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밤,블블,봄봄 지음/ 문학동네

 

'마음의 구석'은 4년차에 접어든 인기 팟캐스트 <서늘한 마음썰>의 진행자 서밤, 블블, 봄봄의 산문집이다. 그간 팟캐스트에서 다룬 내용 가운데 세 저자가 직접 스물여섯 개의 주제를 골라 새롭게 쓴 글을 모았다. 꿈, 돈, 마음, 관계… 어느 것 하나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아 막막해하는 여성들의 고민과 성장을 담았다.

<서늘한 마음썰>이 700만 회가 넘는 재생 수를 기록하며 높은 호응을 얻었던 건, 꺼내놓기 쉽지 않은 "마음의 구석"을 진심 어린 대화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세 여성의 솔직하고 자유로운 수다는 숨기고 싶은 찌질한 내 모습, 어디에도 보이기 어려운 마음의 문제를 공감하며 털어놓을 공간이 되었다. 마음을 다친 채로 나이 들면서 점점 "나"를 잃어가는 것은 아닐까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세 저자가 들려주고 싶은 진솔한 이야기가 '마음의 구석'에 담겨 있다.

1부 ‘행복이 뭔지 모르고 싶어’는 꿈과 일, 그리고 삶에 대한 이야기다. 방송국 피디 시험을 준비했던 블블은 오랜 도전 끝에 꿈을 내려놓는다. 하던 일을 계속하다보면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라는 희망과도 이별한다. 마치 사랑하던 연인과 헤어지는 것처럼, 십여 년간 뜨겁게 꿈꾸던 드라마 피디로서의 자기 자신과 이별한다. 꿈이 사라지면 그 순간 끝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야만 하는 순간이 온다. 꿈과 헤어질 때가 되었다는 것을. 

꿈꾸던 일을 접은 후에는 또다른 가슴 뛰는 일을 찾았다는 결론이 오면 좋겠지만, 눈앞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하고 싶은 일이 정해져 있지 않더라도 다달이 생활비는 든다. 새롭게 하고 싶은 일이 생길 때마다 ‘진짜 하고 싶어?’ ‘그 정도 돈을 쓸 만큼 네 마음에 열정이 있어?’ 재차 확인하고 또 묻는 일을 반복하는 나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꿈을 붙잡고 놓지 못했던 이십대의 청년은, 그렇게 삼십대가 되어간다. 

2부 ‘다들 쉬운데 나만 어려워’에서는 마음과 관계에 대해 다룬다.

서밤은 심리상담을 전공으로 택해 공부하면서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우울증에 대해 고백한다. 연애나 학점에 대해 고민하던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 불면증과 자살에 대해 고민하면서, 그는 주변에 털어놓고 도움을 요청하지도 못할 정도로 심리적으로 고립되어 있었다. 정신질환을 ‘나약함의 병’으로 몰고 가는 한국사회에서 그 무지와 편견은 스스로에 대한 책망으로 이어졌다. 작은 일에도 쉽게 동요하고 불안해하는 나, 감정기복이 심하고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나, 남들과 다른 모습을 끊임없이 미워하며 우울증만 사라지면 자신이 원하는 모습대로 살아갈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큰 착각이었다. 서밤은 우울증이 종양처럼 떼어내는 것이 아니라 평생 관리해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밖에도 '마음의 구석'에는 <서늘한 마음썰> 피디 봄봄이 들려주는 제작 에피소드가 실려 있다. 지상파 라디오 피디이자 처음 <서늘한 마음썰>을 만들게 된 계기, 게스트와의 에피소드 등 팟캐스트를 만들며 벌어진 다양한 뒷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나와 내 마음, 관계에 대한 이야기는 3부 ‘다양한 울타리를 만들고 있어’에서 30대 여성들이 맞닥뜨리는 다양한 고정관념과 편견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된다. 30대, 서울 4년제 대학 출신, 기혼 여성, 창작자, 페미니스트라는 단어에 따라붙는 겹겹의 고정관념들. 저자들은 ‘정상’이라는 프레임에 모든 걸 끼워 맞추려는 우리 사회의 관성이 폭력으로 변하는 걸 경계한다. 서로가 조금의 틈도 내어주기 힘든 피로한 사회에서, 사람들은 서로에게 조금씩 무례해진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은 큰 어항에 담긴 것처럼 모두 연결되어 있어서 누군가 흘린 피는 다시 누군가의 입으로 들어가게 마련이다. 

'마음의 구석'은 그 마음의 연대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책 마지막 부분에 추천사 대신 실린 청취 후기는, 세 여성의 작디작은 이야기가 비슷한 시기를 통과하는 이들에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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