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극한직업’

 

영화 극한직업 포스터
영화 <극한직업> 포스터

<과속스캔들>, <써니>, <타짜- 신의 손>의 각색을 거쳐 <힘내세요, 병헌씨>, <스물>, <바람바람바람> 등의 작품을 연출하며 코미디의 연금술사로 각광받아온 이병헌 감독. 특유의 촌철살인 대사에 마약치킨 위장창업 수사라는 기발한 소재와 설정까지 더한 코믹 수사극 <극한직업>(1월 23일 개봉)이 연일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해체 위기의 마약반 형사 5인방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일생일대의 수사를 앞두고 일상이 180도 뒤집힌다. 범죄조직의 아지트 앞 치킨집을 인수하며 본격 위장창업을 감행한다. 낮에는 치킨장사, 밤에는 잠복근무로 기상천외한 이중생활을 시작한 것. 치킨이 뜻밖의 대박을 터뜨리면서 이들은 범인보다 닭을 잡고, 썰고, 튀기고, 버무리는데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며 본업인 수사보다 장사에 몰두하게 된다. 닭을 팔기 위해 수사를 하는 것인지, 수사를 하기 위해 닭을 파는 것인지 정체성의 혼란을 느낀다.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 해체 위기 마약반의 고반장(류승룡)은 신바람 난 대박 맛집 사장님으로, 정의감에 몸이 먼저 반응하는 마약반의 만능 해결사 장형사(이하늬)는 대박 맛집의 철두철미한 홀 서비스 매니저로, 마약반의 사고뭉치 마형사(진선규)는 대박 맛집의 절대미각 주방장으로 거듭나는 한편, 마약반의 고독한 추격자 영호(이동휘)는 멘탈이 붕괴된 운전사로 전락하고 마약반의 위험한 열정 막내 재훈(공명)은 절대 맛집의 주방 보조로 양파를 까고 썰며 화생방을 방불케 하는 하루하루를 보낸다.

개봉전 기대감이 별로 없던 영화가 승승장구한다면 뒤통수를 탁 맞은 느낌이 든다. <극한직업>이 그랬다. TV에서 나오는 예고편을 보고 혹해서 영화를 본 적이 많다. 자극적인 요소가 가득해 이목을 끌던 광고를 보고 영화관을 찾아가면 대부분 실망뿐이었다. <극한직업>도 전형적인 한국 코미디 중 하나겠지, 예고편에 보여준 재미가 전부겠지 생각했다. 하지만 개봉과 함께 독주를 하고 있다. SNS에는 <극한직업>을 본 인증사진이 끊임없이 올라왔고, 후기도 대부분 좋았다. 한국 코미디가 거기서 거기 아닌가, 뭐가 그렇게 재밌다는 거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냉큼 영화관을 찾아갔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재밌다. 한국 영화도 이렇게 재밌을 수 있구나 느꼈다. 코미디에도 시대가 있다. 시대마다 웃음 포인트, 유행이 다르다. 요즘엔 가벼운 농담이 포인트가 아닐까. 친구들과 주고받듯 가볍게 던지는 농담. 이 영화 역시 그 포인트를 제대로 인지하고 있다.

 

영화 극한직업 스틸컷
영화 <극한직업> 스틸컷

코미디 장르 하나만 뚝심있게 파온 이병헌 감독. 이 분야에선 장인일 수밖에 없다. 이전 작품 중 <스물>도 그랬다. 20대 청춘들을 공략해 그들의 시선에 맞춘 웃음코드를 제대로 공략했다. 아주 치밀하고 세심하다. 뻔하지 않다. 코미디 영화들은 ‘이 부분에서 웃어야 돼!’라는 강박관념을 주기 마련이다. 억지로 웃음을 유도하다 되레 자칫 유치해지기도 한다. <극한직업>은 다르다.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 포인트를 던지지만 관객들은 덥석 받아 문다. 중간 중간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유치함도 너그럽게 눈감아 준다. 111분이 어떻게 흘러간지 모를 정도로 즐겁게 볼 수 있다. 지루한 요소가 없다. 가볍게 웃으며 보다보면 어느새 끝이 난다.

배우들의 호흡도 한 몫 했다. 류승룡을 구제해준 영화라고들 한다. 이전까지 맡아온 작품들에서 실망을 많이 한 팬들은 <극한직업>에서 그의 화려한 귀환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 이게 우리가 알던 류승룡이지. 이하늬는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코미디가 어울릴까 싶었지만 착각이었다. 미스코리아 이미지를 잠시 벗어던지고 완전히 망가졌다. 그 열연 덕분에 그녀는 더 아름답게 보였다. 왜 이제야 주목을 받을까 싶은 배우 진선규. 매 작품마다 새로운 이미지로 변신해 놀라움을 자아낸다. <범죄도시>에서 진짜 화교출신이 아니냐는 의혹을 살 정도로 살벌한 연기를 펼쳐 이목을 끌었다. 그 후 꾸준하게 사랑을 받으며 이번엔 사고뭉치, 코미디로 무장한 마형사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 이동휘, 공명도 마찬가지. 부딪칠 수도 있는 캐릭터였지만 호흡이 남다르다. 마치 이전부터 한 팀인 듯 자연스럽다.웬만한 개그프로그램을 봐도 웃음이 나오지 않는 요즘 세태에 마치 단비 같은 영화다. 지친 사회인들에게 가볍게나마 웃음을 주는 영화. 가벼운 농담으로 가득하지만 잘 짜인 스토리가 받쳐줘 인기를 끌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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