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보다 1인당 전기소비량 두 배, 풍요보다 적정사회로 가야”
“선진국보다 1인당 전기소비량 두 배, 풍요보다 적정사회로 가야”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9.04.10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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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3회

<2회에서 이어집니다.>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

- 원전부활을 꿈꾸는 세력이 여전한데.

▲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정책은 미세먼지 해결에 필수적이다. 반 탈핵 주창자들이 이것을 모를 리 없다. 일반 국민들은 잘 모른다 해도 원자력 전문가들은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원자력’을 외친다. 야권의 일부 정치인도 이구동성으로 부추기는 상황이다. 이들의 관심은 미세먼지가 아니다. 화려한 원전부활이 목적이다. 미세먼지 전문가와 관련 당국이 원전세력가들의 논리적 허구성을 간파해야 한다. 이에 대응한 미디어전략을 통해 국민에게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 전달과정에서 오판이 없도록 반 탈핵 세력이 만들어내는 가짜뉴스를 경계해야 한다.

 

- 핵폐기물도 문제다.

▲ 원자력발전은 두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하나는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원전사고 같은 안전사고다. 또 하나가 ‘사용 후 핵폐기물’ 처리 문제다. 후쿠시만 사고는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용 후 핵폐기물’ 문제는 시한폭탄 상황이다. 발전소에는 핵폐기물이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저장소에 가지 못한 채 포화상태로 방치된 상태다. 안전한 상태까지 도달하려면 약 1만년이 걸린다. 웬만하면 원전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나 오랫동안 원전을 신봉하고 원전으로 밥 먹고 살던 기득권 사람들이 반대한다. 사회갈등을 일으키고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 최근 자주 일어나는 지진도 원전 안전에 큰 문제다.

▲ 핵폐기물의 가장 큰 문제는 지진이나 자연재해로부터의 안전이다. 또 하나가 운반이다. 예를 들어 핵폐기물을 트럭에 싣고 영광원전에서 동해안까지 갈 경우, 도중에 사고가 날 수도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그래서 원전을 주로 바닷가에 세우는 것이다. 우리는 삼면이 바다이기 때문에 배로 운송한다. 일본이나 미국, 한국은 가압경수로를 쓴다. 물 냉각 방식이다. 우크라이나 내륙에 있던 체르노빌 원전은 방식이 달랐다. 흑연을 감속제로 썼다. 1986년에 체르노빌 원전이 터졌을 때, 일본은 ‘체르노빌은 흑연을 쓰지만 우리는 물을 쓰는 가압경수로이기 때문에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후쿠시마 원전이 터졌다. 세상에 안전한 원전은 없다. 문재인 정부도 독일이나 영국처럼 신재생 에너지로 가고 있다. 대기오염이 심각한 중국도 재생에너지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여전히 산업화로 인해 전기를 많아 써야 하기 때문에 원전을 늘리고 있다.

 

- OECD 다른 국가들에 비해 석탄사용 비율도 높다.

▲ 선진국들은 우리보다 빠르게 탈 석탄정책을 펴오고 있다. 우리는 그나마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만 노후한 석탄발전소를 ‘셧 다운’(Shut Down, 가동중단) 시키고 있고, 원전처럼 더 이상 수명연장 정책을 쓰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OECD 국가에 비해 석탄사용 비율이 높다. 일각에서는 석탄발전을 완전히 없애는 목표시기를 좀 더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압력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그렇다고 에너지는 무조건 없앨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응하는 만큼 다른 에너지로 대체해줘야 한다. 그러다 보니 미세먼지가 없는 클린에너지로서 원전을 쓰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 최근 중국이 산둥반도 앞바다에 해상원전을 추진하고 있다. 한반도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텐데.

▲ 원전은 아무래도 바다를 끼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중국이 한반도와 가까운 칭따오(靑島)와 산둥반도에 원전을 계획한 것이다. 만일 해상원전이 사고라도 나면 한반도가 타깃이 되고, 70~80% 피해를 입게 된다. 체르노빌이 그랬다. 과거 소련연방 우크라이나 내륙에 있던 원전이 터졌을 때, 불과 수 킬로미터 떨어져 있던 벨라루스로 바람이 불면서 피해를 크게 입었다. 우리의 경우 과거에는 중국과 몽골에서 황사가 넘어왔지만 지금은 중국의 엄청난 공업화로 미세먼지가 심각해졌다. 중국에서 미세먼지가 많이 넘어 오고 있는 것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이지만 계절과 날씨, 일기에 따라서 날아오는 양이 그때마다 많은 차이가 난다.

 

- 정부의 구체적인 대응책이 없는 것 같은데.

▲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문제는 국경을 넘어오는 게 일단 확실하기 때문에 양국 간에 협약을 맺어서 감축목표를 세워나가면 된다. 외교적으로 정보교류와 협력문제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원전은 좀 다르다. 이번 중국의 해상원전 문제를 가지고 ‘당신네 나라 원전에서 사고가 나면 우리에게 피해가 오니 짓던 계획을 취소하시오’라고 말할 수가 없다. 국제적으로도 그런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 물론 중국이 일부러 미세먼지를 일으킨 것도 아니고, 원전사고를 일으키지 않겠지만 당장 우리가 잠재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 중국의 경우 재생에너지 정책에 집중하고 있는데.

▲ 일전에 중국 관계자가 와서 발표를 했는데, 중국이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환정책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고 했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중국은 워낙 거대하고 공업화 속도가 빠르다 보니까 지금의 에너지로 감당이 안 된다. 그래서 석탄을 아직까지 쓰고 있다. 석탄매장량이 풍부한데다 얼마 전에는 100만 명이 100년 동안 쓸 수 있는 셰일가스가 발견됐다. 이 가스는 석탄보다 오염물질이 아주 적게 나온다. 휘발유에 비하면 적다. 우리가 LPG 자동차로 선회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과 관련 일본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문제도 촉각을 곤두서게 하고 있다.

▲ 1차에서 패소했기 때문에 2차에서도 그럴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처음에 한국이 후쿠시마 수산물을 수입 금지했고, 국내에서 방사능 파동이 벌어지고 나서 8개현으로 수입 금지 범위를 넓혔다. 일본은 후쿠시마 수산물과 관련 어떤 조치를 하지 않겠나. 수산물 생산지 세탁 같은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전라도 쌀을 인천에서 가공해 경기미로 둔갑시키고, 중국산 조기를 영광에서 얼마동안 양식한 후 영광조기로 둔갑시키는 것과 같다. 소고기도 마찬가지다. 만약 판결이 우리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나올 경우, 정부는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 것인지 대책을 미리미리 마련해야 한다. 그때 가서 한다는 것은 이미 늦다. 이 문제를 놓고 국민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와 일본과 협상을 어떻게 다시 할 것인가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 패소해서 수입이 재개될 경우 국민들의 반발이 클 텐데.

▲ 지금 후쿠시마 인근 8개 현의 수산물 수입금지가 되어 있는데, 만약 2차 패소 후 수입이 재개된다면 아마 또 다시 큰 파동이 일어날 것이다. 수산물뿐 아니라 ‘일본제품은 무조건 사먹지 말자’는 운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 고등어나 멍게 등 수산물에 이어 가공된 수산식품들도 문제다. 과자류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그 결과 일본식품 불매운동이 급격하게 일어나면 큰 외교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다. 그러면 일본에서도 ‘우리 국민도 수산물을 모두 먹는데 왜 한국인만 싫어하냐’면서 새로운 혐한 감정이 불거지게 될 것이다. 두 국가 차원에서 이 문제를 사전에 지혜롭게 외교적으로 풀어가야 한다.

 

- 대응책이 없을까.

▲ 통관 전에 검사를 더 엄격하게 하는 방법 밖에 없다. 하지만 국민들은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처리가 아직도 제대로 안 되고 있고, 고농도 방사성 물질이 바다로 흘러가고 있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방사능은 눈에 보이지도 않아 수산물이 문제없이 수입된다고 하지만 믿을 수 있겠는가 하는 불안감이 크다. 식품방사능 기준이 100베크렐이지만 수십 년 전에 중국 등 각국에서 했던 수많은 핵실험으로 인해 자연계에 인공방사능이 널리 퍼져있는 상태다. 반감기가 1만년이 지나더라도 미량이나마 방사능이 남아 있기 때문에 ‘방사능 제로’는 어렵다. 인체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허용을 하는 것이다. 인공방사능은 국내산 수산물 제품뿐만 아니라 각종 식물에서도 나온다. 자연산 능이버섯에서도 세슘이 나온다.

 

- 갈수록 심각해지는 미세먼지와 환경오염 문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국민들은 미세먼지를 당장 해결해주기를 바라는데, 세계 어느 나라도 이를 당장 해결하기는 어렵다. 문제를 속도감 있게 최대한 빨리 줄이는 것이 방법인데, 그건 그만큼 국민의 고통이 따른다. 이에 따른 불편함을 감수하지 못한다면 해결은 힘들다. 어떤 행위도 결국은 시민들의 소비활동과 100% 연관돼 있다. 그런데도 큰 냉장고, 큰 자동차, 큰 집에 살고 싶다고 한다. 이 모두가 전기, 에너지, 시멘트를 소비하는 일이다. 시멘트만 해도 소비량이 늘면 공장에서 생산할 때 전기를 많이 쓰게 되고 공기유해물질을 만들어낸다. 모든 게 미세먼지와 관련되어 있다. 사람들은 공장 굴뚝에서 유해물질을 뿜어내는 것을 보고 ‘저런 나쁜 놈!’하고 지적하지만, 사실 그 공장은 소비자들이 소비할 제품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풍요사회’에서 약간 모자라는 ‘적정사회’로 가야 한다. 최종소비물인 쓰레기가 많을수록 태우면서 또 미세먼지가 발생한다. 유럽에 비해 한국은 전기를 엄청나게 많이 쓴다. 선진국에 비해 1인당 전기소비량이 두 배가 넘는다. 저는 겨울에도 18도 이상 난방을 한 적이 없다. 보통 16~17도를 유지한다. 대신 옷을 따뜻하게 입는다. 독일이 이렇게 하고 있다. 우리는 겨울에도 실내에서 속옷만 입은 채 지낸다. 이제 겨울 난방과 여름 냉방 온도를 1~2도 정도 줄이는 검약생활이 필요하다. 전기사용이 줄면 석탄 화력발전소를 빨리 없앨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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