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소정 지음/ 앨리스

 

연분홍빛 타일, 모락모락 김이 나는 뜨끈한 물, 습기로 뿌옇게 된 창문, 열기에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 뜨거운 물을 한 바가지 가득 떠서 몸에 끼얹는 짜릿한 순간. 그리고 개운한 몸과 마음으로 마시는 고소한 우유 한 모금. 이쯤 생각하니, 온천에 가고 싶어진다. 

하지만 막상 ‘온천’이라고 하면 ‘값비싼 료칸에서 대접받고’ ‘호화롭고 돈이 많이 드는’ 등의 이미지 때문에 엄두가 잘 나지 않는다. 또 혼자 가볍게 즐기기보다는 보통 가족 단위로 떠나는 ‘힐링 여행’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데, 여기 홀로 작정하고 온천에 다녀온 사람이 있다. 그것도 하루에 기본 세 곳, 내키면 열 곳까지 벳푸 구석구석의 숨어 있는 온천을 찾아서 말이다. 

'온천 명인이 되었습니다'는 온천에 힘을 쏟고 다시 온천에서 힘을 얻는 시간을 그려낸 조금은 특별한 여행기다. 평범한 회사원이 우연히 온천의 매력에 빠져 ‘벳푸 온천 명인’에 도전하는 여정의 기록이자 온천에서 마주한 현지의 풍경, 벳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분명 여행자에게는 제한된 시간에 온천에 방문해 목표한 도장 개수를 모으는 것이 관건이겠지만, 지은이의 온천 순례는 결코 ‘온천이 남느냐, 내가 남느냐’ 하는 승부의 세계에만 머물지 않는다. 알몸의 기념사진을 찍어준 할머니, 온천 법도를 가르쳐준 아주머니처럼 이름 모를 사람과의 우연한 만남을 비롯해 온천 안팎에서 만난 온천 명인 선배들과 친구들이 거기 있기 때문이다. 모두 한 마음으로 지은이의 도전을 응원해주었기에 ‘온천 명인’이라는 성취를 이룰 수 있었다.

'온천 명인이 되었습니다'는 ‘벳푸’라는 소도시를 ‘온천’이라는 테마로 여행하는 책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기쁨’을 (정말로) 몸소 체험해 성취하는 이야기다.

좋아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특별하다. 또 무언가 좋아하게 되면, 매일 반복되는 하루가 새롭게 느껴진다. 이는 일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매일을 더 윤기 있게 해준다. 지은이 역시 우연히 온천에 몸을 담근 이 후로 목욕 가방 들고 낯선 골목을 거니는 상상을 현실로 만들었고, 결국에는 온천 명인이 되었다. 이 책을 통해 벳푸 온천 여행의 행복을 만나기를, 더불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혼자만의 기쁨을 만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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