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뉴스지금여기] 장영식의 포토에세이

 

한진중공업 대규모 정리해고를 반대하며 85호 크레인 고공 위에서 309일 만에 농성을 해제하고 땅을 밟은 김진숙 지도위원이 황이라 씨와 생환의 기쁨을 나누며 눈물을 쏟고 있다. 황이라 씨는 309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김진숙 지도위원의 밥을 챙겼다. ⓒ장영식
한진중공업 대규모 정리해고를 반대하며 85호 크레인 고공 위에서 309일 만에 농성을 해제하고 땅을 밟은 김진숙 지도위원이 황이라 씨와 생환의 기쁨을 나누며 눈물을 쏟고 있다. 황이라 씨는 309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김진숙 지도위원의 밥을 챙겼다. ⓒ장영식

김진숙 지도위원이 살을 깎는 추운 계절에 85호 크레인 고공 위로 오른 후, 황이라 씨는 하루도 빠짐없이 그이의 식사를 담당했습니다. 황이라 씨는 지하철 매표소에서 근무했던 비정규직 노동자였습니다. 그러나 매표 일이 자동화되면서 황이라 씨는 해고됩니다. 그 이후 김진숙 지도위원은 어떤 경우에도 자동화를 거부했습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에게 황이라 씨의 이야기를 들은 뒤, 저도 가능하면 자동화를 거부해 왔습니다. 특히 고속도로를 다닐 때, 하이패스를 거부했습니다. 조금 늦더라도 표를 받고, 요금을 내는 곳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2011년 11월 10일, 김진숙 지도위원이 고공 농성 309일 만에 죽지 않고 살아 와서 자신의 발로 땅을 밟습니다. 그이는 황이라 씨와 감격적인 포옹을 나누며, 참고 참았던 죽음의 그림자를 넘어 생환의 눈물을 쏟았습니다.

7월 1일자로 도로공사 소속 고속도로 톨게이트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해고 방침은 ‘빨리’와 ‘자동화’에 익숙한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우리가 이런 자동화 시스템을 거부했다면, 노동자들의 대규모 해고는 없었을 것입니다. 조금 ‘늦게’ ‘불편함’을 감수하는 삶을 선택했다면, 우리가 함께 노동하며 함께 살 수 있었을 것입니다. 톨게이트에 근무하던 노동자들이 수당 때문에 하이패스 기기를 판매했다는 사실은 해고 못지않게 아픈 사실입니다. 저임금을 보전하기 위한 수당을 위해 자신들의 노동을 상실하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인간의 노동과 테크놀로지의 균형이 상실되면서 오는 노동의 소외를 4차 산업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4차 산업을 거부하고 문명의 뿌리로 되돌아가야 합니다.

이제 우리는 일상의 삶과 노동에서부터 ‘전환’을 촉구하게 됩니다. 생태적 노동이란 거대담론이 아닙니다. 우리의 일상에서부터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담론입니다. 이 작은 담론의 일상화를 위해서는 ‘빨리’와 ‘자동화’에 익숙한 삶을 전환해야 합니다. ‘느림’과 ‘불편함’을 즐겁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안정된 정규직 노동자들은 무한의 임금투쟁이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투쟁에 앞장서야 합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부조리한 저임금 구조에 맞서 싸워야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차별과 불평등을 해소하는 생태적 노동으로의 정의로운 전환입니다.

우리는 한국도로공사의 비인간적 노동관에 분노해야 합니다. 저항해야 합니다. 거부해야 합니다. 그것이 민주주의이며, 곧 ‘교육받은 사람’의 모습입니다. 타인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받아들이는 실천적 연대이며, 올곧은 시민의 자세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무한 소유의 삶으로부터 전환해야 합니다. 그 전환과 함께 해고노동자들의 눈물과 함께해야 합니다. 미래의 노동자들과 함께해야 합니다.

스웨덴의 2003년생 그레타 툰베리는 말합니다. “모든 게 바뀌어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라고.

<사진작가>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