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가 사는 이곳은 천국일까, 지옥일까
지금 우리가 사는 이곳은 천국일까, 지옥일까
  • 정다은 기자
  • 승인 2019.03.15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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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영화 톺아보기] ‘트루먼쇼‘(1998년)

 

영화 ‘트루먼쇼‘ 포스터
영화 ‘트루먼쇼‘ 포스터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나만이 이 세상의 주인공이고 날 중심으로 모든 게 흘러가는 것은 아닐까. 혹은 어떤 외계의 생명체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을 낱낱이 지켜보고 있는 건 아닐까. 마치 집에서 학습용 개미를 키우는 것처럼 말이다. 개미들은 땅을 파고 그들의 습성대로 살아가지만 사실은 우리가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공간 안에서 살아가는 것일 뿐이다. 우리도 학습용 개미와 같이 그런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뚱딴지같은 생각이겠다. 하지만 지금 소개할 영화는 그런 뚱딴지같은 생각들이 결코 그저 ‘뚱딴지’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 <트루먼쇼>(1998년)다.

30세의 보험회사 직원 트루먼. 집과 회사를 시계추처럼 오가며 살고 있다. 트루먼은 아버지를 일찍 여읜 것 말고는 큰 어려움 없이 성장해서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 동창 메릴과 결혼한다. 쾌활하고 유머러스한 트루먼은 좋은 남편이자 성실한 직장인이고 건전한 시민이다. 하지만 트루먼은 무료한 일상에 회의를 느끼고 남몰래 피지로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트루먼이 피지를 선택한 것은 대학 시절 잠깐 만났다가 영문도 모른 채 헤어진 첫사랑 실비아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트루먼은 아내가 여행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아이를 낳을 생각뿐이라는 걸 알게 되자 혼자 떠나기로 작정한다.

놀라운 것은 이런 트루먼의 삶이 태아 때부터 30년 동안 TV를 통해 전 세계에 24시간 생중계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사는 세상은 거대한 세트고 그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은 각자의 역할을 맡은 배우에 불과할 뿐이다. 그의 일상에 등장하는 모든 제품은 사실 광고를 위해 협찬된 물품들이고, 물 공포증조차도 그가 먼 곳으로 떠날 수 없게 조작된 것이었다. 그리고 이 엄청난 텔레비전 쇼는 크리스토프라는 감독에 의해 총괄 지휘되고 있었다.

피터 위어 감독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트루먼쇼>. 매스미디어의 횡포와 그 속에 희생되는 인간이라는 명백히 드러나는 주제로 인해 오히려 저평가될 소지가 있었다. 영화 개봉 전부터 말이 많았던 이유다. 짐 캐리가 맡은 역할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논쟁도 일었다. 그가 출연하기엔 영화 내용이 재미가 없다는 팬들의 반대 의견이 많았던 것이다. 하지만 꼼꼼히 뜯어볼수록 감독의 치밀한 연출력에 모두가 찬사를 보내게 됐다.

 

영화 ‘트루먼쇼‘ 스틸컷
영화 ‘트루먼쇼‘ 스틸컷

‘감동적인 것을 떠나서 무섭기까지 한 영화’란 후기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나의 세상을 의심하는 게 아니라,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우리의 모습과 닮았기 때문이다. <트루먼쇼>를 만들어낸 크리스토프 감독과 <트루먼쇼>에서 연기를 하는 배우들의 모습은 일상을 사는 우리들 모습 그대로다. 그들은 트루먼이 사는 ‘씨헤븐’은 천국과도 같은 곳이며 씨헤븐 밖의 세상은 지옥과도 같다고 말한다. 그 천국 같은 공간 안에서 그들은 자기가 아닌 모습으로 살아간다. 씨헤븐과 트루먼에 맞춰 살아가는 것이다. 현재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원하지 않는 세상에서 행복한 척 연기를 하며 살아가진 않는 걸까. 내가 진정 하고 싶은 것도 모른 채 남의 시선에만 전전긍긍하며 살아가진 않는 걸까.

영화는 열린 결말로 끝난다. 다양한 해석들이 많지만 가장 중요한건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화는 이 세상의 모든 트루먼들에게 뚜렷한 메시지를 전한다. 현재 살아온 삶을 한 번 돌아보라고, 혹시 자신이 트루먼처럼 살고 있지 않느냐고 말이다. 이런 말이 떠오른다. ‘선택에 의하지 않은 천국은 지옥과도 같다.’

20여 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 같지 않다. 그 시대에 이런 상상을 했다니 놀라울 뿐이다. 오히려 현재의 우리 사회에 가장 적확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마치 세상을 씨헤븐이라 착각하고 사는 사람들. 우리는 지금 어떤 세상에서 누구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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