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스님’ 평등과 평화로 돌아오다
‘프리랜서 스님’ 평등과 평화로 돌아오다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8.07.10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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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명진 스님-1회

'좌파스님', '독설왕', ‘국가공인막가파’, ‘국민스님’ 등 별명처럼 부조리한 세상과 맨몸으로 맞서며 우리사회의 약자와 함께 해온 명진 스님. 수많은 수식어만큼 그의 삶도 순탄치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왜 나는 불행할까?', '세상은 왜 불공평한가?'에 대한 물음이 강했다.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것도 중학생 어린나이에 두 번씩이나. ‘왜 살아야 하는가?’ 결국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보따리를 쌌다. 산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50여년이 흘렀고 스님은 처음으로 책을 냈다. 부조리한 권력에 맞서 살아온 삶. 그 삶이 담긴 ‘스님, 어떤 게 잘사는 겁니까?’이다. ‘국가공인막가파’ ‘독설왕’이 초심으로 돌아와 ‘평화’를 얘기하고 있다. 

 

▲ 명진 스님

 

봉은사 주지에서 쫓겨났다. 조계종 승적도 박탈당했다. 부조리한 권력에 맞서 싸운 결과다. 현재의 자신을 ‘프리랜서’라고 하는 명진 스님은 “있는 자들의 물질만능과 물질신봉, 갑질이 70년 간 지속돼 왔다”며 “이제 우리는 한쪽으로 너무 기울어진 세상이 아닌 함께 행복해지는 세상을 만들어 갈 때가 왔다. 이제는 달라져야 된다”고 얘기한다.

“촛불정부가 국민들의 여망을 좀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과감하게 개혁 조치를 추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보수 진영의 여론에 휘둘리거나 눈치를 보지 않고 과감하게 한다면 국민들이 박수칠 것이다. 지금까지 잘 해왔다. 더 과감하게 밀어붙이기를 바란다.”

명진 스님은 최근 ‘스님, 어떤 게 잘 사는 겁니까?’ 북콘서트를 열고 사단법인 ‘평화의길’을 설립했다. ‘평화의길’은 화해와 평등, 나눔과 연대, 깨달음과 치유의 길을 모토로 하고 있다.

‘▲남북 화해와 협력,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학술 사회 문화 교류의 길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사회와의 평화를 위한 연대의 길 ▲사회적 약자와의 연대, 피해자 치유를 위한 사회참여 지원의 길 ▲평화와 통일, 수행과 실천, 나눔과 연대를 위한 교육 출판 캠프 학교 등 교육 홍보의 길 ▲'평화의길'의 지향과 부합하는 세상의 모든 길을 걷는다’를 내세우고 있다.

명진 스님은 “지금 한국은 부가 한쪽으로 너무 쏠려 있다. 강한 자가 약자를 괴롭히지 못하게 하고, 약자를 돕는 것이 국가의 책무다. 과감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한다면 우리가 바라는 평등한 세상이 오게 될 것이다. 평등 없는 평화는 있을 수 없다”고도 했다.

명진 스님과 사회 제반 문제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보는 자리를 만들었다. 스님은 올 들어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서도 여러 가지 얘기를 쏟아냈다. 다음은 심층인터뷰 전문이다. 인터뷰는 3회에 걸쳐 게재된다.

 

- 요즘 근황이 어떤가.

▲ 지금은 조계종 승적을 박탈당한 ‘프리랜서’ 승려다. ‘나는 누구인가’ 답을 찾는 수행을 계속하고 있다. 여러 곳에서 강연을 하기도 하고 KBS, EBS 등 방송 출연을 하며 바쁘게 지낸다. 얼마 전에 그동안 조금씩 써왔던 글들을 모아 ‘스님, 어떤 게 잘사는 겁니까?’란 책을 냈는데, 여러 차례 북 콘서트를 열고 펜 사인회를 가졌다. 이 책은 한국사회가 촛불혁명 이후 상식적인 대통령을 뽑았고, 상식적인 세상으로 돌아왔음을 밝히고 있다. 상식적인 세상에서 어떻게 어떤 가치를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지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다룬 책이다. 지난 6월 말 북 콘서트에는 세월호 유가족 호성이 엄마와 용산참사 유가족 김용덕 씨, 쌍용차노조 김득중 위원장, 박종환 한국자유총연맹 총재, 배우 안석환 씨, 장남수 유가협회장, 주순덕 민가협 회장, 박원순 서울시장,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이 참석해주었다.

 

▲ 명진 스님의 저서 ‘스님, 대체 어떤 게 잘 사는 겁니까?’

-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찾아와 ‘스님, 대체 어떤 게 잘 사는 겁니까?’라고 질문한 게 책 제목이 됐다는데.

▲ 부자들은 고민거리가 많다. 재산을 지켜야 하고 상속문제도 있고 늘 머리가 아프다. 사실 돈을 놓고 볼 때, 가치 면에서 그것만큼 허망한 게 없다. 그래서 더 허하다. 남들이 보면 외적으로는 부러워 보이지만, 재물로 인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한진그룹 조양호 일가 사건만 해도 그렇다. 자녀들 모두가 기업을 세습 받았다. 그의 부인도 상식적으로 볼 때 이해가 안 될 정도로 문제가 있다. 약한 자들을 짓밟으려는 행태들이 너무나 안타깝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재벌들은 이런 잘못된 습속들이 잠재돼 있다. 일부만 드러나서 그렇지 자기들 마음대로다. 돈을 통해 부정한 방법으로 온갖 탈법을 하는가 하면, 상속과정에서 탈세를 해도 된다는 사고가 만연해 있다. 이런 못된 생각들이 아이들 교육까지 망쳐 놓았다. 인간의 탈만 썼을 뿐, 사람이 할 일이 아니다.

 

- 책 내용 중 ‘역사가 전당포냐?’ 부분에서 친일세력의 ‘역사 덮기’가 여전하다고 했다.

▲ 지난 7월 4일 고 장준하 선생의 미망인 김희숙 여사 장례식이 치러졌다. 2012년 8월 1일 갑작스런 집중폭우로 장준하 선생의 묘가 무너지면서 관속 유골이 외부로 노출됐다. 유골 위쪽에 구멍이 크게 뚫린 부위가 언론을 통해 세간에 알려지면서 타살의혹이 불거졌다. 그 당시 한나라당 출신의 국회부의장이었던 정의화 의장도 유해를 보고 ‘저것은 타살 흔적이다’고 증언까지 했다. 의사출신인 그는 망치로 맞아 타살된 것이라고 분명하게 주장했다. 당시에는 큰 뉴스였다. 그해 대선이 있었는데, 문재인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박빙의 경선을 치를 때였다. 결국 박근혜 후보가 당선됐고, 나중에 대통령이 된 박근혜에게 인혁당 사건이나 장준하 선생 암살 사건, 박종철 군 사망 사건 등 군사독재시절 수많은 인사들을 죽였던 얘기를 할 때마다, ‘과거는 역사에 맡기자’라고 하더라. 그래서 제가 장준하 선생 추모행사 때 ‘역사가 무슨 전당포냐? 자꾸 맡기게’ 라고 말한 기억이 있다.

 

- 장준하 선생이 살아있다면 지금과 달라지지 않았을까.

▲ 박정희가 워낙 장준하 선생을 싫어했다. 왜냐면 일제강점기에 박정희는 일본육군사관학교에 자원입대해 장교가 된 사람이다. 우리나라가 지금 이 지경이 된 게 그런 친일세력들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친일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오죽하면 장준하 선생도 ‘대한민국 대통령은 누가 해도 되지만, 박정희는 안 된다’고 말했을 정도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프랑스 드골 대통령은 3년 동안 독일군 나치부역자 청산에 나섰다. 7000명을 색출해 사형선고를 내렸고, 790명을 처단했다. 과거사 청산을 끝낸 드골은 ‘앞으로 외세에 의해 프랑스가 지배를 받더라도 조국을 배신할 사람은 한 사람도 나오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다. 그 정도로 철저하게 단죄했다. 그래서 프랑스는 자존심과 자부심이 대단하다. 우리는 한명도 처단하지 못했다. 그 결과가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앞으로도 이 문제는 계속 반복될 것이다. 왜냐면 친일 잔재세력들이 오늘날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준하 선생 타살의혹도 다시 조사해서 밝혀내야 한다.

 

- ‘황금과 탐욕의 극치를 보여준 박근혜-이명박이 우리들 마음에 들어있다’고 했는데.

▲ 인간은 선과 악의 양면성이 있다. ‘내 안에 이명박-박근혜가 있다’는 말은 스스로 내 마음을 잘 살펴서 내 자신에게도 문제가 없는지를 성찰해야 한다는 의미다. 나의 내면에서 꿈틀대는 강한 유혹들을 이겨내지 않으면 안 된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더 많이 갖고 싶고, 더 풍요해지고 싶고, 더 누리고 싶어 하는 본성이 있다. 그런 것들이 나로 하여금 타락하게 만들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항상 살피고 경계해야 한다. 욕망을 조절하고 근신하라는 의미다.

 

- 날이갈수록 물질만능주의의 병폐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 물질주의를 대하는 시점이 촛불혁명 이전과 촛불혁명 이후로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이제 극한의 정점에 다다랐다. 우리사회는 있는 자들의 물질만능과 물질신봉, 갑질이 70년 간 지속돼 왔다. 그렇게 살아왔던 세월들을 돌이켜 보면서, 이제 우리는 한쪽으로 너무 기울어진 세상이 아닌 함께 행복해지는 세상을 만들어 갈 때가 왔다는 생각이다. 그런 사건들이 지금 일어나고 있고, 격하게 반성하게 만드는 상황들을 목격하고 있다. 이제는 달라져야 된다.

<2회로 이어집니다.>

 

명진 스님은…

1950 충남 당진 출생
1969 해인사 백련암 출가(은사 탄성스님)
1974 법주사에서 사미계(계사 혜정스님)
1976 쌍계사에서 구족계(계사 석암스님)
1987 불교탄압대책위원장
1988 대승불교승가회 회장
1994 조계종 개혁회의 상임위원, 제11대 조계종 중앙총회 의원
1998~2002 조계종 중앙종회 부의장
1998~2005 봉은사 선원장
2006~2010 봉은사 주지
2018 사단법인 ‘평화의 길’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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