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나무는 그 자체로 성소(聖所)
큰 나무는 그 자체로 성소(聖所)
  • 남인희·남신희 기자
  • 승인 2018.08.01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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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닷컴> 섬진강 마실-양화마을 ①
▲ 건너고 싶다. 옛다리의 풍모를 간직한 산막교
▲ 진안고원길로 이끄는 화살표. 분홍 화살표는 진안 특산품인 홍삼을, 노란 화살표는 인삼을 상징한다.

이렇게 큰 그늘이라니. 나무는 닥쳐올 여름 더위에 앞서 이미 무성히 그늘농사를 지어 놓았다.

백 년이 넘도록 평생에 걸쳐 쉼없이 넓혀온 그늘의 면적. 온 마을을 자신의 푸르름으로 덮을 듯하다.

수령 168년의 느티나무가 들머리를 지키고 선 좌포리 양화마을. 큰 나무는 그 자체로 이미 성소(聖所)를 이룬다. 마을 앞 오명가명 비손하는 마음들 쌓이고, 자식들도 고향을 왔다 갈 때마다 이 나무 앞에서 고향과 작별하는 의식을 치렀을 터.

 

▲ 양화마을 들머리에 선 당산나무. 올해도 정월 초사흗날 당산제를 지냈다.

해마다 정월 초사흗날 당산제

올해도 당산제를 지냈노라고, 나무에 금줄이 둘러쳐져 있다.

“지금은 회관에 사람 없어. 바쁠 때여. 우리는 늙어져서 일을 안헌게 이러고 모태 놀아.”

당산제 이야기를 김삼례(80), 박영애(78) 할매한테 듣는다.

“우리 양화리(사람들은)는 교회 안 댕개. 긍게 크게 지내.”

“정월 초삳날 지내. 고로고로 채래놓고. 저녁 일곱 시나 되까, 해 설풋할 때 지내제. 겨울에는 그때도 깜깜헌게.”

 

▲ 온 마을을 자신의 푸르름으로 뒤덮을 듯하다.

 

“음식 장만은 젊은 각시들이 하고, 남자들은 외악(왼쪽)으로 줄을 꽈서 나무에 둘르고. 외악으로 꼬는 것은 잡신이 정신 잊어묵으라고. 꺼꿀로 꼬문 잡신이 못 붙는디야.”

“자석들 잘 되라고 빌고 마을 핀안하라고 빌고. 여그가 큰물지문 겁나게 무솨. 물피해로 한해는 온 마을이 한강이 되아서 혼났지.”

“남자 어른들 많을 때는 농악도 쳤는디 인자는 안쳐. 그래도 재미져. 끝나문 떡도 술도 돼지머리도 같이 묵고.”

“허다가 안할 수는 없지. 계속 히야지. 습관이 중요한 거여. 허는 습관!”

글 남인희·남신희 기자 사진 박갑철 기자·최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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