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친박’

추석 연휴 동안 숨죽였던 제1야당 내 당권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자유한국당내 친박계 일부 의원들이 최근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만나 내년 초 전당대회 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분위기는 일찌감치 뜨거워지고 있다. 유기준 윤상현 김진태 의원 등 친박계 6명은 추석 연휴 직전 서울 마포구의 한 식당에서 황 전 총리와 오찬을 함께 하고 당 대표 후보 출마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로써 내년 당권 경쟁은 비박계에 친박계까지 가세하면서 또 한 번 정면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당 내 당권 경쟁 구도를 살펴봤다.

 

 

친박계가 ‘황교안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황 전 총리는 이와 관련 “당권에 도전하겠다는 결심을 한다면 상처 입을 각오를 하고서라도 도전해야 한다"며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이 먼저"라는 취지로 확답은 피한 것으로 전해진다.

친박계가 황 전 총리에 대한 출마 권유 등 발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의 행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김 위원장은 추석 직후 전국 지역구의 당협위원장을 공모하는 등 인적쇄신 움직임에 나설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당무감사 대신 당협위원장 '일괄 사퇴' 방침을 강행하는 것에 대해 ‘조속한 전대 실시’를 앞세웠다. 6개월 이상 시간이 걸리는 당무감사 대신 일괄사퇴, 재공모라는 속도전을 택한 것이다.

친박계의 황 전 총리 영입 움직임은 이에 대한 맞대응 차원으로 풀이되고 있다. 비박계에선 김 위원장을 비롯 김무성 의원, 김성태 원내대표 등이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돌아온 홍준표 전 대표도 다크호스다.

각 계파가 당권 접수를 위한 움직임에 속도를 내면서 한국당 내 분위기는 다시 혼란으로 빠져들고 있다. 조만간 각 계파간 이합집산 움직임도 가회화될 전망이다. 내년 초 전대에 앞서 오는 연말 열리는 원내대표 경선이 전초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황 전 총리는 지금까지 범보수의 유력 대권후보로 거론돼 왔다.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달 27∼31일 차기 대권 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황 전 총리는 범보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11.9%를 차지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13.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지만 응답층을 ‘보수층’으로 좁히면 25.9%로 1위였다.
 

당협위원장 일괄사퇴

이와 함께 한국당이 당협위원장 일괄 교체 카드를 꺼내든 것은 인적 쇄신과 범보수 통합, 두 마리 토끼잡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존재한다.

비대위가 돌연 당협위원장 일괄 사퇴를 결정한 것은 21대 총선 공천을 염두에 둔 측면이 적지 않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당협위원장을 교체하겠다는 것은 당 전체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비대위는 당초 당무 감사를 통해 하위 평가를 받은 일부 당협위원장을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이 정도 수준으로는 당 혁신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당협위원장 교체는 내년 초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바른미래당 등을 포함한 범보수의 통합 계기로 삼으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친박계를 비롯 홍 전 대표 시절 새로 임명된 60여 명의 당협위원장이 긴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친박계나 친홍계는 ‘찍어내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가장 먼저 쫓겨나야 마땅한 사람은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라며 “김 위원장이 비상대책위원장이 되고 나서 자유한국당은 제1야당, 대안 야당이 아니라, 노무현 2중대 이미지만 풍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당협 위원장을 뚜렷한 이유 없이 한꺼번에 무조건 사퇴시키는 것은 폭거”라며 “당협위원장을 내부에서 무조건 전원 학살하는 만행은 악질적인 이적행위”라고 반박했다.

친박계가 황교안 카드로 결집하고 있는 반면 비박계는 아직 각개격파 약상이다. 홍 전 대표는 “여러분과 함께 봄을 찾아가는 고난의 여정을 때가 되면 다시 시작하도록 하겠다”고 여운을 넘겼다.

김무성 의원도 대정부질문과 토론회 등을 통해 보폭을 넓히고 있다. 김 의원은 “민생 파탄의 주범인 소득 주도 성장은 대한민국 경제를 위해서 절대로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괴물”이라며 문재인 정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들 외에도 정우택 정진석 의원, 이완구 전 국무총리 등 충청권 인사들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석패한 김태호 전 의원과 나경원 의원도 자천타천 후보군이다.

한가위 연휴 이후 뜨거워지고 있는 한국당 내 당권 경쟁에서 누가 마지막에 웃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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