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생순의 제자들’, 북유럽을 제패하다
‘우생순의 제자들’, 북유럽을 제패하다
  • 이석원 기자
  • 승인 2018.07.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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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18 여자핸드볼 대표팀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모두 꺾어

지난 7월 27일부터 29일까지 스웨덴 스톡홀름에 ‘우생순의 제자들’이 떴다. 대한민국 18세 이하(U-18) 여자핸드볼 대표팀이 북유럽의 강호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를 차례로 꺾었다. 이들은 오는 8월 7일부터 폴란드에서 열리는 2018 세계 여자청소년 선수권대회에 앞서 열린 스칸디나비아 오픈에 초청받아 북유럽 선수들에게 한 수 가르침을 준 것이다.

스칸디나비아 오픈은 스웨덴을 중심으로 덴마크와 노르웨이 등 핸드볼 강국인 북유럽 나라들의 대회. 그런데 최근 스웨덴 핸드볼협회가 한국 대표팀을 공식 초청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우생순’의 신화의 주인공인 오성옥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세계선수권대회에 참석하는 길에 스웨덴에 먼저 들렸다.

 

▲ 스웨덴 덴마크 전에 이어 노르웨이 전까지 3연승을 한 후 기쁨을 나누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팀. 사진 가운데 김진수 단장과 사진 맨 오른쪽 오성옥 감독. (사진 = 대한핸드볼협회 제공)

27일 첫 경기에서 ‘우생순의 제자들’은 홈팀인 스웨덴을 상대로 쉽지 않은 승부를 펼쳤다.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못지않게 더운 날씨, 게다가 수적으로 상대가 안되는 스웨덴 핸드볼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 ‘우생순의 제자들’은 전후반 내내 2~3점 차이로 스웨덴에 끌려갔다.

사실 한국 대표팀은 이기기 위한 전력을 다했다고 볼 수는 없다.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을 앞두고 전지훈련의 성격이 강했고, 또 어린 선수들이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하는 목적이 우선이었기 때문.

전반전을 11대 12, 한 점 뒤진 채 마친 한국 대표팀은 후반전에서도 좀처럼 점수를 뒤집지 못했다. 그러다가 경기 종료 직전인 후반 29분께 한국 팀은 순식간에 3점 차이를 따라붙어 동점 상황. 종료 23초를 남기고 공격에 실패해 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긴장감이 드는 순간, 스웨덴의 공격을 막아내고 경기 종료 5초를 남기고 결승골을 넣었다. 결국 24대 23의 연극 같은 역전승.

게다가 이 날 한국 대표팀의 승리는 지난 달 18일 있었던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 예선 한국과 스웨덴의 경기에 대한 설욕의 의미가 있다. 당시 한국 대표팀은 스웨덴을 맞아 선전했음에도 0대 1로 패배했다. 그런데 18세 이하(U-18) 여자핸드볼 대표팀이 그 스웨덴의 심장에서 ‘오빠’들의 패배를 설욕해 준 것이다.

 

▲ 27일 스웨덴 전에서 선수들에게 작전 지시를 하고 있는 오성옥 감독 (사진 = 이석원)
▲ 한국 대표팀 최장신이면서 팀의 막내인 정유희 선수. 정 선수는 스웨덴 선수들과 비교해도 결코 체격의 열세가 아니었다. (사진 = 이석원)

 

다음 날인 28일 열린 덴마크 전은 더욱 뜻 깊었다.

이 날 경기에서 한국 대표팀은 덴마크를 맞아 전반에는 압도적인 기량 차이를 선보이며 경기를 주도했다. 전반전 결과는 17대 11. 6점이라는 큰 점수 차로 끝냈다. 하지만 전날 한국과 스웨덴 경기를 현장에서 직관하는 등 한국 팀 전력 분석에 열을 올렸던 덴마크는 후반전에는 전반전과 전혀 다른 플레이를 선보이며 한국 팀을 따라붙었다.

그러나 경기 결과를 뒤집지는 못했다. 한 점 차이까지 열심히 따라오기는 했지만, 결과는 31대 30, 다시 한국 대표팀의 승리였다. 전반적으로 한국 대표팀보다 월등히 큰 체격 조건을 가지고 있었지만 한국 대표팀의 기량 앞에서 결국 무릎을 꿇은 것이다.

게다가 덴마크는 정확히 13년 11개월 전인 2004년 8월 29일 아테네 올림픽 여자 핸드볼 결승전, 이른바 ‘우생순’의 기적의 그 상대국이었다. 오성옥 감독과 한국의 태극 낭자들은 당시 세계 최강 덴마크를 맞아 전반전 동점, 후반전 동점, 그리고 연장전 동점의 질긴 승부를 펼치다가 경국 승부던지기에서 석패해 은메달을 땄다.

2008년 이 이야기를 그린 임순례 감독의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통해 ‘우생순’이라는 단어가 탄생했고, 한국 스포츠 역사에서 길이 남는 멋진 명승부로 더욱 부각된 바 있다. 그런데 바로 그 주역인 오성옥 감독이 이끄는 U-18 여자 대표팀이 덴마크를 상대로 짜릿한 승부를 거둔 것이다.

 

▲ 힌-덴마크 전 - 28일 덴마크 팀을 상대로 31대 30으로 승리했다. (사진 =대한핸드볼협회
제공)
▲ 27일 한국과 스웨덴의 경기는 경기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하다가 후반 종료 직전 한국 대표팀이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사진 = 이석원)

 

29일 열린 노르웨이와 최종전은 앞선 스웨덴이나 덴마크 때보다는 손쉬운 승리를 거뒀다. 전후반 내내 경기를 주도한 한국 대표팀은 결국 32대 27 5점 차로 승리했다. 결국 특별히 초청받은 한국 대표팀은 대회의 주인 격인 북유럽 세 나라를 모두 이기며 이들에게 한국 핸드볼의 진수를 보여준 셈이다.

27일 스웨덴과의 경기를 마친 후 가진 인터뷰에서 대표팀의 막내이자 최장신인 정유희 선수(인천여고 1)는 “유럽 선수들과는 처음 해보는 경기였다”면서 “신장 등 체격 조건이 이전 경험해본 아시아 선수들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커서 위압감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며칠 후에 있을 세계선수권대회 목표에 대해서는 수줍게 “우승”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오성옥 감독은 “시차 적응도 안 된 상황에서 한국에서와 같은 플레이가 나오지 않아 좀 답답했다”면서도 “좋은 컨디션이 아니었음에도 집요하게 플레이를 해 결국 역전승을 거뒀다는 점에서 기쁘다”고 말했다. 물론 오성옥 감독도 세계선수권대회의 목표에 대해서는 분명하고 명확하게 “우승”이라고 대답했다.

한편 3일 간의 경기를 지켜봤던 스웨덴의 한국 교민들은 입을 맞춰 “이 어린 선수들이 자기들보다 월등 체격 조건이 좋은 북유럽을 선수들을 맞아 세 번 모두 승리를 거둔 것을 보고 너무 기뻤다”고 말했다.

한편 8월 7일부터 19일까지 폴란드에서 열리는 2018 세계여자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오성옥 감독은 또 하나의 신화를 쓸 계획이다. 2016년 이 대회에서 처음 U-18 여자 대표팀을 이끌었던 오성옥 감독은 아시아 국가로는 유일하게 16강에 올라 결국 팀을 3위에 올려놓은 바 있다. 당연히 이번 대회에서는 세계 최고의 자리에 우뚝 설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 것이다.

스웨덴= 이석원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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