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청와대의 고민

지지율 하락에 고심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개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새롭게 선출되는 더불어민주당의 대표와 함께 분위기를 일신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 인사 검증 마무리 단계에 있다”며 8월 안으로 개각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개각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3∼5개 부처 장관에 대한 교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수술 작업이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청와대가 구상중이던 ‘협치내각’은 일단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연이은 지지율 하락에 최악의 고용 성적표를 받으면서 문재인 정부의 최근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폭 정도의 개각이 이뤄질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당초 큰 틀에서 협의됐던 협치 내각은 야당들과의 대화가 어려워진데다 또 다른 주체인 더불어민주당이 전당대회의 불꽃 속으로 빠져들면서 좌절된 것으로 보인다.

개각 대상으로는 ‘기무사 계엄령 문건’ 등으로 논란이 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을 비롯 고용노동부ㆍ환경부ㆍ여성가족부 장관 등이 꼽힌다. 문 대통령은 지난 달 말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송 장관을 비롯해 계엄령 문건 보고 경위와 관련된 사람들에 대해서도 잘잘못을 따져보아야 한다”고 지시한 바 있어 교체 가능성이 점쳐진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현재 문 대통령의 최종 결심이 남은 상황”이라며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규모가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 지방선거 때 압승을 하며 고무됐던 여권 내 분위기는 최근 전당대회에도 불구하고 많이 가라앉았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국민연금 논란, 최저 임금 인상 등 곳곳에서 암초를 만났다.

청와대가 문재인 정부 2기 내각을 구성하는 개각을 준비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당초 모색했던 야권과의 '협치내각'도 장애물에 부딪히면서 내각 공백의 장기화를 피하기 위한 대책이 불가피해졌다.

문 대통령이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원 포인트 개각 이후 미뤄왔던 개각 카드를 꺼내든 것은 지지율 하락 국면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최근 고용쇼크 상황은 결정타가 됐다.
 

‘경제 투 톱’ 유지 가능성

무엇보다 송 국방부 장관의 거취가 관심사다. '기무사 계엄문건 파동'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그이기에 국방개혁의 추진을 위해 재신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와, 국방개혁의 틀이 어느정도 갖춰진 만큼 개각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시각이 공존한다.

경제팀 교체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고용참사 등 경제가 위기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이 분위기 쇄신용 중폭 개각을 단행할지 관심을 모은다.

책임 논란이 제기되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당장 교체 대상에 포함되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다른 경제 부처 장관들은 상당히 바뀔 수도 있다.

김 부총리와 장 실장은 조만간 정례 회동을 열고 경제정책 운용 방안에 대해 의견 조율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 노믹스의 ‘쌍두마차’라고 할 수 있는 김 부총리나 장 실장 중 한 사람만이라도 교체될 경우 경제정책의 총체적 실패를 자인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게 정치권 관계자의 말이다. 문 대통령이 “고용 상황에 직을 걸어라”라고 말한 것도 한 번 더 기회를 주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개각 관련 작업은 계속 준비되고 있다”며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인사권자가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문 대통령이 9월 정기국회가 본격적으로 가동되기에 앞서 개각을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개각에서 최대 변수는 야당 인사의 입각 여부지만 다양한 상황을 고려할 때 물 건너 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8월 25일 여당 새 대표가 뽑히면 협치 논의를 다시 모색한 뒤 개각 시기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최근 떨어져 최저치 기록을 갱신하는 등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 13∼17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007명을 대상로 설문 조사한 결과 8월 3주차 주간집계 전체의 56.3%는 문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고 답한 부정평가는 38.4%(매우 잘못 21.1%·잘못하는 편 17.3%)로 나타났다. 모름·무응답은 5.3%로 집계됐다.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2주 연속 떨어져 최저치 기록을 갱신했다. 지난주 대비 1.3%p 떨어진 56.3%로 집계된 것으로 나타났다.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소식이라는 상승요인이 있었지만 국민연금 개편논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1심 판결 등 하락 요인이 더 컸다.

지지율 하락과 경기침체로 고심하고 있는 문 대통령이 ‘개각’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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