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옥 지음/ 아트북스

 

뮤지엄이라 하면 흔히 유물 또는 문화재를 수집하고 보관하며 전시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서 뮤지엄의 패러다임에도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오늘날 뮤지엄은 단지 작품 관람을 위한 공간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의 경험과 참여를 이끌어내고,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며, 휴식과 영감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까닭에 뮤지엄에서 디자인의 역할과 기능은 점차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는 추세다.

'뮤지엄×여행'은 국립민속박물관의 디자인 담당 큐레이터이자 전시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지은이가 지난 10여 년 동안 세계 각지의 뮤지엄을 직접 발로 누비며 기록해온 여행기다. 공간 큐레이터는 공간 연출, 전시 방식, 커뮤니케이션 기법 등을 다루면서 뮤지엄의 콘텐츠와 관람객을 매개하는 역할을 한다. 이 책에서 지은이는 공간 큐레이터의 관점으로 뮤지엄의 공간 미학적 특징을 발견하고 세계 여러 뮤지엄에서 몸소 겪은 아름다운 관람 경험에 대해 서술한다. 그리하여 기존에 역사와 유물 중심으로 해석된 뮤지엄 소개서나 관광 안내서에 실린 획일적인 내용과는 다른 신선한 시각으로 뮤지엄을 만날 수 있게 해준다.

책은 무엇보다 뮤지엄이라는 장소에 대해 사람들이 갖고 있는 기존 이미지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를 권한다. 뮤지엄을 “오래되고 고루한 물건을 진열해놓은 정지된 공간”으로 기억되는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지은이는 뮤지엄을 “과거이면서 현재이고, 또 미래의 장소”라고 주장한다. 과거의 유물을 담고 있지만 현재의 기법과 방식으로 재구성하여 서로 다른 시대와 다른 문화를 연결해주고, 때로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상상력을 불러일으켜 미래를 내다보게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곧 뮤지엄의 변화된 기능과 확장된 역할, 새로운 패러다임을 반영한 견해이기도 하다.

'뮤지엄×여행'의 밑거름이 된 것은 ‘신디의 박물관 여행’이라는 지은이의 개인 블로그다. 그는 그곳에 전시 디자인 분야에서 실무를 해온 지난 10여 년 동안 자신이 방문했던 세계 각지의 수많은 뮤지엄을 차곡차곡 기록해왔다. 업무를 위한 출장에서, 연구를 위한 답사에서, 휴식을 위한 여행에서도 빼놓지 않고 뮤지엄을 방문했고, 이렇게 만난 좋은 뮤지엄과 훌륭한 전시는 에너지와 영감을 얻는 자양분이 되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지은이가 방문했던 수많은 뮤지엄 중에서도 각별하게 기억되는 장소에 대한 기록을 보강하고 다듬어 완성한 것이다. 그리하여 책에는 열한 개 국가, 스물다섯 개 도시에 있는 서른여덟 곳의 뮤지엄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공간 미학적이고 디자인적인 관점으로 살핀 결과, 책에서 다룬 뮤지엄들은 주로 유럽과 미국, 일본에 집중되어 있다. 이들 지역은 다른 국가들보다 일찍 뮤지엄의 역사가 시작되어 비교적 선구적인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더 언급하자면 지은이는 이 책에서 ‘박물관’ ‘미술관’이라는 말 대신 주로 ‘뮤지엄’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역사적 유물, 예술작품, 학술자료 등이 주요 콘텐츠인 뮤지엄이 우리나라에서는 전시하는 대상에 따라 박물관, 미술관, 홍보관 등으로 번역되는데, 이는 뮤지엄이라는 원어가 가진 뉘앙스를 한정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가령 미술관에서 고고학적 유물이 전시될 수도 있고 박물관에서 예술작품이 전시되기도 하는데 이를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정확히 구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사박물관’이나 ‘자연사박물관’처럼 박물관으로 고착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능한 한 뮤지엄이라 칭했다.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