무슨 문제가 풀리겠나’고 하자, 곧바로 담당자가 다가와서 강연시간을 30분 내로 줄여달라고 요청했다. 문화가 국력인 시대에 덩치만 비대해진 문화관광체육부가 과연 제대로 그 막중한 일을 감당할 수 있겠나. 나눠야 한다. 문화부와 관광부, 체육부, 전문화된 특화조직으로 독립시켜야 한다. 여기에 철학과 인문이 결합된 정책책임자들이 주도해야 한다. 지금 대학에서의 예술과 인문교육도 돈벌이에 급급하다. 철학과가 취업이 안 되고 인기 없다는 이유로 없애고 있다. 현 시대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문화예술을 살리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과학기술보다 오히려 문화와 관광, 체육 분야를 잘만 살리면 다양한 일자리를 늘릴 수도 있다. 과거 무지한 정권들이 문화영역을 장악하고 억지를 써오면서 수없는 부작용만 양산했다. 그럼에도 끝까지 똥고집 부리며, 비리와 부조리는 몽땅 덮어두고 구태만 반복하고 있다. <2회로 이어집니다.>

 

이외수 작가는...

1946년 경남 함양군 출생
1964년 춘천교육대학교 입학 
197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견습 어린이들' 당선
1975년 중편 ‘훈장’ 신인문학상 등단
1979년 전업 작가로 활동
2017년 제1회 대한민국인권대상
2018년 6월 남예종예술실용전문학교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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