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든 마리노 지음/ 강주헌 옮김/ 김영사

 

불안, 우울과 절망, 죽음, 진정성, 신앙, 도덕성, 사랑. 이 책에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빠져들거나 고민해봤음직한,이런 내면의 빛과 그림자들에 관해 키르케고르를 비롯한 실존주의 철학이 건네는 조언들이 담겨 있다. 세인트올라프 칼리지의 철학 교수이자 키르케고르 연구의 세계적 중심지인 홍 키르케고르 도서관의 관장인 고든 마리노는 키르케고르를 중심으로 사르트르, 니체, 카뮈, 도스토옙스키 등 실존주의 작가들이 21세기에 전하는 실질적인 교훈들을 자신의 경험과 함께 풀어놓는다. 또한 이 책은 자살 충동에 시달리고, 술과 마약에 열을 올리며 방황하던 저자가 키르케고르를 읽기 시작한 이후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이야기하는 회고록이기도 하다. 저자는 키르케고르의 목소리를 빌려 손쉬운 위로를 구하는 대신 바깥의 현실과 내면을 직시하고 그 안에서 진정한 나로 존재하는 용기를 발견하라고 응원한다.

이 책은 또한 불안과 우울을 샅샅이 체험해본 저자가 우연히 키르케고르의 작품을 읽고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이야기하는 회고록이기도 하다. 저자는 고함소리가 그치지 않는 가정에서 자랐고, 경찰서를 드나드는 불량학생이었다. 미식축구와 야구에서 두각을 나타내 대학교에 들어갔고, 술과 마약에 열을 올리며 강의실보다는 권투 체육관에서 땀을 흘렸다. 마약 문제가 있는 여성과 결혼했고, 졸업이 다가왔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건설 현장의 잡부, 술집 경비원 등 온갖 직업을 전전하며 살다가 철학과 대학원에 진학했다. 첫 수업이 안겨준 열패감에 수업이 끝나고 자퇴서를 제출했다. 그 충격으로 아내는 떠나갔고, 우울증과 자살 충동에 시달렸다. 심리치료 약속 시간보다 먼저 도착해서 들어간 카페 겸 중고서점에서 키르케고르를 만났고, 차분하면서 조금도 꾸밈이 없는 진실한 글에 마음을 뺏겨 그 책을 아주 자연스럽게, 외투 속에 감추고 나왔다. 그리고 그날 밤, 키르케고르를 다시 읽었다. 저자는 그날 키르케고르를 만나지 못했다면 “내일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고 어떻게든 삶의 굴레를 벗어났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키르케고르를 비롯한 실존주의 철학이 독자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바꿔주거나 행복에 이르게 하지는 못한다. 이 책에 실린 한국어판 서문에서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을 통해 여러분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내 바람대로 그렇게 되더라도 어떤 의미에서는, 이 책에서 소개하는 많은 저자가 여러분에게 생경한 방법으로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라고 가르친 탓에 삶이 더 어려워진 것일 수 있다.” 사람들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는 까닭은 ‘진정한 행복’에 이르는 길이 바로 그렇게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키르케고르의 목소리를 빌려 바깥의 현실과 내면을 직시하고 그 안에서 진정한 나로 존재하는 용기를 발견하라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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