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닷컴> 섬진강 마실/진안고원길 4구간 섬진강물길

 

‘일사천리(一瀉千里)’. 한번 쏟아져 내린(瀉·물 쏟아부을 사) 물이 단번에 천리를 가는 것처럼 거침없이 막힘없이 내닫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 길을 걸어보니 알겠다. 데미샘에서 첫발을 내딛은 물줄기가 오백 리 섬진강물로 흐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님을. 굽이굽이 마을마다 손길을 건네고 논들을 다정하게 적시며 낮은 데로 낮은 데로 흘러가는 푸른 걸음.

지치지 않고, 그치지 않고, 그리하여 어느 날 닿고자 하는 곳에 닿는 지난한 여정이다.

‘북은 개마고원, 남은 진안고원’이라 하였다. 평균고도 300m의 하늘땅을 잇는 ‘진안고원길’은 14개 구간 총길이 204.5㎞.

 

 

그 중 4구간(12.4km)은 백운면 데미샘에서 시작한 물줄기가 마령을 지나 흘러드는 성수면 구간. 소박한 자태의 오암공소가 있고 고샅에서 걸음걸음 담벼락 벽화를 만날 수 있는 오암마을, 해마다 정월 초사흘에 당산제를 지내는 전통이 여전히 살아 있는 양화마을, 마을박물관에 그이들의 한생애가 담겨 있는 포동마을, 섬진강 상류의 진면모가 펼쳐지는 반용마을을 만난다.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는 없다 하였다. 어제의 내가 아닌 지금 이 순간의 나와 어제 흘러간 강물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강물이 만나는 일기일회(一期一會)의 자리.

그 만남에 두근두근한 섬진강 마실길이다.

글 남인희·남신희 기자 사진 박갑철 기자·최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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