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하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 하고나서 후회하자”
“우리, 하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 하고나서 후회하자”
  • 구혜리 기자
  • 승인 2019.05.21 14:3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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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울총각 우도살이: 양승권 군의 이야기

방송인 이영자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제주도에 살고 싶다’를 주제로 브이로그를 다녀오면서 서울탈주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나 소유보다 경험을 중요시하는 90년대 생에게 어디에 살지 직접 결정하는 것은 더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사는 곳’은 곧 삶을 결정한다. 하지만 훌쩍 떠나고 싶은 사람은 많아도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기 까지는 쉽지 않다. 취업과 시험의 바쁜 일상, 늘 북적이는 사람들로 들썩이는 서울을 벗어나 제주도 서쪽 섬 우도로 떠난 대학교 4학년 양승권 군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1. 간단한 자기소개와 제주도, 특히 우도로 떠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우도로 떠나온 지 어느새 두 달이 되어가는 서울총각이라 소개하고 싶네요. 우도는 제주에서도 한번 더 배를 타고 15분정도 가야 하는 ‘섬속의 섬’이에요. 이렇게 외지고 아무 연고 없는 곳으로 떠난다는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질문을 던졌죠. “왜...?” 심지어 부모님께서는 저를 말리기 위해 비용을 전부 주실테니 해외여행을 다녀오라는 솔깃한 제안까지 던지셨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26년동안 서울에서만 살았고, 특별 할거 없는 대학생활을 즐기던 서울총각은 어느새 우도살이 중이네요.

사실 제 삶에 새로운 자극을 주고 싶었어요. 저는 항상 열정 속에서 설렘이 가득한 삶을 살아왔어요. 중학교 때부터 사회복지가 너무 하고 싶어서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했고,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 싶어서 사회복지학회를 만들었고, 학과 사람들이 너무 좋아서 학생회장을 했었죠. 말 그대로 꽃길만 걸어왔어요. 그런데 4학년이 되면서 ‘졸업과 취업’이라는 현실의 팩트 폭력을 맞았죠. 빨리 졸업하라는 잔소리는 저를 조급하게 만들었고, 제게 주어지지 않는인턴자리들은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었거든요. 그러면서 점차 제 삶에 열정과 설렘이 사라졌어요. 어느날, 저랑 가장 친한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너 변했어. 열정 가득했던 네가 아니야.” 그래서 우도살이를 과감히 선택하게 되었어요.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열정과 설렘을 되찾기 위한 결정이었죠.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현실도피’예요. (웃음)

 

Q2. 열정을 찾아 떠나신 거군요! 우도로 떠난 지 두 달 가까이 지났는데, 그렇다면 우도에서는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나요?

제 일상은 크게 퇴근 전후로 나누면 되겠네요. 저는 매일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우도의 한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요. 저희 가게는 우도에서 정말 유명한 맛집이라 손님이 많아서 힘들긴 하지만, 가게 앞 바다를 보면서 행복을 느껴요. 때론 에메랄드빛, 때론 쪽빛, 매번 제 모습을 바꾸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아, 여기 오길 정말 잘했다...” 읊조리게 돼요. 또 바다만큼 저를 우도에서 행복하게 만드는 존재는 한 숙소에 살아서 사실상 가족과 같은 가게식구들이에요. 가게식구들과 함께 일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장난치다 보면 어느새 퇴근시간이 돼요. 특히 한 친구는 시도때도 없이 저를 놀라게 하는데, 놀라는 제 모습이 재미있다고 웃다 죽을 것처럼 좋아하죠. 너무 좋아하길래 안놀랐는데도 놀라는 척 해주는 줄도 모르고요. (웃음)

그렇게 일을 끝낸후에는 새로운 사람들과 다양한 경험을 하자는 우도살이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뜨개질수업, 요가수업, 독서모임 등 여러활동에 참여하고 있어요. 이 중에서도 뜨개질모임을 가장 즐겁게 다니고 있어요. 처음 배우는 거라 아직 미숙하지만, 가게에서 제가 만든 털수세미로 설거지 하는게 제 꿈이에요. 물론 활동자체도 즐겁지만, 무엇보다도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가장 좋아요. 사람들이 저에게 과일 몇 개를 챙겨주는 것부터 저와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까지 모두 행복한 일이죠. 우도살이 두달만에 여기서 알게 된 사람들이 어느새 수십 명인데요. 많은 사람들의 삶을 들으며 이전까지 알지 못했던 또는 놓쳐왔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배우고 있어요. 그게 우도에서의 제 삶을 더 충족시켜주곤 합니다. 가게식구들은 이런 저를 보면서 ‘쟤는 우도에 정치하러 온 거다’, ‘우도 청년회장에 출마 할 거다’라고 장난치곤 하죠. 어떻게 우도 최초의 서울출신 청년회장 한번 노려볼까요? (진지)

 

Q3. 우도 청년회장이라니 재밌네요! 서울을 떠나 우도살이를 몸소 실천한 것부터 벌써 특별한 이야기를 만든 것으로 보여요. 우도에서의 일상 중 가장 특별한 것은 무엇인가요?

저를 보기 위해 우도까지 와준 친구들이 정말 많았어요. 버스나 지하철도 아니고, 비행기에 이어 배까지 타고 온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소중한 시간과 돈을 써서 와준다는 것이 고마울 따름이죠. 우도살이를 통해 좋은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음을 절실히 느끼고 있어요. 특히, 대학교 친구들이 저를 위한 티셔츠를 입고 놀러온 것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친구들이 저희 가게에 들어오자마자 등짝을 보여주는데, ‘승권투어: 승권이친구’라 쓰여 있었죠. 저는 물론이고 가게식구들까지 티셔츠를 보고 우스워 죽을 뻔 했어요. 그렇게 저까지 셋이서 티셔츠를 입고 제주도 여행을 다녔는데, 어딜 가든 사람들의 시선과 수군거림이 느껴졌어요. 하지만, 우리끼리 즐거우면 된다는 마음으로 여기저기 등짝을 자랑하며 사진을 찍었죠. 우도까지 와준 것도 고마운데, 이렇게 잊을 수 없는 선물까지 주었으니 얼마나 고마워요. 평생 갈 친구들이에요. (웃음)

또 우도에 와서 제 스스로 가장 달라졌다고 느낀 부분은 미래를 위한 삶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한 삶을 산다는 것입니다. 우도에 오기전에는 ‘취업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지?’라는 생각에 쫓겨 불안한 삶을 살았었죠. 물론 미래를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로 인해 ‘현재’가 잠식 되어서는 안되잖아요. 지금은 모든 굴레와 속박으로부터 벗어나 하루하루 충실히 살아가고 있어요. 굉장히 안정적인 삶이라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있죠. 참 신기한 것은 이런 삶을 살다보니 사소한 것으로도 행복해지는 경우가 많아요. 한번은 밤에 먼길을 걸어가야 하는 일이 있었어요. 몸은 고되고 바람은 차가운데 불빛 하나 없는 밤길까지 무서우니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런데 어쩌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북두칠성이 맨 눈으로도 잘 보이더라고요. 그 순간, ‘차를 탔으면 이렇게 아름다운 북두칠성을 볼 수 없었겠지’라는 생각과 함께 행복감이 치밀어 올랐어요. 그렇게 숙소에 도착할 때까지 북두칠성을 보고 미소 지으며 걸어갔죠. 사람이 이렇게 간단한 것에도 행복할 수 있음은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우도살이가 끝나고도 이런 축복을 누릴 수 있도록‘ 쉽게 행복해지는 법’을 몸에 익히려고 열심히 노력중이에요. (웃음)

 

Q4. ‘쉽게 행복해지는 것의 습관화’라는 말이 참 와닿네요. 타지살이 꿈꾸는 또 다른 서울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저는 기차여행을 다닐 때, 일부러 KTX가 아닌 무궁화호를 타곤 해요. KTX에서 휙휙 지나가서 보기 힘든 차창 밖 풍경을 내다보는 재미가 있거든요. 요즘 보면 우리네 청년들은 KTX 같은 삶을 살아가는 것 같아요. 각자가 얻고 싶은 무언가를 위해 지칠새 없이 미친듯이 달리고 있거든요. 하지만, 저는 그런 삶에서 보기 힘든 ‘진정한 나, 그리고 주변’을 둘러 보기 위해 무궁화호 같은 우도살이를 선택했어요. 물론 행복한 지금과 달리 나중에는 느리게 살았던 것을 후회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런 삶을 살아보지 않는다면 이것 또한 후회가 될 수 있잖아요. 우리 하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 하고나서 후회하자고요. 어떻게 저처럼 무궁화호 같은 삶 한번 살아보는 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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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돌 2019-05-22 11:20:44
'미래를 위한 삶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한 삶',
'무궁화호 같은 삶'을 지지합니다.
승권 군 같은 건강한 젊은이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