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혁명’ 성과 퇴색 조장한 보수층, 민주주의 근간 ‘위협’"
"‘촛불혁명’ 성과 퇴색 조장한 보수층, 민주주의 근간 ‘위협’"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9.06.12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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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인권재단 ‘사람’ 박래군 소장-1회

출범한지 2년이 흘렀지만, 국민들은 이구동성으로 별로 나아진 게 없다는 반응이다. 경제민주화는 퇴보했고 양극화 현상도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누가 봐도 재벌개혁과 적폐청산은 멈춰 섰다. 이렇듯 경제민주화와 양극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소외될 수밖에 없는 ‘사회적 담론’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보이지 않는 심층, 바로 ‘인권’이다. 일례로 ‘5.18 망언’과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망언 등 정치인과 사회 기득권 층의 무분별한 혐오발언이 국민공분을 사고 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역설적으로 인권 문제가 심층 아니 지층 위로 솟구치기에 이르렀다.

 

인권재단 ‘사람’ 박래군 소장
인권재단 ‘사람’ 박래군 소장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지는 기본적 권리’ 인권은 워낙 친숙한 단어이지만, 선진국을 자처하는 우리사회에선 적어도 체화되는 과정에 이르진 못했다. 누구나 인권을 추구한다지만, 인권 문제는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 도처에 잔존해 있는 게 현실이다. 인권 지수에 있어 여전히 뼈아픈 평가를 받는 대한민국에서 어쩌면 ‘인권 운동가’라는 호칭 자체도 폄하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분위기다.

대한민국의 인권 지수, 지금은 얼마나 변했는지에 대해선 인권 문제가 발생하는 현장에서 평생을 살아온 한 인물을 통해 가늠할 수 있겠다. 잔혹했던 군사독재 시절, 광주사태 진상규명을 외치며 분신한 친동생의 주검 앞에서 자신의 꿈을 접고 소외된 자들을 대변하기로 결심한 이가 있었다. 대학시절 연세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수필가로서 미래가 창창했던 문학청년은 소외된 노동자, 농민 나아가 정치사범 등을 대변하며 학생운동 차원을 넘어선 본격적인 투쟁가로 변해갔다. 사회운동가 인권도 밑바닥을 쳤던 80~90년대에는 악덕기업주나 어용단체로부터 오물세례를 받으면서까지 활동해야 했었다. 다소 거칠게 소개하자면, 우리사회 인권 문제의 최전선에서 ‘활극’을 펼쳐온 인권재단 ‘사람’ 박래군 소장이다.

“인권 측면에서 보면 최근 들어 정치권의 혐오표현이 마구 남용되고 있다. 야권 정치인들의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5.18-세월호’에 대한 망언이 도를 넘었다.”

2016년 촛불혁명이 주창한 것은 한마디로 적폐청산이다. 각 분야에 대한 적폐청산이 다시 흐지부지되면서 그 후유증이 망언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박 소장의 분석이다. 민주주의 위기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 박 소장은 “촛불의 힘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정권 초기부터 과감한 개혁을 했어야 했다. 전열을 다듬은 적폐세력들이 다시 결집하고 있다. 과거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촛불혁명 성과가 후퇴하면서 인권을 비롯 민주주의에 있어서도 위험한 지경에 왔다”고 지적했다.

경제민주화 역시 민주주의, 인권 문제 등과 직결된다. 박 소장은 “소득주도성장도 후퇴했고, 서민경제가 갈수록 악화일로다. 지금이 사회복지를 할 수 있는 타이밍이지만 재정확대도 못하고 있다. 국민 78%가 세금을 더 거둬서라도 복지정책을 펴야 한다”며 “인권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복지정책의 후퇴와 심각한 양극화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4차 산업과 현행 경제시스템이 맞물린 상황에서 ‘불평등’ 문제도 커졌다”며 “4차 산업도 기술과 자본력이 있는 기득권층이 독점하면 불평등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은 정부와 여당, 정치인 모두의 책임”이라고 일갈하는 박래군 소장을 마포구 성산동 인권재단 ‘사람’에서 만났다. <위클리서울>은 박 소장으로부터 인권 문제를 구심점 삼아 촛불정부의 노동정책과 경제정책, 최저임금, 5.18 광주인권상, 양극화 등을 짚어봤다. 3회에 걸쳐 연재된다.

 

- 촛불혁명 후 근본적 사회개혁을 바랐지만, 인권이 후퇴하고 법과 정의가 무너졌는 지적이 제기된다.

▲ 2016년 촛불혁명이 주창한 것은 한마디로 적폐청산이다. 각 분야에 대한 적폐청산이 다시 흐지부지되고 있다.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개혁성과에 실망했고 그것을 확인했다. 정권 초반에 국민지지와 여론에 힘입어 칠건 치는 등 ‘화끈한 청산’을 하지 못했다. 너무 법적인 절차에 머물고 경도돼 호기를 놓쳤다. 문 대통령이 인격적인 면에서 무척 훌륭한 분이지만, 좀 더 과감하지 못해 아쉽다. 그 후유증으로 적폐세력들이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과거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야당의 수장이 바뀌면서부터 보수결집이 가속화하고 있다. 마치 촛불혁명 성과가 무효 또는 후퇴하는 분위기속에 민주주의가 위험한 지경에 놓인 상황이다.

 

- 시국이 위중해졌다는 말인데.

▲ 엄밀히 말하면, 지금의 국회는 촛불혁명 이전의 국회다. 촛불에서 터져 나왔던 ‘혁명의 민심’을 이어 받은 국회가 아니다. 그런 국회가 오히려 촛불시국 이전 상태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 국회가 진원지가 된 채, 적폐세력들이 개혁을 포기시키고 고립을 강화하려 한다. 매우 위험한 시국에 있다. 야권이 대통령을 좌파독재라 서슴없이 말할 정도다. 정부가 할일이 있고, 국회가 할 일은 입법인데 촛불정부가 추진할 개혁입법들이 모두 막혔다. ‘패스트 트랙’만 걸려 있다. 국회가 수개월 째 공전하고 있고 국회무용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차제에 수구적인 정치행태들이 타파되어야 인권문제도 전진할 수 있다. 우리사회에 다양한 소수자 의견들이 토론되고, 합의점을 도출해 가야하지만 이것이 어렵게 되어 버렸다.

 

- 경제도 악화됐다.

▲ 정권출범 2년이 지났지만, 여당이나 정부 모두 실기(失機)하고 있다. 초기 1년 사이에 양극화해소와 재벌개혁 등 과감한 청산을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경제문제가 지금 심각하다. 소득주도성장도 박근혜 정부 당시의 인물을 경제부총리로 기용한 것도 화근이 됐다.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웠던 주요 인물들이 중도 하차면서 경제문제가 더 꼬였고, 어려운 서민을 위한 정부의 긴급재정확대가 절박해진 상황이다. 이렇게까지 경제가 악화된 적이 없었다. 역설적으로 지금이 사회복지를 강화하기 딱 좋은 시기다. 국민들도 세금을 더 거둬서라도 복지정책을 펴야 한다는 여론이 76%다. 

 

- 불평등이 더 심화됐다는 말인가.

▲ 국민들이 너무 살기 힘들다는 반증이다. 여기에 4차 산업과 과거의 경제시스템과 맞물려 있고, 가장 고질적이면서 너무 급속하게 불거진 ‘불평등’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이런 상태에서 4차 산업으로 넘어가게 되면, 기술과 자본을 가진 소수 기득권층이 그쪽 분야를 장악하게 된다. 불평등은 더 심해질 것이고 정치인 등 기득권층은 그런 상황을 이용해 혐오발언을 쏟아 낼 우려가 많다. 인권 측면에서 보면 우리사회에 혐오표현이 아무런 여과도 없이 마구 남용되고 표출돼 심각한 상태다. 야권 정치인들은 5.18과 세월호에 대한 망언을 서로 경쟁적으로 하고 있는 상황이다.

 

- 혐오발언을 쏟아내는 의도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일단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금부터 수구세력들을 끌어 모으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보수 세력이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다. 보수라면 진정한 보수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그럼에도 수구적이고 극단적 이념화로 몰아가고 있다. 시대변화와 국민들의 바람을 정확히 읽어 내지도 못한다. 계속적인 선동을 통해 세력규합만 추구할 뿐이다. 잠시 지지도가 올라갈 수는 있다. 시간이 흐르면 정체되고 만다. 보수의 살길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정한 고민이 없다. 보수라 해서 헌법 밖에서 해결할 수는 없다. 법 체제 안에서 정당하게 토론하고 정책경쟁을 해가면서 국민지지를 받아가는 게 진정한 정당이다. 그런 약발이 안 먹히자 경쟁적으로 망발을 하는 거다. 그렇다고 다른 건으로 국민의 주목을 받을 사안도 딱히 없다. 아주 저급한 정치로 막가고 있다. 그러면서 정치에 대한 혐오감과 불신감을 최대한 조장한다. 총선 때가 오면 노인층 표가 자신들의 것이라는 인식과 함께 젊은 층의 정치혐오가 높을수록 투표를 하지 않는 점을 노린 전략이다.

 

- 가짜뉴스도 문제다.

▲ 혐오발언은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볼 때 너무 패악적이고 불행한 짓이다. 국민들이 이점을 알아야 한다. 또 가짜뉴스에 넘어가면 안 된다. 조금만 분석해 보면 아는데 그런 판단력이 약하다. 지난 토요일에 광화문에 나갔다가 화가 날 일이 있었다. 어떤 사람이 ‘5.18 유공자로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까지 유공자로 만들었다’는 확인도 안 된 가짜뉴스를 듣고 따지는 거였다. 만약에 5.18 당시에 북한군이 실제로 폭동을 일으켰다면, 전두환 군사정권이 가만히 있었겠나. 독재강화를 위해 엄청나게 이용했을 것이다. 말도 안 되는 가짜뉴스에 너무 현혹되고 있어 안타깝다. 금방 알 수 있는데 하지 않는다. 왜냐면 자신이 믿고 싶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는 외골수적 고정관념이 꽉 박힌 노년층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몇 만 명이 넘는 수구기독교 세력이 많은 대형교회 신도들이 동원된다는 점이다. <2회로 이어집니다.>

 

박래군 소장는...

1988 전국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 사무국장
1994 인권운동사랑방 사무국장/정책실장
2005 다산인권재단 상임이사
2014 세월호참사 국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3국 국장
4.9 통일평화재단 이사
4.16 연대 공동대표
용산 참사 진상규명 및 재개발제도개선위원회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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