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경제팀 ‘로드맵’

문재인 정부 2기 경제팀이 출범하게 되면서 향후 정책 방향이 어떻게 진행될지를 놓고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기존의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3대 축을 유지하면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민생 경제를 살려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이들에게 주어졌다. 삐걱거리던 청와대와 내각 간 관계 재정립이 어떻게 해결될지를 놓고서도 관심이 모아진다. 무엇보다도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저성장 기조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게 급선무다. 새롭게 시작되는 2기 경제팀의 과제를 전망해 봤다.

 

 

새로운 경제팀이 꾸려졌다.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어려움에 빠진 한국 경제를 구하기 위해 구원투수로 나서게 됐다.

무엇보다 최우선 과제는 경제 살리기로 모아진다. 생산, 소비, 투자 지표가 모두 악화되면서 ‘트리플 부진’에 빠진 한국 경제는 곳곳에서 경보음이 울리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취업자 수는 4개월 연속 10만명대를 밑돌고 있고, 실업률은 10월 기준으로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내부 구조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대외 상황도 만만치 않다.

때문에 새 경제팀의 정책 기조는 기존 노선은 유지하되 일부 부작용이 있는 정책은 속도 조절에 나서는 등 변화를 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 상황이 녹록치 않은 만큼 기업과의 소통, 일자리 대책 등 경제 활력을 되찾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해진다.

홍 후보자는 이와 관련 “경기지표가 부진하면서 어려워진 민생경제를 회복하는 데 전력투구하겠다"며 "지금은 전환기적인 만큼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과 구조개혁, 장기적으로는 지속가능한 발전과 관련해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김 실장도 “무엇보다 엄중한 민생경제를 챙기겠다"며 "경제와 일자리에 도움이 된다면 누구든 만나고, 어디든 가겠다"고 강조했다.

 

“민생경제 회복 전력”

새로운 경제팀의 역할 분담도 주목된다. 1기 경제팀에선 사령탑인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전 정책실장 간 계속된 입장 차이가 정책 혼선을 빚기도 했다. 새 경제팀의 팀워크가 여기저기서 언급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홍 후보자와 김 실장은 '원 팀'을 강조하며 단합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김 실장은 "경제 운영에 있어서 경제부총리를 사령탑으로 하나의 팀으로 일하겠다"면서 "더이상 '투톱' 같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정책 조율을 강조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새 경제팀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적지 않다. 당장 내년 2%대 중반의 저성장이 예상되는데도 일자리 문제도 최악이어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

홍 후보자와 김 실장은 2000년대 초반 참여정부 때부터 알고 지냈던 사이로 전해진다. 홍 후보자는 2004년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실 행정관을 거쳐 2006년 대통령 정책실 정책보좌관을 역임했다.

김 정책실장은 2003년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을 거쳐 2005년 대통령 국민경제비서관 겸 국민경제자문회의 사무차장, 2006년 대통령 사회정책비서관, 2007∼2008년 환경부 차관 등을 지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하며 교류했던 터라 1기 경제팀과 같은 엇박자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른바 김&장으로 불렸던 김동연 전 부총리와 장하성 전 정책실장은 서로의 입장 차이로 여러차례 의견 충돌을 빚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아직 3년 이상 남아 있어 이번 경제팀이 중요하다”며 “2020년 총선에서도 경제 이슈는 무시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2기 경제팀은 기존 ‘소득주도성장정책'보다는 좀 더 넓은 의미의 '포용성장'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 후보자도“앞으로 경제의 포용성을 확보하는데 진력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와 관련 “현 정부 국정목표가 '포용국가'이며 이를 이루는 경제정책 기조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3개 축으로 이뤄지는 사람 중심 경제"라고 설명한 바 있다.

홍 후보자가 순조롭게 인사청문회를 통과한다면 본격적인 임기는 12월 초순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용국가 달성” 강조

기대반 우려반으로 시작된 '2기 경제팀'의 부담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투자·생산 부진으로 경기는 하강 국면에 진입했고, 일자리 상황은 최악이라는 평가다.

여론은 정부가 하루 빨리 가시적 성과를 내길 압박하는 분위기다. 최근 젊은층 등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도 비상 신호다.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야권의 공세도 날로 거세지고 있다.

결국 구조적 문제도 해결하면서 단기 성과 역시 소홀할 수 없는게 2기 경제팀의 과제다. 2020년 열리는 차기 총선은 문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이자 차기 대선의 전초전으로 불린다. 그 때까지는 성과를 만들어내야 할 필요가 있다.

홍 후보자는 "소득주도성장정책의 속도가 시장에서 기대한 것보다 빨라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 있었다. 보완이 필요한 과제가 있다면 적극 고려하겠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를 함께 추진해 포용국가를 달성하겠다는 방향은 명확하다”며 “이는 패키지로 큰 틀의 방향에 대해 수정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경제환경이 달라지는 시점에 와 있기 때문에 지난 1년 6개월간 진행된 정책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속도와 균형의 조절 필요성’이 있다는 사실엔 공감했다.

당장 급선무는 일자리 문제다. 홍 후보자는 이와 관련 “9월에 비해선 개선됐지만 여전히 엄중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지금껏 해 온 것에 더해 추가로 어떤 대책이 필요할지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10월 취업자 수 증가 폭은 6만 4000명으로 4개월 연속 10만명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지난 5월 7만 2000명을 기록하며 올해 들어 처음 10만명 선을 내준 후 소폭 반등했던 6월을 제외하면 지속해서 부진한 상황이다.

61.2%를 기록한 고용률 역시 9개월째 하락세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1월∼2010년 3월 이후 최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반면 실업률은 3.5%로 1년 전보다 0.3% 올랐다. 10월을 기준으로 보면 2005년(3.6%)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다.

새롭게 닻을 올린 2기 경제팀이 격랑속에 빠진 한국 경제를 구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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