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자연과 역사 어우러진 곳으로 떠나볼까
이번 주말엔 자연과 역사 어우러진 곳으로 떠나볼까
  • 김초록 기자
  • 승인 2018.11.16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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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록 여행스케치] 경북 경주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경주. 고전미가 흠씬 풍기는 도시 풍경은 답사객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작은 동산처럼 불쑥불쑥 솟아있는 옛 왕족들의 무덤은 이곳이 문화재의 도시라는 걸 금방 알아차리게 하고, 이 고장이 간직한 수많은 유적마다에는 무형의 설화와 전설이 생생하게 전해내려 온다. 여기에 경주 시내를 아늑하게 감싸고 있는 보문호와 이 땅 끝머리의 동해바다는 지친 몸과 마음을 다독이기에 안성맞춤이다.

 

1신라 불교 조각의 정수를 보여주는 분황사 석탑
신라 불교 조각의 정수를 보여주는 분황사 석탑

☛시내 곳곳에 흩어져 있는 유적들

992년간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경주를 다 보려면 며칠도 모자랄 터. 먼저 경주 시내에 흩어져 있는 유적들을 찾아간다. 시내 한복판에 있는 국립경주박물관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신라시대의 유물들이 가득한 곳이다. 박물관 뒤뜰에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동종으로 인정받은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 국보 제29호)이 있다. 20톤이 넘는다는 에밀레종의 웅장한 모습은 그 옛날 화려했던 왕국의 면모를 짐작케 해준다. 신라 33대 성덕왕이 죽자 경덕왕은 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종을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에밀레종은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이런 안타까움은 지난해 모양과 크기, 소리와 문양까지 똑같이 재현한 신라 대종의 종소리를 들으며 어느 정도 위안 받을 수 있다. 신라 대종은 대릉원 후문 쪽 봉황대 고분 가는 길에 있다.

 

미추왕릉
미추왕릉

 

시내 한복판에 있는 대릉원은 신라시대 왕릉이 한데 모여 있는 고분공원이다. 미추왕릉, 황남대총, 천마총, 검총 등 20개가 넘는 옛 무덤이 자리 잡고 있으며 더구나 천마총에서 나온 금관은 지금까지 발견된 금관 중 가장 크고 화려하다. 또한 이 고분에서 발굴된 천마도는 고구려의 고분 벽화와 함께 가장 뛰어난 우리의 벽화로, 하늘로 날아오르는 말이 그려져 있다.

 

안압지의 야경
안압지의 야경

 

대릉원에서 돌아 나오면 안압지가 있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직후인 문무왕 14년에 축조한 궁궐터로 신라 사람들의 화려했던 삶을 엿볼 수 있다. 땅보다 더 높게 돋워진 잔디밭 가로 갖가지 수목이 심어져 있고 둥그런 못 가운데 산을 내어 운치를 한층 살려 놓았다. 인공적으로 만든 연못이지만 원래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다. 한눈에 봐도 큼직한 연못은 서쪽과 동쪽으로 나뉘어 있는데 서쪽 연못은 반듯한 직선이고 곡선의 동쪽 연못은 불규칙한 굴곡이 져 있다. 이런 모양이다 보니 실제 크기보다 더 커 보이는데 개방적인 공간과 폐쇄적인 공간의 대비는 조경의 멋과 아름다움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특히 밤에 보는 안압지는 화려하고 황홀하다. 연못가로 드리운 불빛이 참으로 곱다.

안압지에서 나와 불국사 쪽으로 조금 가다 보면 좌측으로 분황사 가는 길이 나온다. 고승 원효와 자장이 거쳐 갔다는 절집에 들어서면 정면으로 우람한 석탑이 가로막는다. 이 석탑은 돌을 벽돌 모양으로 다듬어 쌓아 올렸는데 문설주에 새겨진 금강역사상은 신라 불교 조각의 걸작으로 꼽힌다. 석탑 옆에 있는 신라시대의 우물도 눈길을 끈다.

 

미려한 형태의 첨성대
미려한 형태의 첨성대

 

분황사에서 가까운 거리에는 1300여 년 전 신라 선덕여왕 때 만든,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첨성대(국보 제31호)가 있다. 돌로 쌓아올린 미려하고 단아한 모습은 옛 사람들의 건축술 솜씨를 그대로 보여준다. 첨성대는 천기를 관측하고 별자리를 살피려고 만든 과학적인 구조물로, 직선과 곡선의 간결한 조화가 돋보인다.

 

김알지의 탄생설화가 깃든 계림
김알지의 탄생설화가 깃든 계림

☛성스런 숲과 유서 깊은 마을

첨성대 옆으로 난 포장길을 따라가면 경주 김씨의 시조, 김알지의 탄생설화가 깃든 계림(사적 제19호)이 나온다. 왕버드나무, 느티나무, 물푸레나무, 싸리나무, 등나무 따위의 고목이 우거진 숲은 고즈넉하다. 숲 한쪽으론 시냇물이 흐르고 이리저리 굽어 올라간 고목은 신라 역사를 대변해 주는 듯하다. 때 묻지 않은 숲은 청신한 공기를 흠뻑 내뿜는데 이 숲에 들면 누구나 자연의 일부가 된다.

 

얼음창고였던 석빙고
얼음창고였던 석빙고

 

계림의 원래 이름은 시림(始林)이었다고 한다. 태양이 가장 먼저 비추는 성스러운 숲이란 뜻이다. 숲 가장자리에 자리 잡은 우아한 능(陵)은 내물왕릉이다. 계림 옆에는 신라의 궁성 자리인 월성이 옛 왕국의 자취를 보여주고 있다. 이곳에는 조선 왕조 때 만들어진 얼음 창고인 석빙고와 자연 성벽의 일부로 성을 보호하기 위해 팠던 해자터(도랑)가 남아 있다.

 

2인정과 나눔을 베풀었던 교촌마을의 최부자집
인정과 나눔을 베풀었던 교촌마을의 최부자집

 

계림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교촌마을도 빠질 수 없는 답사지다. 돌담길과 고풍스런 기와집이 인상적인 이 마을에는 한때 99칸에 달했다는 ‘경주 최부자집’이 있다. 한국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 해서 더 유명해진 최부잣집 곳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다고 알려져 있다. 흉년 때 이 곳간을 열어 어려운 사람들에게 쌀을 나눠주는 인정을 베풀었다. ‘향교가 있는 마을’을 뜻하는 교촌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대학인 국학이 세워졌던 곳이기도 하다. 또한 신라시대의 고승인 원효대사와 요석공주가 사랑을 나눈 요석궁이 있던 곳이다. 마을 한켠에 홍보관을 비롯해 방문객들이 직접 전통문화를 접할 수 있는 체험장이 마련돼 있다.

 

까마귀가 소지왕의 목숨을 구했다는 서출지
까마귀가 소지왕의 목숨을 구했다는 서출지

☛신라 불교의 성지

다음으로 갈 곳은 남산이다. ‘남산에 오르지 않고 경주를 안다고 할 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름난 산이다. 남산은 경주 남쪽을 가로막은 금오산(468미터)과 고위산(494미터)을 비롯해 그 주변의 도담산을 일컫는다. ‘삼국유사’에는 신라 사령지(四靈地)의 하나인 이곳에서 국사(國事)를 논하면 반드시 성공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신라에 불교가 들어온 이후 남산은 부처가 내려와 머무는 산으로 많은 절이 세워지고 바위에 부처상이 새겨졌으며 탑이 섰다. 북면 쪽의 한 두 계곡을 제외하고는 모든 골짜기가 불교 유적과 유물들로 가득하다.

 

남산 삼릉계곡에 있는 마애관음보살상
남산 삼릉계곡에 있는 마애관음보살상
박혁거세의 탄생설화가 서린 나정
박혁거세의 탄생설화가 서린 나정
신라 왕실에서 제사를 지냈던 포석정
신라 왕실에서 제사를 지냈던 포석정

 

남산 등산로는 잘 알려진 것만 해도 70여 군데에 이르러 코스 선택이 쉽지 않다. 그 중 대표적인 코스로 삼릉골을 들 수 있는데, 이 계곡길은 가장 긴 데다 국보급 유물이 많고 사철 맑은 계류가 흘러 일명 ‘냉골’이라 부른다. 남산 주위에는 박혁거세의 탄생 설화가 서린 ‘나정’을 비롯해 신라 초기의 박씨 왕 4명과 박혁거세의 왕후 알영부인의 무덤인 ‘오릉’, 까마귀가 소지왕의 목숨을 구했다는 ‘서출지’, 신라 왕실에서 제사를 지내던 ‘포석정’ 등이 남아 있어 연계해 둘러보면 좋다.

 

초가들이 모여있는 양동마을 전경
초가들이 모여있는 양동마을 전경

☛소박해서 좋은 전통마을

시내권에서 나와 동쪽으로 내려간다. 강동면 양동리에 다다르면 초가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양동마을이 있다. 봉화 닭실마을, 안동 하회마을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전통마을로 꼽힌다. 가옥마다 조상의 손때가 그대로 묻어 있는 마을은 조선시대의 찬란한 문화가 고스란히 숨 쉬고 있다. 마을 앞으로는 양동천(기계천)이 흐르고 안강평야 남쪽에서 형산강이 마을로 흘러들어 오는데, 그 뒤로는 설창산이 아늑하게 감싸고 있다. 언덕에 올라 마을을 바라보니 지붕 선이며 돌담길이 하나같이 단정하다.

 

양동마을에 남아있는 고택(무첨당)
양동마을에 남아있는 고택(무첨당)

 

양동마을에는 현재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을 포함해 모두 150여 호의 전통가옥들이 설창산을 병풍 삼아 자리를 잡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여강 이씨와 월성 손씨가 대부분이며 나머지는 외지인들이다. 옛날 왕궁 같은 대갓집이 있는가 하면 소박해서 좋은 기와집과 초가집들도 여럿 보인다. 텃밭이 있고 암소가 여물을 먹는 마굿간이 있으며 재래식 변소에 경운기, 트랙터, 자동차도 보인다. 양동 마을은 여느 민속마을과는 달리 집들이 평지가 아니라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다. 대갓집일수록 높고 전망 좋은 곳에 터를 잡고 있으며 그 아래에 직계 또는 방계 후손들의 가옥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양동마을 안내소 054-762-2630

 

감은사지 쌍탑
감은사지 쌍탑

☛놓칠 수 없는 볼거리

양동마을에서 영천 방면으로 10분쯤 올라가면 옥산리가 나온다. 이곳에는 회재 이언적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지은 옥산서원과 회재 선생이 벼슬을 그만 두고 고향에 내려와 살던 독락당(보물 413호)이 있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이언적은 이곳에 머물며 주변 산과 계곡에 이름을 붙였는데 자옥산, 관어대, 영귀대, 세심대 등이 그것들이다. 사액(임금이 직접 이름을 지어 그것을 새긴 현판(액자)을 내리는 일)을 받아 서원으로 승격한 옥산서원은 회재 선생이 세심대(洗心臺)라고 부르던 골짜기 옆에 있는데 주변 풍치가 뛰어나다.

 

단정한 모양의 옥산서원
단정한 모양의 옥산서원

 

옥산서원에서 5분쯤 떨어져 있는 독락당은 ‘홀로 즐거움을 누리기 좋은 곳’이다. 정면 4칸, 측면 2칸의 단층 팔작집으로 정면에 1칸, 측면에 2칸의 온돌방을 두었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안채와 독락당으로 향하는 두개의 문이 나오는데 독락당 뒤에는 계정(溪亭)이라는 별당이 있다. 계정 오른쪽에는 여섯 칸의 대청마루가 있는데 오른쪽 창을 열면 낮은 담장 너머로 물 흐르는 계곡이 보인다. 계정의 두 칸 마루에 앉으면 계곡의 맑은 물과 햇살을 받고 있는 숲이 내려다보인다. 회재 선생이 계정 자리를 관어대(觀魚臺)라 하고 그 앞의 작은 폭포를 탁영대(濯纓臺)라 이름 지은 이유를 알만하다.

 

정혜사지 13층석탑
정혜사지 13층석탑

 

인근에 있는, 통일신라시대의 석탑인 정혜사지 13층 석탑(국보 40호)도 볼만하다. 절터는 없어지고 탑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데 탑의 크기로 봐서 그 옛날 정혜사의 규모를 짐작케 한다. 화강암으로 된 이 석탑의 높이는 5.9미터로 2단의 네모 모양의 받침 위에 13층의 탑이 올라앉아 있는데 어느 방향에서 보나 단아하고 안정된 느낌을 준다.

 

이견대에서 바라본 감포 앞바다
이견대에서 바라본 감포 앞바다

 

마지막 목적지는 동해바다를 둔 감포. 삽상한 바닷바람을 벗 삼아 조금 내려오면 동서로 나란히 배치된 감은사지 삼층석탑이 반긴다. 삼국 통일의 위업을 이룬 문무왕이 왜적을 막고자 경주로 통하는 동해 어귀에 사찰을 지었는데 지금은 금당터와 탑 2기만 남아 있다.

 

감포 앞바다의 문무대왕릉
감포 앞바다의 문무대왕릉
어촌 정취를 보여주는 봉길 해변
어촌 정취를 보여주는 봉길 해변

 

감포 바다로 간다. 해안선이 아름다운 봉길해변 바로 앞에는 신라 제30대 문무왕이 잠든 문무대왕릉(대왕암)이 솟아 있다. 삼국통일의 위업을 이룩한 문무왕이 “내가 죽으면 화장해 동해에 묻어라. 그러면 동해의 용이 되어 신라를 보호하리라.”는 유언에 따라 만든 수중릉이다. 커다란 바위 한가운데 움푹 파인 곳에 유골을 안치했고 사방으로 일정한 양의 바닷물이 찰랑거리며 드나들 수 있도록 물길을 만들어 놓았다. 밀려드는 파도에 씻겨 앙상한 뼈를 드러낸 대왕바위는 이제 갈매기떼의 쉼터가 돼 있다. 대왕암이 바로 보이는 봉길 해변은 해돋이가 일품이다. 여기서 북쪽으로 400미터쯤 떨어진 해안 언덕에는 대왕암이 바라보이는 정자, 이견대가 서 있다. 이곳은 문무왕의 아들 신문왕이 ‘피리를 불면 근심걱정이 사라지고 나라가 평안해진다’고 했던 신라의 보물, ‘만파식적’을 얻었다는 유서 깊은 곳이다. 만파식적은 ‘만 가지 파도(근심)를 쉬게 하는 피리’라는 뜻이다. <여행작가, 수필가>

 

여행팁(지역번호 054)

☛가는 길=서울역-신경주역, KTX 하루 24~28회(05:10~22:00) 운행, 약 2시간 10분소요. 서울, 부산, 대전, 대구 등지에서 경주행 고속버스 이용. 경주역, 고속버스터미널, 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첨성대, 계림, 분황사, 불국사, 보문호 방면으로 가는 시내버스가 10분 간격으로 있다. 중앙고속도로 금호분기점-경부고속도로 도동분기점-대구포항고속도로 대련 나들목-28번국도 강동방면-양동마을. 경부고속도로 영천나들목-영천시내-안강 방면(28번국도)-양동민속마을. 시티투어를 이용하면 유적지를 좀더 편안하게 둘러볼 수 있다. 경주시티투어는 관광가이드와 함께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문의: 천마관광 743-6001. 시내권 유적지는 자전거로 둘러보면 편리하다. 신경주역, 시외버스터미널 부근에 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경주고속버스터미널(741-4000), 경주시외버스터미널(1666-5599). 여행문의: 경주문화관광(http://guide.gyeongju.go.kr), 경주愛(경주시 공식 블로그, http://gyeongju_e.blog.me)

☛숙박=시내에 있는 한옥스테이는 색다른 잠자리를 제공한다. 수호정(010-2379-7248), 옛뜰에(010-4129-2494), 종오정(775-1950) 등. 놀러와락게스트하우스(624-0778), 락희원 민박&게스트하우스(744-6295) 등도 좋다. 양동마을의 전통 민박집도 이용해 볼만하다. 남산댁(010-2564-4418), 매산고택(010-2409-5263), 소쇄당(010-8932-2280), 해저고택(010-5168-0380) 등

☛맛집=요석궁(교동, 한정식, 772-3347), 소나무정원(배동, 연잎밥, 746-0020), 교동쌈밥(황남동, 쌈밥, 773-3322), 숙영식당(황남동, 보리밥 정식, 772-3369), 전통맷돌순두부(숲머리길, 743-0111), 경주원조콩국(첨성로, 743-9644)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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