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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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영식
  • 승인 2019.02.08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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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뉴스지금여기] 장영식의 포토에세이

 

우리는 고 김용균 님의 장례 이후에도 그와 어머니의 정신을 잊지 않고 기억할 것이다. 지금도 용균이 동료들은 생사를 오가는 환경에서 일하고 있음도 잊지 않을 것이다. 용균이 동료들의 부모님들이 어머니와 같은 아픔 겪지 않게 하기 위해 용균이와 어머니의 뜻을 받들어 끝까지 함께할 것이다. ⓒ장영식
우리는 고 김용균 님의 장례 이후에도 그와 어머니의 정신을 잊지 않고 기억할 것이다. 지금도 용균이 동료들은 생사를 오가는 환경에서 일하고 있음도 잊지 않을 것이다. 용균이 동료들의 부모님들이 어머니와 같은 아픔 겪지 않게 하기 위해 용균이와 어머니의 뜻을 받들어 끝까지 함께할 것이다. ⓒ장영식

설날에 합의 소식이 날아왔습니다. 이에 따라 유가족과 시민대책위 측은 설날에 광화문 단식농성장에서 합동 차례와 기자회견을 하고, 오는 9일 고 김용균 님의 장례를 치르기로 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어머니는 “지금도 용균이 동료들은 생사를 오가는 환경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 부모들이 저 같은 아픔 겪지 않게 하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부산에서는 청년들이 매주 토요일 서면 쥬디스 태화 앞에서 고 김용균 님의 추모제를 거행하고 있었습니다. 이 추모제에서 부산청년유니온위원장인 하정은 씨가 고 김용균 님의 어머니께 드리는 편지를 낭독했습니다. 하정은 씨는 고 김용균 님과 동갑이라고 합니다. 비록 합의가 이루어지기 전이었지만, 하정은 씨의 편지를 소개합니다.

 

부산 청년들이 고 김용균 님의 추모제를 마치고, "죽음의 외주화를 중단하라"고 외치며 서면 거리를 행진하고 있는 모습. ⓒ장영식
부산 청년들이 고 김용균 님의 추모제를 마치고, "죽음의 외주화를 중단하라"고 외치며 서면 거리를 행진하고 있는 모습. ⓒ장영식

'고 김용균 님의 어머니께 드리는 편지'

어머니 안녕하세요. 저는 부산에서 청년추모행동을 하고 있는 하정은이라고 합니다. 멀리 부산에서 이렇게나마 편지를 쓰게 되었는데요. 제 마음이 그리고 부산 청년추모행동 회원들의 마음이 멀리 서울까지 닿기를 바랍니다. 어머니, 저는 청년 노동조합에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횟수로는 이제 4년 반쯤 접어들었겠네요. 그간 노조활동을 하며 참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다 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한두 번의 소식이 아니었고, 저는 누군가가 일하다 죽었다는 그 마음 아프고 분노스러운 일을 어느새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김용균 님의 사고 소식을 접했습니다. 자신의 일터를 바꾸고자 피켓을 들고 있던 용균 님의 모습, 그 모습이 저에게 참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저와 동갑이었던 그 친구, 위험한 일터를 바꾸고자 했지만, 결국 세상을 떠나게 된 그 친구가 저에게는 참 너무 아팠고 미안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제 주변 모두의 마음을 그렇게 울린 사람이 용균 님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언제까지 내 또래의 청년이 비정규직으로 하청으로 내몰려 죽어야 할까 하는 분노로 절실함으로 청년들이 모였고, 매주 부산에서 추모행동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아들을 잃고 투사가 되신 어머님께 유가족께, 힘이 되고자 매주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어머니, 곧 설날입니다. 설 전에는 반드시 장례를 치르고 싶다고, 차가운 냉동고에서 아들을 꺼내고 싶다고 하시던 말씀이 저희 마음을 또 한 번 울리고 있습니다. 용균 님이 없는 설, 어머니의 마음이 도저히 어떨지 상상조차 되지 않습니다. 저희 역시 이번 설날이 참 야속하기만 합니다. 어머니를 생각하면, 그리고 일터에서 목숨을 잃었던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하면, 앞으로도 위험한 일터에서 일을 해야 할 수많은 노동자들을 생각하면 저희도 어머님과 마찬가지로 평소처럼 설 명절에 즐거운 마음으로 집에 가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설 명절에도 마음을 어머니와 유가족 분들을 생각하며 마음으로나마 함께하겠습니다.

어머니, 어머니가 만들고자 하는 안전한 사회, 비정규직, 하청이 없는 세상은 우리 청년들에게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길입니다. 어머니가 만들고자 하는 그 세상, 언제나 부산의 청년들이 함께하겠습니다. 어머니가 그 세상을 만드는 데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어머니는 안전한 사회로 한 발짝 나가는 데 큰 일을 하시고 계시고, 많은 하청노동자들의 삶을 바꿔 내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그 걸음이, 용균 님이 우리 사회에 던진 그 메시지가 결국은 더 이상 청년들이 죽지 않는 세상 비정규직 하청이 없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데 큰 힘입니다.

힘내시라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말로만 힘내라는 기계적인 위로가 아니라 어머니가 가시는 길, 지치지 않도록 힘 잃지 않도록 항상 옆에서 함께하겠다는 다짐으로 약속으로 힘 드리겠습니다.

어머니, 추운데 건강 조심하시고, 저희가 용균 님이 되어 함께하겠습니다.

정은 올림

 

매주 토요일마다 있었던 고 김용균 님의 추모제에서 부산청년유니온위원장인 하정은 씨가 고 김용균 님의 어머니께 드리는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장영식
매주 토요일마다 있었던 고 김용균 님의 추모제에서 부산청년유니온위원장인 하정은 씨가 고 김용균 님의 어머니께 드리는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장영식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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