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부, 자만하고 도취돼서 무슨 일 해야 하는지 잊어선 안돼”
“현정부, 자만하고 도취돼서 무슨 일 해야 하는지 잊어선 안돼”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8.12.28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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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학 교수-3회

<2회에서 이어집니다.>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학 교수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학 교수

- 인권과 자유, 생명을 보장하는 미국, 프랑스의 경우와 달리 우리의 헌법 1조에는 인권조항이 없다.

▲ 법이라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잘 살자고 만든 것이다. 국가가 국민을 침해하지 않고 보호받을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국민의 기본 권리와 삶을 보장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1차적인 것이 법이다. 미국이나 프랑스와 달리 우리나라 헌법 1조에는 사실 인권조항이 없다. 헌법을 보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또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등의 국가체제와 권력을 맨 앞부터 강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하지만 지금 와서 그런 조항을 바꾼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법 조항이 있어도 지켜질 리도 없을 것 같다. 예전부터 국가가 있는 법도 안 지켜오지 않았나. 법이 있어도 지키지 않는 나라다. 전태일 열사도 근로기준법 책을 품에 안고 국가를 향해 법을 제대로 지키라고 외치다 분신했잖은가. 국가는 법을 아예 지키지 않고 힘없는 노동자에게만 법을 지키라고 외쳐댔다. 인권을 무시한 악법을 행했다. 소크라테스 말대로 악법도 법인데 국가는 지키지도 않았다. 국가도 악법조차 지키지 않으면서 공정한 법집행을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

 

- ‘폴리티컬 카르텔’화 된 한국정치가 연동형비례제로 요즘 시끄럽다.

▲ 부익부 빈익빈의 정치적 버전인 거대 여당과 거대 야당이 선거제도개혁에 대한 국민요구를 묵살했다. 정의당 등 소수정당의 연동형비례제 개헌도 내팽개쳤다. 그러면서 내년 470조원 예산은 여야 간 나눠 먹기식으로 통과시켰다. 과거에 민주당이 야당이었을 때는 선거개혁법을 바꾸자고 했다가 여당이 되자 자신들의 주장을 뒤엎었다. 다음에 야당이 된다면 다시 안 그럴지 의문이다. 법관들이 하는 짓하고 다를 게 없다. 자기 이권과 내 밥그릇만 지키겠다는 마인드가 똑같다. 이런 것들로 일관된 정치가와 지도자들이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차라리 그런 마인드가 자꾸 깨져나가야 오히려 발전이 있다. 법이 바뀌면 좋겠지만, 안 바뀌면 안 바뀌는 대로 놔둬라. 언젠가 국민 앞에서 깨져버릴 것이다. 민주당이 지금 그런 상태다. 노무현 이후로 재집권을 못한 것처럼 이대로라면 야당으로 다시 되돌아갈 지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그때 되면 다시 연동형비례대표제를 하자고 또 난리 칠 게 뻔하다.

 

- 근시안적 정치행태에 국민들은 답답하다.

▲ 지금 정치권은 국민보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입장만 생각한다. 법도 그런 사람들이 만들기 때문에 지금 나라가 엉망이 됐다. 조금 있으면 그 법에 의해 자신들에게 피해가 갈 건데 그런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한다. 한치 앞도 못 본다. 겨우 4년 앞도 내다 볼 줄 모르는 단견(短見)과 단안(短眼)을 가지고 무슨 일을 하겠나. 만약 다음번 선거에서 패한다면, 다시 반대 입장에 서서 선거제도 고치라고 난리칠 것이다. 남의 일이 아닌데도 정신 못 차리고 있다. 불과 3년 전 야당시절을 기억하지 못하는 바보 같은 사람들이 정치를 한다. 여기에 자기 자신을 잘 모르는 현실, 그게 바로 착각이 아닌가. 자신들은 여전히 잘하고 있다는 착각 속에 안주하고 있다.

 

- 현 정부의 문제점, 무엇이라고 보는가.

▲ 지금 지지율을 강하게 끌어당길 흡입력 있는 인물이 없다. 뚜렷하게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 것도 아니다. 민주당도 그렇고 자유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도 사람들을 흡입할 리더십과 리더가 보이지 않는다. 이렇다 할 노선도 정책도 찾을 수 없다. 그저 자신들끼리 옛날과 비교해서 어떤 것이 더 나을까 계산만 하고 있다. 아주 좋은 것도 없고, 덜 나쁜 것을 놓고 서로 할퀴고 싸운다. 그러면서 밀지도 못하고 당기는 힘도 없다. 현재 경제상황이 아주 어려워지면서 정부 지지율이 50%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 노무현 정부 당시 남북정상회담 뒤에 지지율이 최고치까지 올라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내려갔다. 경제실패로 양극화가 심해졌고 국민의 생활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금이 최대 난국이다. 그렇다고 이 문제가 쉽게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경제문제는 단기간에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특히 ‘정상 자본주의’하에서 일자리 창출도 어렵다. 쉽지 않다. 여기에 임대업자 등 보수적 기득권층들이 진보정권에 맞서 강하게 변화의 틀을 막고 있다.

 

- 초심마저 잃은 건 아닐까.

▲ 문재인 정부는 민중의 지지를 업고 들어섰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신들이 어떻게 해서 ‘박근혜 탄핵’ 사태를 등에 업고 갑자기 승리할 수 있었는가를 알지 않으면 안 된다. 동서고금의 역사를 봐도 승리한 자는 어느 순간, 승리에 자만하고 도취되고 만다. 자신이 어떻게 이겼는지 쉽게 잊는다. 국민에게 좀 더 다가가고 무슨 일을 해야 할까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승리에 취해 버린다. 그러면서 ‘지금 내게 가장 유리한 게 무엇일까’ 고민하면서 정치적, 공학적 계산기를 두드린다. 이러면 모든 게 물거품이다. 그런 징후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적신호다. 과거 노무현 정권에서 나타난 현상이 재현되고 있다. 촛불정권 지지자 이탈이 늘고 있음에도 정신 못 차리고 있다.

 

- 교육도 자본카르텔에서 예외가 아니다. 지금 뿌리교육이 심각한 상황이다.

▲ 한국은 아주 강력한 학벌주의 사회다. 고등학교 졸업 후, 어느 대학에 입학하는가가 이후의 경제적인 삶을 결정하는데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면서 모든 학부모가 자녀교육과 학교문제에 ‘올인’하게 만들었다. 1류 학교 보내는 게 부모들의 지상과제가 돼 버렸다. 학교는 학교대로 애들은 애들대로 교사는 교사대로 힘들어졌다. 교육비부담 때문에 부모도 힘들다. 과거의 교육은 저소득층 자제들도 상류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사다리’가 끊어졌다. 기득권층 자제들이 더 좋은 학교로 갈 가능성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지금의 교육은 오히려 불평등과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제도로 전락했다. 한때 학벌체제 바꾸기 운동차원에서 취업 시 이력서에 학교이름을 쓰지 않기를 했다. 소용없는 일이었다. 기업반대가 심했다. 기업 입장에서도 ‘그럼 뭘 보고 뽑으라는 말이냐’ 반발이 커지면서 무용지물이 됐다.

 

- 학벌주의, 타파할 방법은 없나.

▲ 한 가지 방안이 있다. 이런 말을 하면 공산당이라고 비난할지 모르겠지만, 교육을 평준화하는 거다. 대학을 평준화하면 좋은 대학에 가려고 그런 고생을 할 필요가 없다. 너도 나도 같은 대학을 나오는데 불만이 사라진다. 예를 들면, 대부분의 국민들이 서울대를 선호하기 때문에 국립인 서울대학을 서울대 1대학, 경기도는 2대학, 강원도는 3대학, 경상도 4대학 등등으로 분류하면 된다. 프랑스처럼 1대학, 2대학으로 나누는 것이다. 졸업장도 지역 명칭을 없애고 단지 대학명과 전공과목만 표기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서울대 가기가 아주 쉬워진다. 과외하려고 난리 칠 필요도 없다. 그러면 사립대학들도 따라서 하게 된다. 연세대를 지방별로 나눠서 경기 2대학, 강원 3대학 등으로 정하면 된다.

 

- 평준화라. 근데 이게 과연 실행가능한 일일까.

▲ 그렇다. 이것이 해결되면 모든 게 해결된다. 학교교육에 목 매달 이유도 없다. 3류 대학에 강의를 다니다보면, 3류 대학이라도 그중에 몇 %는 항상 열심히 하는 학생들이 어디에나 다 있다. 1류 대학도 열심히 하는 학생과 안 하는 학생들이 3류 대학과 거의 비슷하다. 이런 애들이 적절히 섞여 있어야 전체적으로 능력이 상승한다. 공부 잘하는 애들을 모아 놓아도 안 하는 애들이 어차피 섞여있기 마련이다. 결국 잘하는 애들이 있어도 공부 못하는 애들만 양산하는 것밖에 안 된다. 잘하는 애들도 학교 ‘레벨’ 때문에 소용이 없게 된다. 인력을 낭비하는 요소들이다. 이런 바보 같은 체제를 위해서 10년 또는 6년 동안을 대학에 보내려 애들을 줄 세우고, 학부모들은 애들 학교 뒷바라지에 ‘올인’하고 있다. 미친 짓이다. 우리 사회가 이런 습관들이 붙어버려 대학 가도 부모가 쫓아다니고 회사에 다녀도 쫓아다닌다. 제 정신이 아니다.

 

- 학부모들이 먼저 반대하지 않을까.

▲ 지금 교육부나 학교나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관료들이 반대할 게 뻔하다. 학부모들도 반대할 것이다. 왜냐면 자기 자식들이 남들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고 자기 자식을 천재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자식이 제대로 된 평가를 못 받고 있다는 ‘환상’을 갖고 있기 때문에 평준화를 반대해왔다. 박정희 시대 때도 학부모들이 평준화에 반대한 사례가 있었지만, 이후에 고교평준화가 시행됐던 때를 보면 오히려 나빠지지 않았다. 지금보다 훨씬 더 교육환경이 좋았다. 문제점도 없었고 아이들 입시도 확 줄어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비평준화가 되면서 대학교 숫자와 서열에 맞춰 입시생들이 줄을 서고 있는 형국이 부활했다. 이를 타파하고 평준화시키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둡다.

 

- 마지막으로 정부와 정치권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촛불정신과 촛불명령을 잊어선 안 된다. 다시 말하지만, 사람은 자신이 승리하게 된 요인을 잘 망각한다. 승리한 이후부터 자신의 이익이 달라지고, 승리에 도취하면서 잊기 시작한다. 자신이 약자였을 때, 승리하게 해준 요인이 무엇이었는가를 빨리 깨달아야 한다. 촛불의 뜻을 깊게 새겨야 한다. 그에 응당한 대가를 국민에게 지불하지 않은 채, 눈앞의 이익만 좇는 모습이 안타깝다. 예를 들면 연동형비례제만 해도 그렇다. 국민이 바라고 소수 야당들이 요구한 법안을 외면했다. 손학규-이정미 두 대표가 10일 만에 단식농성을 풀었지만, 한국당과 민주당은 ‘재고하겠다’는 시늉만 하고 있다. 잘못하면 과거 정권이 했던 것을 되풀이 하는 것밖에 안 된다. 그런 역사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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