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영화 다시 보기] ‘집으로 가는 길’(2013년)

 

영화 '집으로 가는 길' 포스터
영화 '집으로 가는 길' 포스터

생활고를 앓고 있던 34세 한국인 주부 장미정 씨. 2004년 10월 30일 평소 알고 지내던 남편의 지인이 금광 원석이 담긴 가방 2개를 프랑스까지 운반해주면 400만 원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그녀는 13, 17kg짜리 가방 2개를 들고 다른 일행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프랑스 파리 오를리 공항에 도착한다. 그러나 세관에서 가방 속 내용물이 원석이 아닌 코카인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그는 마약 소지 및 운반 혐의로 프랑스 경찰에 구속돼 2005년 1월 카리브해에 있는 프랑스령 마르티니크 교도소에 수감된다. 그리고 2006년 11월 마르티니크 법원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석방되어 귀국한다.

2006년 11월 22일 KBS ‘추적 60분’이 이 사건을 다루 <나는 대한민국 국민입니다>를 2부작으로 방영하며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된다. ‘추적 60분’과 장미정씨 측이 주장하는 “외교통상부의 무관심으로 인해 피고인이 정신적 고통을 받았고 수감 생활이 길어졌다”는 주장에 대해 외교부에서는 이를 공식적으로 반박하기도 했다.

그리고 2013년 이 실화를 토대로 한 영화가 개봉된다. <집으로 가는 길>이다. 대서양 건너 외딴 섬 감옥에 수감된 채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평범한 주부와, 아내를 되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쓰는 남편. 이들이 겪은 756일 간의 안타까운 여정. 영화를 통해 처음 사건을 접하게 됐지만 실화라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믿기 싫었다. 이 영화를 만든 방은진 감독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사건들이 벌어지는 게 현실이다. 당시 기사를 통해 실제 주인공의 사연을 접하게 되었는데, 도대체 무슨 일로 프랑스 감옥에 갇히게 되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끊이지 않았다”며 사건의 영화화 계기를 밝혔다.

 

영화 '집으로 가는 길' 포스터
영화 '집으로 가는 길' 스틸컷

 

영화에 대한 호불호는 분명했다. 하지만 모두가 하나같이 호평하는 인물이 있다. 바로 전도연. 그의 내면연기에 대해선 아무도 혹평을 할 수가 없다. 매일 비슷한 역할만 한다는 사람도 있지만 그의 연기를 본다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영화에선 장미정씨를 모티브로 한 송정연 역을 맡았다. 실제 존재했던 인물이기에 그에 대한 부담감이 얼마나 컸을까. 그는 그 부담감을 오히려 연기에 녹여냈다. 그 덕에 송정연의 두려움과 좌절감을 잘 표현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녀는 송정연, 아니 장미정씨의 마음을 연기하기에 충분한 사람이구나 싶었다. 국내 유수의 영화상 여우주연상을 휩쓸고 2007년 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까지 거머쥔 세계가 인정한 연기파 배우다웠다. 오히려 고수의 연기가 아쉬웠다. 항상 바른 이미지를 보여 온 그가 남의 말에 휘둘리는 능력 없는 가장으로 나오니 균형이 무너졌다. 그 부족함마저도 전도연이 커버해준 느낌이랄까.

여성 감독들은 대개 섬세한 감정을 잘 표현해낸다. 방은진 감독은 송정연이 여성으로서 또 엄마로서 얼마나 강하고 끈질긴지 제대로 보여줬다. 많은 관객들이 송정연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게 했다. 또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장소 섭외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대한민국은 물론 프랑스, 도미니카공화국 등 3개국에 걸친 대장정의 로케이션을 감행했다. 프랑스 오를리공항, 주불대사관, 도미니카 나야요 여자교도소 등과 함께 카리브해의 눈부신 풍광을 담아냈다. 덕분에 풍광을 보는 재미가 쏠쏠할 뿐 아니라 분위기를 극명하게 나눠주는 역할도 한다. 특히 눈부신 카리브해는 좌절에 빠져있는 송정연에게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한다. 관객들에게도 기분 전환이 되는 포인트이지 않을까싶다.

이야기가 너무 슬프게만 이어진다, 무겁고 지루하다 등의 평가들은 절대 함부로 할 수 없다. 영화도, 감독도, 배우들도 굉장히 조심스럽게 사건에 접근하려는 노력이 역력하다.

그녀가 갇혀있던 2년이란 시간. 1년으로 끝낼 수도 있었지만 대한민국은 외면했다. 정부는 당시 외면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겁이 난다. 만약 나에게도 이런 일이 생긴다면 정부는, 대한민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제 살만한 세상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이렇게 영화 같은 일들이 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많은 안타까움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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