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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김초록 여행스케치> 휴(休)와 힐링이 있는 영주의 가을 김초록 기자lmaster@weeklyseoul.netl승인2018.09.1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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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성천을 찾은 사람들이 외나무다리를 건너고 있다.

소백산을 어깨에 두르고 있는 영주는 가을 여행지로 나무랄 데 없는 곳이다. 색색으로 고운 단풍이 있고 고풍스런 사찰이 있으며 강이 휘돌아가는 전통마을이 있다. 여기에 탱글탱글 익어가는 사과와 건강에 좋은 인삼의 고장이기도 하다. 깊어가는 가을, 길손이 먼저 들른 곳은 전통미 물씬 풍기는 무섬마을이다.

 

▲ 늦가을빛 든 무섬마을

☞강을 끼고 있는 소박한 마을

경북 영주시 문수면 수도리(水島里). 일명 ‘무섬마을’로 불리는 이곳은 강물이 섬처럼 떠 있는 마을을 휘돌아나간다. 저 안동 하회마을이나 예천 회룡포를 연상하면 된다. 자연이 빚은 또 하나의 물도리동이다. 기와집과 초가집이 있고 강변의 모래밭과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외나무다리가 정겨움을 더해주는 곳. 여기에 잘 보존된 고가(古家)들은 마을의 역사를 더듬어보게 해준다.

무섬마을은 이른바 길지(吉地)로 알려져 있다. 태백산과 소백산에서 발원한 내성천(乃城川)과 서천이 하나가 돼 마을을 감싸고 흐르니 가히 천혜의 삶터라는 생각이 든다. 풍수가들은 이런 지형을 두고 매화꽃이 피는 ‘매화낙지’ 또는 연꽃이 물 위에 떠 있는 ‘연화부수(蓮花浮水)’라 하여 높이 치켜세웠다.

 

▲ 무섬마을 앞 내성천에서 노는 아이들

 

집들은 하나같이 남서향으로 배치돼 있는데 이는 자연(강과 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그 기운을 그대로 이어받기 위한 마을 사람들의 혜안이다. 강둑길과 마을길을 찬찬히 걷다 보면 이동원의 노래 ‘향수’가 저절로 흥얼거려진다. 마을을 휘감고 흐르는 내성천은 사철 물이 마르지 않거니와 아기의 뽀얀 살결처럼 고운 모래톱은 해안의 그것처럼 광활하다. 내성천 물길을 가로질러 놓여 있는 외나무다리(150m)는 사람 한 명이 겨우 건너다닐 정도로 아슬아슬하다. 무섬마을 사람들은 내성천을 건너기 위해 큰 나무를 반으로 갈라 외나무다리를 놓았다. 다리 밑으로는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맑은 물이 흘러내린다. 이 외나무다리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뽑히기도 했다.

 

▲ 무섬마을의 만죽재 고택

 

무섬마을은 1666년 반남박씨(潘南朴氏) 입향조(入鄕祖)인 박수가 복잡한 세상을 피해 들어와 살면서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 후 예안 김씨와 선성 김씨가 들어오면서 자연스레 집성촌이 형성되었다. 50 여 가구에 10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데, 가옥 대부분은 수 십 년(16동은 100년이 넘었다)이 넘은 조선 후기의 전형적인 사대부 가옥이다. 거개의 농촌마을이 그렇듯이 무섬마을도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마을 사람들의 말을 빌리면 한국전쟁 전까지만 해도 120여 가구에 400∼500명이 살던 큰 마을이었다고 한다. 무섬마을에는 고종 때의 의금부도사 김낙풍이 지은 해우당고택(海遇堂古宅)과 만죽재고택(晩竹齋古宅)을 비롯해 김뢰진, 김덕진, 박천립, 박덕우 등 9채의 가옥이 옛 모습대로 보존돼 있다. 특히 해우당 고택의 현판 글씨는 흥선대원군의 친필로 알려져 있다.

 

▲ 소수서원 들머리의 솔숲

☞옛 삶의 멋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곳

무섬마을이 다소 서민적이라면 순흥면에 있는 선비촌은 양반 분위기가 물씬 난다. 기와집, 초가, 정자, 성황당, 누각, 원두막, 대장간, 외양간, 장승, 디딜방앗간, 물레방아, 저자거리 등을 옛 모습 그대로 재현해 놓은 선비촌에 들어서면 마치 조선시대로 거슬러 온 듯하다. 영주 관내에 흩어져 있는 고택도 한데 모아놓았는데 김상진고택, 해우당고택, 두암고택, 인동장씨 종가, 만죽재 등이 그것들이다. 이 고가들을 둘러보노라면 콘크리트 숲에서는 느낄 수 없는 포근한 정서가 마음을 다사롭게 해준다. 국밥, 떡, 해물파전, 동동주 등을 파는 저잣거리는 마루에 걸터앉아 출출한 배를 채우며 잠시 쉬었다 갈 수 있고 기와집과 초가집으로 이뤄진 선비촌에선 하룻밤 묵어갈 수 있다. 샤워장과 수세식 화장실 등을 갖추고 있으며 비상약품, 세면도구 등은 미리 가져가는 게 좋다. 숙소에는 텔레비전이 없다. 하지만 모처럼 가족끼리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울 수 있으니 그런 불편쯤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 선비촌 어르신이 짚풀로 생활용구를 만들고 있다.
▲ 선비촌에서 만난 두암고택

 

선비촌 바로 옆에는 소수서원(紹修書院)이 있다. 고려 말 유학자로 이 고장 출신인 회헌 안향(1243-1306년) 선생을 기리기 위해 세운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임금이 이름을 지어 편액을 내린 서원)이다. 서원으로 가는 길은 수 백 년 된 소나무 숲과 멀리 초암계곡에서 흘러든 개울(죽계수)이 마음을 맑게 씻어주어 삶에 지친 사람들을 평안으로 안내한다. 솔향기를 맡으며 걸어 들어가면 서원 조금 못 미쳐 오른쪽으로 당간지주(보물 제59호)가 보이고, 조금 더 들어가면 취한정이란 정자가 나온다.

 

▲ 옛멋 풍기는 소수서원의 일신재와 직방재 건물

 

서원 대문을 들어서면 맨 먼저 명륜당 건물이 보인다. 스승과 제자들이 학문을 논하던 공간으로, 강당과 온돌 및 마루방을 두어 품위와 격조를 느끼게 한다. 그 뒤편엔 도서관에 해당하는 장서각과 강사 숙소로 쓰였던 직방재(直方齋)와 일신재(日新齋)가 나란히 서 있다. 건물들은 하나같이 단아하고 소박해서 저 정글 같은 삶의 어지럼증에 시달리던 이들을 편안하고 고요한 세계로 이끈다. 명륜당 서북쪽 담장 안에는 국보인 안향 선생 영정과 보물인 공자의 제자상, 그리고 주세붕의 영정 등을 복사해서 전시해 놓은 유물기념관이 있다.

 

▲ 고풍스런 부석사 경내

☞5대 사찰에 드는 아름다운 절집

선비촌에서 북서쪽(915번 지방도로)으로 15km쯤 올라가면 부석사에 이른다. 가을 부석사는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 부석리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줄지어 서 있고, 길 왼편의 사과나무밭엔 탐스런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누구라도 이 길을 지날 때면 군침을 삼키게 마련. 신라 문무왕 16년(676년) 의상조사가 창건한 부석사는 1300년 된 큰절로 선묘(善妙)라는 여인과 의상조사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다.

 

▲ 부석사 무량수전

 

우리나라 5대 고찰에 드는 부석사는 목조 건물 중 가장 아름답다는 무량수전을 비롯해 국보 5점, 보물 4점, 유형문화재 2점 등 많은 문화재를 가지고 있다. 천왕문을 들어서면 이 절터가 예사롭지 않다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보게 된다. 요사채가 있는 뜨락에 들어서니 옛 모습을 잃지 않은 안양루가 우뚝하다. 극락세계로 가는 첫 관문인 안양루 누각에 오르니 저 멀리 소백산 능선이 아스라하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뛰어난 경치는 김삿갓의 마음을 울렸는지, 누각에 김삿갓의 시가 걸려 있다.

안양루는 지붕 모양이 특이하다. 무량수전 쪽은 맞배지붕으로, 요사채 쪽은 팔작지붕인데, 앞으로 드러난 소백의 장엄한 연봉들과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누각 아래 마당에 서 있는 호리호리한 모양의 석등(국보 제17호)도 눈길을 끈다. 안양루를 지나면 부석사를 대표하는 무량수전(국보 제45호)이 나타난다. 창건연대가 확인된 목조건물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간직한 무량수전은 다듬지 않은 주춧돌 위에 불룩한 ‘배흘림기둥’을 세워 안정감을 자아낸다. 정면 5칸 측면 3칸 건평 65평의 구조로, 집의 몸체와 지붕의 비례가 탁월하거니와 두루뭉실한 기둥과 추녀의 어울림은 언제 봐도 부드럽고 탄력이 넘친다.

 

▲ 걷기 좋은 죽령옛길

☞단풍과 계곡 물소리가 좋은 죽계구곡

부석사에서 915번 지방도로를 따라 풍기 쪽으로 되돌아오다 소수서원을 지나자마자 오른쪽으로 죽계구곡 가는 길이 나온다. 계곡 들머리인 순흥면 배점리부터 소백산 국망봉에 이르는 이 계곡은 옛날 퇴계 이황 선생이 계곡의 절경에 심취해 물 흐르는 소리가 노래 소리 같다 하여 각 계곡마다 그에 걸맞는 이름을 지어준 데서 비롯되었다. 제1곡 백운동 취한대를 시작으로 금성반석, 백자담, 이화동, 목욕담, 청련동애, 용추, 금당반석, 중봉합류까지 맑은 물과 울창한 숲이 내내 이어지는 계곡은 아기자기함이 돋보여 가을 정취를 느끼기에 그만이다. 국망봉이 빤히 올려다보이는 계곡 끝머리 산기슭엔 초암사란 조그마한 절집이 있다. 초암사까지 시멘트길이 닦여 있어 승용차로 오르내릴 수 있지만 길이 좁아 운전이 쉽지 않다. 등산이 목적이 아니라면 배점리에서 천천히 제1곡까지 걸어갔다 오는 것도 좋겠다. 국망봉을 거쳐 비로봉까지는 3시간 이상 걸리는 먼 길이어서 등산 초보자는 무리다.

 

▲ 죽령옛길에서 만난 탐스런 사과

 

풍기읍에서 지척인 소백산 옥녀봉 기슭에는 삼림욕을 즐기며 오붓하게 시간을 보내기 좋은 옥녀봉자연휴양림이 있다. 갈색으로 물든 아늑한 계곡과 여러 갈래의 작은 오솔길은 가을의 운치와 낭만을 한껏 풍긴다. 취사도구는 물론 침구, 목욕실, 방갈로와 야영장, 숲속교실, 회의실 등 편의시설도 부족함이 없다. 자연휴양림 뒤로는 소백산의 수려한 풍광이 펼쳐져 경치 또한 일품이다.

 

▲ 죽령옛길을 알리는 입석
▲ 희방폭포

 

시간 여유가 있다면 근처에 있는 풍기온천에서 피로를 풀어도 좋고 죽령옛길과 소백산 연화봉(1383m), 비로봉(1439m) 산행 도중 만나게 되는 희방폭포와 희방사도 놓치지 말아야 할 명소다. 특히 조선시대 장원급제를 기원하며 선비들이 지나다녔던 죽령 옛길은 옛 발자취를 더듬으며 한번쯤 걸어보길 권한다. 고구려와 백제, 신라가 전투를 자주 벌였던 곳으로 중앙선 희방사역 뒤쪽으로 복원된 옛길이 뚫려 있다. 죽령주막까지 열린 이 길은 2.5km에 1시간쯤 걸리는데 울창한 숲과 청아한 산새소리가 걷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죽령주막은 트래킹을 마친 뒤 간단하게 배를 채울 수 있는 곳으로 곤드레나물밥과 도토리묵밥, 인삼막걸리, 산나물전이 별미다.

 

여행수첩(지역번호 054)

☛가는 길=중앙고속도로 영주 나들목을 빠져나와 28번국도(영주 시내 방면)-폴리텍대학-안동방면 5번국도(적서농공단지 방면)-노벨리스 코리아 앞에서 좌회전-물도리예술촌-수도리(무섬마을). 영주시내에서 시내버스 하루 4회 운행. 영주시내/풍기읍내에서 소수서원(선비촌)과 부석사행 버스가 수시로 있다. 죽계구곡은 931번 지방도 순흥면 소재지에서 순흥저수지를 끼고 들어간다. 초암사까지 자동차 진입 가능. 영주에서 죽계구곡 입구인 배점리까지 하루 5회 버스 운행, 50분 소요, 풍기에서 순흥(소수서원)까지 버스 1시간 간격으로 운행, 20분소요.

☛숙박=무섬마을 입구의 물도리예술촌(www.mooldori.com, 633-1011)은 전통한옥을 체험해볼 수 있다. 한지, 목공예, 천연염색, 다도강의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무섬마을에 민박집이 몇 채 있다. 마당넓은집(010-5522-1746), 섬계고택(010-9779-3363), 수춘재(010-3211-2821)등. 선비촌(638-6444) 고택에서 숙박이 가능하고 죽계구곡에 순흥민박펜션(010-9937-6714)이 있다. 약 10분 거리에 있는 학가산자연휴양림(652-0114, www.hakasan.co.kr)을 이용해도 좋다.

☛맛집=풍기읍내 풍기인삼갈비(635-2382)는 풍기인삼과 황기 감초 두충 음양곽 등 각종 약재를 넣어 재워 만든 인삼돼지갈비(200g, 6000원)가 별미다. 순흥면 소재지에 있는 순흥전통묵밥집(634-4614)과 부석사 가는 길에 있는 영주한우마을(www.pwoo.co.kr, 635-9285)도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유명 맛집이다.  

<여행작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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