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청춘, 할배, 누나…그들은 누구나 아프다
꽃보다 청춘, 할배, 누나…그들은 누구나 아프다
  • 구혜리 기자
  • 승인 2019.05.09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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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기획] 대학생 교육봉사단 체험기-1회

 

왜 이렇게 아플까. 행복한 오늘에 감사하다가도 문득 깊은 수령에 빠진다. 청춘이라는 이름의 어감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찬란하면서 동시에 암울하다. 청색으로 표상한 모더니즘의 자화상 때문일까, 짧게 피고 지는 꽃을 품은 봄을 이름에 담고 있어서일까. 봄꽃 내음과 가볍게 춤추는 바람의 소리를 들으며 강가에 반사된 눈부신 햇살과 지저귀듯 머무른 사람들의 웃음소리 안에 눈을 감으면 이 아름다움을 놓칠까 눈을 뜨면 숨이 멎을까 그렇게 나를 조용히 세상에 포개어 감사하다가도, 고개 돌리면 속상하고 분이 나고, 두려움에 잠 못 이룬다.

예쁜 우리 세상, 고운 할머니가 되어 사람들 속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옛날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조르는 아이들과 맛있는 것을 먹으며 지금과 같은 마음을 그릴 수 있을까. 재밌는 이야기를 잔뜩 들려줄 수 있는 할머니가 되는 것이 꿈 가운데 하나인데, 평범하기 그지 없어 특별한 우리네에게 그저 삶을 다하는 날 ‘행복했다‘ 짤막하게 뱉는 안도의 숨, 떠나는 길을 외롭지 않게 따뜻하게 잡아준 손이 가장 숭고할 텐데.

‘꽃보다 할배’의 붐을 이어 상영된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누나(2012)’를 이제야 보았다. 대중적인 선풍을 일으키며 연륜과 여행을 융합한 이 프로그램에서, 나는 이국의 낯선 풍경과 그들이 만드는 에피소드 속 재미나 감동보다, 한 인간으로서 늙음을 경험한 이들의 흔한 애환과 사소한 감상에서 가슴 저린 위로를 받았다. 배우가 아닌 여자로, 노인으로, 인간으로.

5회차 방송에서 윤여정은 이런 말을 한다. “모두 다 아파. 자기가 제일 아픈 거 같은데, 다 똑같은 거야. 슬프지.”
 

누군가의 멘토 이자멘티로

모든 사람은 아픔을 겪는다. 어느 누구도 성장을 위해 기쁨 속에 섞는 눈물을 피할 수 없다. 다행스럽게도 이 숙명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그래서 우리는 같은 어둠 속 조금 더 앞서 나아가 있는 길잡이가 필요하다. 나이가 많아도 적어도 누구에게나 길잡이는 필요하다. 이 길잡이를 요즘엔 멘토라고 부른다.

멘토의 어원은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타이카 왕국의 왕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에 출정하면서 한 친구에게 가사와 자신의 아들 텔레마코스의 교육을 부탁했는데, 그 친구의 이름이 바로 멘토(Mentor)였던 것. 멘토는 오디세우스가 전쟁에서 돌아올 때까지 텔레마코스의 선생님, 상담자 역할을 하며 때로는 친구이자 아버지가 되어 그를 보살폈다. 이후 그의 이름 '멘토'는 '지혜와 신뢰로 다른 사람을 돕는 조언자, 상담자, 지도자'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이미 여러 기업과 대학에서는 멘토십, 멘토링 제도를 다양하게 두고 있는데, 나도 적지 않게 다양한 멘토링에 참여해왔다. 대학생이 되면 학교 수업 외에도 대학생이라는 신분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여러 활동의 자격이 주어진다. 학교 수업과 비교해 다채롭고 다양한 출신과 목적의 학교 밖 활동이라는 이유로 보통 ‘대외활동’으로 부른다. 보통은 공모전, 봉사활동, 동아리활동과 경력활동(인턴 등)으로 분류된다. 사회복지학과라는 전공의 특성상 1학년 때부터 봉사활동 기회가 많았고, 특히 대학생 활동은 주로 교육봉사에 집중되어 있었다. 즉 지금까지의 봉사활동으로서의 멘토링은 주로 대학생 신분인 우리가 멘토가 되어 멘티가 될 아동 및 청소년에게 입시 경험을 활용해 교육적으로 정서적으로 지원해주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우리는 모두 아프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조금 더 앞서 어둠 속을 나아갔을 뿐이지, 그 속에서 헤매고 있는 건 똑같다는 뜻이다. 막 대학생이 되었던 시절 멘토링을 통한 첫 수업 때는 ‘선생님‘이라는 이름이 어색했다. ‘고작 내가 뭐라고… 내 경험과 생각을 믿어도 괜찮을까?’ 아마 대부분의 청년 멘토들의 고민이 아니었을까.

왜냐하면 우리도 똑같이 아프기 때문에. 무엇이 합리적인지, 때론 감성적인 오늘이 좋다가 이성적으로 내일이 걱정되고, 이 길과 저 길 중간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다. 젊고 건강하므로 가질 수밖에 없는 성장통은 짧고 강렬하기에. 끊임없이 고민하고 멘티를 마주할 때 함께 힘을 보태주고, 혼자 흔들릴 때 격려하고 지지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매달리고 찡찡거릴 용기

오랜만에 올리는 글이 다소 우울해보여도 이해해주시라. 사실 이 연재 글은 그렇게 우중충한 콘셉트로 밀어붙일 생각이 없다. 오히려 어느 20대 중턱의 대학생이 10대 청소년과 30대의 사회인을 직접 마주하며 성찰하고 성장하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다. 대학교 4학년이 되었다. 10대 때에는 성인이 되면, 대학에 가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다. 하루가 다르게 기발한 아이디어와 기술로 출시되는 가전제품, 예컨대 에어드레서나, 에어프라이어처럼 대학이라는 커다란 박스에 사람을 넣고 띵- 소리를 기다리기만 하면 완벽한 사람이 완성되어 나오는 줄 알았지.

오랜 시간 동안 대학을 다닌 만큼 해마다 다양한 경험을 만들었다. 앞서 말한 봉사활동과 멘토링 프로그램을 비롯한 크고 작은 대외활동과, 인턴 경험, 큰 시험을 준비해보기도 했고,심지어 창업에 도전해보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 학년을 앞두고 정작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왜 그렇게 잘 보이려 애썼을까.” 졸업을 앞두고 수험과 취업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자 사소한 조언을 해 줄 누군가가 절실했다. 수 년 동안 그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오면서도 나는 늘 그들에게 잘 보이고 그들을 좇아가고자 했지 그들에게 내가 서 있는 위치를 보여주고 나의 상처를 내어준 적이 없다. 약점을 보여준다는 건 그만큼 강인한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찡찡거릴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수험생활을 하든 취업 전선에 뛰어들든, 좋은 인연을 만나 고민을 나누고 함께 배우며 성장할 기회를 얻기 위해 4학년 마지막 대외활동으로 H-jump school 대학생 교육봉사단 활동을 시작했다. 위 활동은 현대자동차그룹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오늘의 멘티가 내일의 멘토>라는 기본 방향성을 갖고 청소년과 대학생 자원봉사자, 현대차그룹 임직원 및 2040세대 사회인간의 연계 멘토링 프로그램이다.

멘토링에 참여하게 될 대학생은 ‘장학’ 수여의 대상이자 청소년 멘티의 ‘선생님’이 된다는 의미로 ‘장학샘’으로 불린다. 장학샘은 지역별로 전국의 지역아동센터에 배치되고, 주 2∼3회 지역아동센터에 나가 학습 및 정서 지원을 실시한다. 수업은 D.I.Y(Do It Yourself)지만 대개 기초학력 증진에 힘쓸 뿐 아니라 정서지원 멘토링을 지원한다. 2019년 3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최소 주 6시간 이상의 재능기부를 통해 1년 동안 장기적인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또한 장학샘은 재능기부에 대한 장학금 250만원을 지원받으며, 대학생 멘티로서 매달 2-4회 사회인 멘토와의 정기적인 멘토링과 역량강화에 필요한 다양한 교육 및 워크숍에 참여할 자격이 주어진다. 또한 1년간 교육봉사를 우수하게 수료한 장학샘에게는 해외탐방의 기회도 제공된다. 작년 5기의 경우는 일주일 동안 세계 기업이 추구하는 사회혁신을 주제로 미국 서부를 탐방했다.

 

무엇보다도 이번 교육봉사에서 우리를 매료시킨 것은 ‘나눔의 선순환‘이라는 구호였다. 청소년-대학생-사회인 멘토의 상호작용을 통해 모든 주체는 자신의 것을 나눔과 동시에 배움을 얻고 성장한다. 극심해지는 교육 격차, 그로 인한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대학생 인재를 선발하여 지역사회의 다양한 배경을 가진 청소년에게 맞춤형 학습지도를 제공한다. 눈높이 학습지도를 통해 기초학력을 증진하는 동시에, 1년이라는 긴 시간을 호흡하기에 안정적인 유대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이렇듯 청소년에게 단순 교육 제공자가 아닌 한 명의 멘토로 다가가는 대학생들은, 그자신이 사회인 멘토단의 멘티가 되기도 한다. 대학생 봉사자들은 각 분야에서 활약 중인 사회인 선배들이 제공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진로나 사회진출에 관한 실질적 조언과 상담을 받는다.

다양한 배경의 청소년은 1년이라는 긴 시간을 호흡하며 대학생과 만나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자신의 눈높이에 맞는 맞춤형 학습지원을 받아, 차근차근 지역사회의 미래인재로 성장해 나가게 한다. 코앞에 닥친 대학 입시와 취업에 대해 최전방에 놓여 있는 대학생 장학샘을 만나 진로 고민에 대해 깊게 대화하고 새로운 생각을 교류하면서 더 많은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신에게 맞는 조언을 선택적으로 골라 주체적으로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다.

인생을 살면서 멋진 멘토를 만나는 건 정말 큰 행운이다. 또 누구나 상대적으로 그 기회는 많지 않기에 스스로 인연을 맺고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또한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지지자이며 롤모델이다. 함께 살아가는 한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때로 막막하고 어려워도 함께 하는 한 우리는 누군가의 멋진 멘토이자 멘티이다. <다음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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