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단풍, 삶과 인생을 봤다
마지막 단풍, 삶과 인생을 봤다
  • 정다은 기자
  • 승인 2018.11.09 1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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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북한산에 올라보니…

 

 

등산 가자. 항상 입에 달고 살았지만 요즘 친구들은 등산과 친숙하지 않다. 특히 도시에 익숙한 친구들은 자연에 다가가는 걸 두려워한다. 움직이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휴대폰, PC방, 영화관, 오락실, 노래방 등. 익숙한 것들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몸을 움직여 체력과 시간을 투자하기가 귀찮은 것이다. 제안만 하고 물거품 되기 일쑤였다. 지난 주말 드디어 마음 맞는 친구들과 날을 잡았다. 지금 가지 않으면 이 가을 마지막 단풍을 구경하는 호사를 놓칠 것 같았다.

일단 코스를 짰다. 목적지는 북한산. 우이동 버스 종점에 내려 진달래능선을 타고 올라가 대동문을 찍고 다시 우이동 계곡(우이천계곡. 소귀천이라고도 한다.)을 따라 내려오는 것이었다. 왕복 약 세 시간 거리로 그렇게 힘들진 않은 코스였다. 더불어 단풍구경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지인의 추천까지.

 

 

당일 아침 친구들과 도시락을 싸들고 버스에 올랐다. 약 삼십분을 꾸벅꾸벅 졸다보니 어느새 우이동 종점. 후다닥 내린다. 여기가 어디더라 했더니 어릴 적에 부모님과 많이 오던 곳이다. 익숙한 풍경에 마음이 놓인다. 앞장서서 끌고 왔는데 막상 길을 헤맬까봐 긴장한 상태였다. 버스정류장 근처에 맛집이 많다. 하산한 뒤 그냥 지나치지 못하겠다. 족발, 파전, 닭발, 삼겹살, 두부김치, 도토리묵 등. 벌써부터 입에 침이 고인다. 아침 일찍 등산을 하고 내려온 사람들은 벌써 막걸리, 동동주와 함께 점심을 즐기고 있다. 아직 오르지도 않았는데 “우린 내려와서 뭐 먹지?”란 고민을 한다. 일단 올라가기부터 하자.

 

 

추천을 받았지만 입구쯤으로 짐작되는 곳 안내판에 진달래능선과 우이동계곡이란 글귀가 보이질 않는다. 친구들이 불안해한다. “맞게 온 거 맞지…?” 일단 가보자. 산이 다 거기서 거기 때마침 등산을 마치고 내려오는 산 전문가 분위기(?)가 나는 아저씨에게 길을 물었다. 다행히 길을 알고 계셨다. “그 입구가 철문인데, 쭈욱 올라가서 왼쪽을 자알 보고 올라가야 돼요~ 너무 빠르게 가지 말고 자알 보면서 올라가요”라며 두루뭉술 설명을 해주셨다. 하지만 곧 그 아저씨의 설명이 백과사전처럼 딱 맞아 떨어졌고 우린 감탄했다. 애매한 위치에 있는 작은 철문으로 들어가야 되는 진달래능선. 산행이 시작됐다.

 

 

헉헉. 처음부터 급경사가 시작됐고, 이내 말이 사라졌다. 벌써부터 이렇게 힘들어서 어떡하지 걱정이 앞섰다. 그래도 친구들이 꿋꿋하게 잘 올라간다. 한 십분 정도 땀 흘리며 올라가니 약간 평탄한 길이 나왔다. “어휴~ 죽는 줄 알았네, 운동 좀 해야겠다 싶더라.” 이제야 농담할 여유가 생겼나보다. 급경사에선 땅만 보고 나에게 집중하며 걸었는데 이제야 허리를 펴고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울긋불긋한 나무들, 땀 흘리며 헥헥 거리는 친구들, 중간 중간 마주치는 사람들까지. 아차, 너무 오르는 것에만 신경 쓰고 올라갈 곳에만 신경을 써서 이 순간을 놓칠 수 있겠구나.

 

 

다시 오르막길과 평탄한 길이 반복됐다. 중간 중간 쉬어가며 주변을 둘러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우리가 등산을 온 목적은 오르기 위해서가 아니고 산을 즐기길 위해서다.’ 빨리 올라야겠다는 생각만 하다가 잠시 깜빡한 것이다. 앞사람이 빨리 올라간다 싶으면 뒷사람이 말을 걸어 속도를 늦춰주고, 뒷사람이 뒤처지면 앞사람이 기다려주고를 반복했다. 그렇게 배려하다보니 어느새 서로 말하지 않아도 통하게 됐다. 떨어진 낙엽들도 보고, 도토리로 장난도 치고, 저 산 아래 성냥갑 같이 보이는 아파트 단지 등을 바라보기도 했다. 그렇게 오르고 또 오르다 보니 어느덧 목적지인 대동문에 도착했다. 대동문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내려오는 길은 올라올 때 봐둔 안내판을 따라 순탄하게 내려갔다. 우이천계곡은 단풍이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다. 한 겨울 눈이 내렸을 때도 참으로 아름답다고 한다. 올라올 때보다 더 신경을 써서 발걸음을 내디뎠다. 낙엽에 미끄러지지 않게, 무릎이 다치지 않게. 고인 계곡물에 손도 담가보고, 약수터에서 목도 축였다. 그렇게 우리의 등산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오랜만의 등산에 모두 지쳐 버스종점 인근의 맛집들을 그냥 통과해 버스에 몸을 실었지만 다음을 기약했다.등산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었다.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함께 등산을 가란 말이 있다. 등산을 하며 힘이 들 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가 보인다는 것이다. 이번에 그 말이 와 닿았다. 정상만 보고 말없이 묵묵히 올라가는 사람,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며 여유 있게 올라가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이 사람 저 사람 챙겨주고 배려해가며 올라가는 사람이 있다. 또 올라가는 내내 힘들다 투정부리며 빨리 내려가자는 사람도 있다. 등산을 하니 삶이 보였다. 인생이 보였다. 전신 근육을 사용해야 하는 좋은 유산소 운동이 등산이란다. 좋은 공기, 좋은 소리, 좋은 볼거리까지 제공해주니 몸도 마음도 건강해진 느낌이다. 이참에 등산동호회나 만들어볼까나.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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