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마실 가기] 필동문화예술거리 예술통

재개발, 신도시만 외치는 요즘, 오래된 동네 고유의 분위기를 살려 인기몰이 중인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젊은 상인들이 많이 들어와 꾸며놓은 예쁘고 감각 있는 가게들 덕분에 순식간에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다. 젊은 층들을 공략, SNS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더욱 많은 발길을 끌고 있다. 이렇듯 오래됐지만 다시 뜨는 ‘핫 플레이스’ 동네들을 시리즈로 탐방해본다.

 

필동문화예술거리 예술통은 도시의 버려진 유휴공간에 역사 문화적 배경을 담은 문화예술공간, 재창조의 복합문화공간이다. 서울 중구 필동 및 남산골 한옥마을 일대를 중심으로 시각과 공연예술 뿐만 아니라 음식, 학술 등 다양한 분야의 통섭을 통해 사람과 문화가 어우러진다. 역사와 문화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이어가며, 서로 다른 트렌드가 어우러진 스토리를 담은 문화예술타운이다.

충무로역 4번 출구로 나와 남산골 한옥마을 방향으로 걷는다. 출구에서 나오면 안내 표지판이 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다. 골목으로 들어오면 남산골 한옥마을 입구가 보인다. 그 앞으로 ‘예술통’ 표지판이 있다. 입구라고 해서 별 다를 건 없다. 표지판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가니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작품을 전시해 놓은 공간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말 그대로 거리에 작품들이 전시돼있다.

 

첫 번째 작품은 ‘ㅂㅂㅂㅂ벽’이다. 벽은 가려진 곳, 단절을 의미하며 무관심의 상징이다. 이런 평면의 가려짐에 소통의 공간을 들여놓았다. 작은 윈도우는 어린 시절 담벼락 틈새에 머리 박고 들여다보듯 옹기종기 감상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골목마다 조형물이 있고 그림이 그려있어 돌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구경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남학당과 안내센터가 보인다. 안내센터에선 투어 안내 브로슈어와 스탬프투어 용지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기자가 갔을 땐 스탬프가 전부 제거된 상태여서 사용해보진 못했다. 남학당은 조선시대 중등 교육기관 사부학당 중 하나로 남부학당 터의 서까래와 대들보를 살려 지어졌다. 다양한 전시, 이벤트 등이 열리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사용된다. 남학당 앞엔 거리를 대표하는 듯한 무심한 표정의 캐릭터 동상이 있다. 까까머리에 우람한 체구, 건달포스를 폴폴 풍기는 외모다. 이 캐릭터 동상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예술통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예술통에 있는 식당, 가게들 역시 독특한 형태다. 건물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 된다. 이리저리 뒤틀린 모습이 있는가 하면 건물 외관에 화려한 페인팅을 하기도 했다. 거리 곳곳에는 영상작품을 볼 수 있는 기계가 있다. 작은 돌멩이 하나까지도 이곳에선 예술 작품이 된다. 귀여운 얼굴들이 그려져 있다. 곳곳이 포토존인 셈이다. 빠르게 지나가다간 숨어있는 작품들을 놓칠 수 있으니 꼼꼼히 살펴보자.

‘사변삼각’, ‘둥지’란 작품을 보러 올라가는 길에는 쉼터가 있다. 나무와 판자로 대충 만들어 놓은 것 같지만 주민들에겐 유용하게 쓰인다. 자판기와 앉아서 쉴만한 의자까지 구비돼있다. 쉼터 곳곳에 캐릭터를 달아 장식을 했다. 테이프를 칭칭 감은 자판기조차 하나의 작품 같다.

 

골목골목 돌고나면 예술통은 남산골 한옥마을로 이어진다. 무료입장이다. 넓은 한옥마을에는 다양한 전통문화체험과 구경거리들이 있다. 남산골 한옥마을은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서울 10대 한류명소 스탬프투어 장소로 지정돼 외국인에게도 사랑받고 있다. 예술통 구경을 위해 들어왔지만 한옥마을 구경에 빠졌다. 워낙 넓어서 아이들이 뛰어놀기에도 좋았다. 활쏘기, 활 만들기, 염색체험, 떡만들기 체험 등 계절마다 다른 체험을 할 수 있다. 또 매주 토요일에는 조선시대 저잣거리를 테마로 한 1890 남산골야시장이 열린다고 하니 참고하자.

평일 오후여서 그런지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드물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탓일까. 아니면 추운 날씨 탓일까. 아직 준비 중인 전시관도 있고 스탬프도 제거해놓은 상태다. 중간 중간 망가져서 영상이 나오지 않는 전시물들도 있었다. 이런 점들이 개선되고, 예술통이 더 많이 알려져 인기 있는 데이트, 나들이의 명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