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소비자 심리’, ‘삶의 질’은 어디로?
얼어붙은 ‘소비자 심리’, ‘삶의 질’은 어디로?
  • 김범석 기자
  • 승인 2018.11.27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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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경기

성큼 찾아온 동장군처럼 소비자심리지수도 차갑게 얼어붙고 있다. 11월 소비자심리지수가 대통령 탄핵 여파가 있었던 지난해 2월 이후 1년 9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10월에 이어 두 달째 기준치인 100을 밑돌면서 연말 경제에 대한 걱정은 늘어만 간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분쟁 지속에 따른 국내외 경기둔화 우려와 함께 고용 침체, 주가 하락, 생활물가 상승 등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지갑 경기를 살펴봤다.

 

 

차가운 바람과 함께 소비자들의 마음도 찬바람이 한창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18년 1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1월 중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6.0으로 10월 대비 3.5포인트 낮아졌다. 이 같은 수치는 2017년 2월(93.9)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 6월부터 석 달 연속 하락하다 9월 반등했지만 한 달 만인 10월 100 이하로 다시 떨어졌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동향지수(CSI)중 6개 주요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소비 선행지표다. 통상 소비자심리지수가 기준선(2003∼2016년 장기평균치)인 100보다 클수록 소비심리가 낙관적인 것으로 본다. 반면 100보다 작을수록 비관적으로 해석된다. 그만큼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국민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한은은 5년마다 이뤄지는 정기 표본개편에 따라 9월부터 새로운 표본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새로운 표본에는 노령층, 1∼2인가구, 여성 등의 비율이 이전보다 높아졌다.

현재경기판단 CSI는 전월보다 5포인트 하락한 62를 기록했다. 2017년 3월(59) 이후 최저치다. 6개월 후 경기전망을 판단하는 지표인 향후경기전망 CSI도 5포인트 떨어진 72로 조사됐다. 이 역시 2017년 2월(70) 이후 가장 낮다.

정부의 가장 큰 고민인 실업 문제도 여전히 난관이다. 취업기회전망 CSI는 5포인트 내려간 75로 나타났다. 2017년 2월(70) 이래 최저 수치다. 임금수준전망 CSI 역시 3포인트 떨어진 118을 나타내 경종을 울렸다.

가계의 재정상황에 대한 인식지표인 현재생활형편 CSI는 10월과 비교해 1포인트 하락한 90을 기록했다. 생활형편전망 CSI도 90으로, 1포인트 떨어졌다.

 

내수 부진 ‘우려’

이와 함께 가계수입전망 CSI는 97로, 2포인트 떨어졌다. 두 달 연속 100 밑으로 떨어졌다. 그만큼 체감 가계재정 상황이 점차 안좋아지고 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현재가계저축CSI 및 가계저축전망CSI는 각각 90, 91로 모두 전월 대비 2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반해 가계부채전망CSI는 102로 2포인트 상승했다. 가계의 물가전망을 나타내는 물가수준전망 CSI는 146으로, 전월과 같았고 주택가격전망 CSI는 101로, 13포인트나 하락했다.

지난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인식은 2.5%로, 전월 대비 0.1% 하락했다. 향후 1년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0.1% 내려간 2.4%를 기록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가계에 대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한 소비자동향지수(CSI) 중 6개의 주요 지수를 표준화한 것으로 소비자의 체감 경기를 보여준다. 지수가 기준치 아래로 떨어지면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소비자가 긍정적으로 보는 소비자보다 많아졌다는 얘기다.

이처럼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것은 경기 둔화 우려가 고조된 가운데 국내 고용지표 부진, 주가 하락 등으로 가계의 재정과 경기 인식이 모두 나빠진 영향이다. 소비심리를 구성하는 6개 지표는 모두 곤두박질쳤다.

한은 관계자는 "경기 관련지수가 하락한 가운데 생활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가계의 재정상황 관련지수도 약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CCSI 구성지수 중 경기 관련지수 하락은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국내외 경기 둔화 우려, 고용지표 부진, 주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보인다”며 “가계 재정상황 관련지수는 생활물가 상승 등으로 약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주택가격전망 지수 급락은 정부 대출규제 정책 등에 따른 주택거래 둔화, 시중금리 상승, 지방 주택가격 하락 등에서 비롯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향후 1년간의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뜻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월(2.5%)보다 0.1% 떨어진 2.4%였다. 이 수치가 2.4%까지 떨어진 것은 2016년 5∼8월 이후 처음이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임금, 금리, 소비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실제 물가로 연결되기 때문에 중앙은행의 핵심 관리지표 중 하나로 꼽힌다. 기대인플레이션율 하락은 물가가 떨어지길 기다리며 소비를 늦추는 결과를 초래하기 쉽다. 투자 감소로 부진을 겪고 있는 내수가 자칫 소비 침체라는 결정타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 ‘혁신적 포용국가’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다시 한 번 ‘삶의 질 개선’을 강조하고 나섰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삶의 질을 거듭 언급하며 새 정부가 포용적 성장과 혁신성장을 함께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장만을 강조한 과거와 달리 이제는 국민들의 관심이 고용과 소득분배 지표로 옮겨갔지만, 삶의 질이 그에 못 미치고 있다는 문제의식도 제기했다.

김 부총리는 “한국사회는 빠르게 성장했지만 삶의 질의 진전은 경제성장에 못 미친다"며 ”통계자료가 발표될 때마다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것은 지금 현재 한국의 실업률과 소득불균형에 대한 관심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과거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장률과 수출 통계에 관심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바뀌었다"며 "오늘날 한국인들은 고용률과 소득분배 지표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사람들이 삶의 질과 웰빙에 높은 가치를 두고 있다는 것을 강하게 방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총리는 한국이 거시경제지표상 성장·수출 측면에서 견조하게 성장하고 있지만 취업자 수 증가율은 30만명에서 10만명으로 줄었고, 분배관련 지수도 지난 1년간 악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난해 OECD의 BLI(더 나은 삶·Better Life Index)지표에 따르면 한국은 38개국 중 29위"라며 "한국의 새 행정부는 OECD의 포용적 성장과 일맥상통하는 경제성장의 패러다임 전환(소득주도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에 따르면 포용적 성장이란 다수가 성장의 혜택을 누리는 새로운 개념의 성장이다.

김 부총리는 또 하나의 정책기조로 '혁신성장'을 꼽고 "우리의 삶의 질을 높이고 웰빙을 강화하려면 혁신성장이 필요하다"며 "대한민국은 스타트업 생태계 강화와 규제완화, 교육개혁과 노동시장 개혁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다양한 혁신성장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의 발언은 정부의 '혁신적 포용국가' 비전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론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자 최근 '혁신적 포용국가'로의 변모를 꾀하고 있는 모습이다.

얼어붙은 소비자 시장의 상황을 뚫고 ‘삶의 질’ 개선이 현실적으로 어떻게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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