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를 차별, 억압, 배제의 근거로 삼지 말라’는 똘레랑스 메시지 아직도 유효"
"‘차이를 차별, 억압, 배제의 근거로 삼지 말라’는 똘레랑스 메시지 아직도 유효"
  • 최규재 기자
  • 승인 2019.02.1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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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나는 영원한 빠리의 택시운전사’ 홍세화 선생-2회

<1회에서 이어집니다.>

홍세화 선생
홍세화 선생

- 우리사회에서 좌파를 규정하자면.

▲ 현 상황에서 좌파 세력을 규정짓기란 어렵다. 민주당의 경우처럼 좌파가 아닌데 좌파로 불리는 세력들도 많다. 사실 신자유주의를 등에 업은 이들은 정통좌파가 될 수 없다. 신자유주의는 김대중 정부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모든 규제를 풀어놔서 정부축소론 논란이 그때부터 일었다. 박근혜 정부도 모든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문재인 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통좌파의 복원은 분단된 우리 상황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른 사회에서도 안 된 사회주의가 과연 우리와 같은 사회에서 가능할지 의문이다. 젊은 세대들에게 이념적으로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사회주의화의 필연성은 논의자체가 불가능해 보인다.

 

- 진보신당 대표를 지냈다. 결과적으로는 당이 해산됐다. 향후 정치활동 계획은 없는지.

▲ 나이가 있어서 앞으로 현장 정치활동은 어렵다(웃음). 다만 젊은 사회주의자들이 조금 더 활동공간을 넓힐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사회주의적 전망을 갖고 있는 젊은이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 통합진보당 해산 사태 이후 진보정당의 입지가 좁아졌다. 재건이 가능한지.

▲ 자유한국당이 민주당을 향해 좌파라고 목청을 높이는데, 이 얼마나 황당한 상황인가. 민주당은 그야말로 보수우파이며 자유주의 보수세력이다. 거기에 자유한국당이라는 극우보수 세력과 더불어 대한민국의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사회 진보정당이 제대로 설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분단에 의해 규정된 문제가 심각하다. 지금으로서는 남북관계 변화가 가져올 긍정적이 면이 있다. 이 부분에 희망을 걸 뿐이다.

 

- 그나마 정의당이 버티고 있는데.

▲ 제가 생각하는 진보정당과는 좀 차이가 있다. 이해 정도만 한다. 한국사회 구성원들의 의식지형에 맞추려다보니 정의당이 일정 정도 양보를 한 것이다. 원래 가야할 길을 제대로 가지 않고 타협 또는 양보를 하고 있다. 그들의 선택은 이해할 수 있다. 그만큼 우리사회가 우경화되었다는 반증이다. 분단체제에서 남북관계가 기적적으로 바뀐다면 남쪽의 진보정당의 입지도 나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 작은 정당들이 살아나려면 선거제도를 바꿔야하는 문제도 있다.

▲ 선거제 개편은 중요한 사안이다. 시스템 문제와 관련 가장 중요한 건 선거제 민주화의 전선을 바로 민주세력이라고 자부하는 더불어민주당이 흩트리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화의 전선이 있다면 그 반대쪽엔 적폐세력인 자유한국당, 조중동과 재벌 등이 있다. 그런데 국회에서 선거제 문제와 관련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이 두 거대양당이 죽이 맞는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민주당의 태도는 볼썽사납다. 민주화의 전선을 그들 스스로 흩트리고 있다. 힘이 약한 것도 아닌데 자신들의 이익과 권력 사유화만을 관철시키기 위해 모순적인 행동을 보이고 있다.

 

- 지난해 노회찬 의원의 죽음에 많은 이들이 슬퍼했다. 함께 해온 동지로서 심정은 어떤지.

▲ 진보좌파의 미덕 중 하나는 겸손이다. 끊임없이 자기 스스로 변화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계몽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선 안 된다. 또 다른 미덕은 조급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하다. 이런 자세로 임하지 않으면 어느새 패배주의로 빠진다. 노회찬 의원도 아마 이런 고민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정치활동을 하려면 여러 조건들을 갖춰야 한다. 물적 토대도 부족한데다 돈은 기득권에게 쏠려 있었으니 실수 아닌 실수를 하게 된 것 아니겠는가. 그런 문제로 삶을 마감한 게 너무 안타깝고 슬프다. 자유한국당의 뻔뻔함에 비하면 아무 문제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 대표저작인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는 출간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꾸준히 읽히고 있다. ‘똘레랑스’라는 용어는 이 책의 기조음과 같다. 우리사회도 어느 정도 변화한 것 같다. 똘레랑스 정신, 여전히 부족한 사회라고 생각하나.

▲ 당연히 앞으로도 유효해야 하고 끊임없이 똘레랑스에 대한 인식을 사람들에게 심어줘야 한다. 제 책이라고 해서 주장하는 게 아니라, 실제 현실을 보면 똘레랑스 정신이 반드시 관철돼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난민 문제, 한국의 인종주의 문제, 배타적 문제, 강자 이데올로기,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문제, 차별금지법 문제 등 여전히 당면한 문제다. 당연히 해결돼야 하는 문제들인데 똘레랑스의 부재로 진전이 거의 없다. 그런 흐름이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다수의 국민들은 서로가 공존해야 한다는 정신자세를 갖고 있지만, 망가진 우리교육과 정치권력, 사법권력, 경제권력 등의 횡포로 똘레랑스의 구현이 쉽지는 않다. 하루아침에 타자에 대한 공존이 논의될 리 만무하다. 시리아 전쟁난민 100만명 넘게 독일의 우파정부가 받아들였는데, 우리는 500명 왔다고 혐오하고 있는 상황이다.

 

- 똘레랑스의 나라인 프랑스는 국외자들 문제로 보수화되었다는 평가다.

▲ 극우세력들이 국외자 문제를 경제 문제와 연결하고 빌미삼아서 보수세력이 득세한 건 사실이다. 프랑스뿐만 아니고 현재 유럽의 현상이다. 그럼에도 그것은 한국과의 비교대상이 아니다. 층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들의 보수는 한국사회 기준에서 민주당 정도이다. 민주당이 거기 가면 보수가 되는 현실이다. 그리고 그쪽 사회에서 국외자를 혐오하는 이들은 소수이다. 유럽의 19세기는 노예해방이, 20세기는 여성의 참정권이, 21세기는 성소수자가 해방되면서 의식이 전환된다. 21세기는 나아가 기본소득 보장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데, 차별금지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우리사회가 프랑스 나아가 유럽의 보수화를 언급할 자격이 없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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