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통합론’ 군불때기

[위클리서울=김승현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때아닌 ‘러브콜’에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최근 보수 세력이 한데 모여야 함을 강조하며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을 향해 공개적인 구애를 했다. 한국당 지도부가 보수통합론을 주장해 오긴 했지만 이번처럼 구체적인 대상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나 원내대표의 발언에 당사자인 한국당도, 바른미래당도 발칵 뒤집혔다. 정치권에서 시작된 정계개편 움직임을 전망해 봤다.

 

ⓒ위클리서울/김용주 기자
ⓒ위클리서울/김용주 기자

나 원내대표와 유 의원이 다시 한지붕 밑에 모일 수 있을까.

개혁 보수로 분류되는 유 의원을 영입해야 한다는 나 원내대표의 발언에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한국당 내 친박 진영에선 여전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하고 탈당한 유 의원에 대해 못마땅해하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그런 상황에서 나 원내대표가 직접적으로 러브콜을 보낸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위기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통합 논의는 당내 계파간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나 원내대표는 최근 “평소 유 의원과 통합을 안 하면 당의 미래가 없다고 생각해 왔다”며 “우파의 가치를 같이할 수 있는 분들이 함께하는 것이 대한민국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유 의원과의 통합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원들의 생각 차이가 있으나 조금 다르다고 해서 누구를 제외하거나 배제하면 문재인 정권을 막을 수 없다”면서 “시점이나 방법을 구체적으로 말할 때는 아니지만 큰 틀에서 그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어떤 식으로든 통합으로 가지 않으면 내년 총선이 어려울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유 의원과의 통합은 한국당 지도부의 외연 확장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실제로 황교안 대표 체제가 출범하면서 ‘친박 프레임’이 강해진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 의원의 정치적 성향은 당내 무게잡기에 도움이 될 것이란 인식이 적지 않았다. 한국당 내에서 개혁 성향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도 나 원내대표의 발언에 “당이 가야 할 방향을 정확하게 제시한 ‘용기 있는 구상’”이라고 긍정적으로 답했다.
 

‘친박 진영’도 발칵

당장 총선이 일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수도권 한국당 의원들은 위기감이 적지 않다. 중도 보수 성향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대패할 것이란 불안감도 존재한다.

수도권은 여야 모두 분열한다면 승산이 희박해진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통합이 절실하다는 인식이 그래서 더욱 크다. 나 원내대표가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의원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 하다.

하지만 유 의원을 바라보는 친박 진영의 시선은 여전히 냉랭하다. 한 친박계 의원은 “갈등의 불씨는 살려두면 안 된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배신자들이 성공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나 의원의 구상을 일축했다.

김진태 의원은 “우파 통합은커녕 그나마 겨우 숨이 붙어 있는 당이 또 쪼개질 것”이라며 찬물을 부었다. 현재처럼 친박계 의원들이 당 지도부에 포진해 있다면 유 의원의 입성은 더욱 어려우질 수 밖에 없다.

유 의원을 비롯한 바른정당계 의원들의 통합 의지도 그렇게 뜨겁지 않다. 유 의원은 “나 원내대표를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 동안 한국당과 단절하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해온 유 의원이 지금의 한국당으로 복귀한다면 명분 차원에서도 자리가 좁아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현재 상황으로선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 넘어 산”이라며 “나 원내대표의 발언으로 손학규 대표측에게 공격의 이유만 던져줬다”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손 대표는 이에 앞서 유 의원을 겨냥해 “가려면 혼자 가라"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손 대표측 바른미래당 당권파 의원들도 나 원내대표의 발언을 놓고 ”시대착오적 망언", "잠꼬대 같은 소리"라며 비판에 나섰다.

현재 제1야당인 한국당 내에선 이대로 총선을 치르면 100석도 위태롭다는 불안감이 적지 않다. 문재인 정권에 실망한 민심도 제대로 껴안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팽패해 있다. 바른미래당 또한 지지율 정체가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서 나 원내대표가 유 의원과 통합에 나선 것은 전면적 쇄신과 통합이 절실하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일본과의 경제 전쟁과 북한 도발 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정치권의 이합집산이 예전처럼 공감을 얻기 힘들 것이란 회의론도 나온다.

자유한국당 발 ‘보수통합론’이 어떤 식으로 귀결될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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