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확대 시행

[위클리서울=김범석 기자]

정부가 분양가상한제를 전국 31개 투기과열지구로 확대하기로 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최근 상승세로 돌아선 집값을 잡기 위한 방법으로 분양가상한제 확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서울 전역 등 전국 31곳의 ‘투기과열지구’ 내 민간택지에 짓는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선이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사업 단계에 들어선 재건축ㆍ재개발 단지도 분양가상한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정부의 새로운 부동산 대책이 어떤 영향을 남길지 전망해 봤다.

 

ⓒ위클리서울/김용주 기자, 그래픽=이주리 기자
ⓒ위클리서울/김용주 기자, 그래픽=이주리 기자

이른바 ‘로또 분양’이 사라질 수 있을까.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한 카드로 분양가상한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분양 받은 아파트의 전매제한 기간도 최고 10년까지로 대폭 늘리고, 최장 5년의 거주의무기간도 부여하기로 하는 등 이전보다 한결 강화될 전망이다.

정부의 새로운 대책은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 재건축 아파트의 높은 분양가가 전체 부동산 과열을 촉발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정부 대책의 효과가 어디까지 번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일각에선 지나치게 사유재산을 제한한다는 반론도 없지 않다. 정부는 시장의 충격을 감안해 실제 적용과 시점에서는 ‘추가 협의’ 여지를 남겼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더불어민주당과의 당정 협의를 거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기준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은 국무회의 등을 거쳐 이르면 10월 초 공포ㆍ시행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 강남’ 등 겨냥

이에 따르면 우선 민간택지를 분양가상한제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는 요건이 완화된다. 현재는 특정 지역에서 3개월간 주택가격 상승률이 그 지역이 포함된 시ㆍ도 물가 상승률의 2배를 넘어야 분양가상한제 적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변경이 되면 ‘투기과열지구’일 경우 적용이 가능해 진다. 현재 투기과열지구는 서울시 25개 구 전체와 경기 과천시ㆍ광명시ㆍ하남시ㆍ성남 분당구, 대구 수성구, 세종시 등 전국 31곳에 달한다.

나머지 ‘선택적 요건’ 3가지도 사실상 그대로 유지된다. 3가지 요건은 최근 1년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2배 초과, 최근 3개월 주택매매량이 전년동기대비 20% 이상 증가, 직전 2개월 월평균 청약 경쟁률이 5대 1 초과 또는 국민주택규모 주택 청약경쟁률이 10대 1 초과일 경우다.

이대로라면 전국 대부분의 투기과열지구는 모두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이 될 전망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6, 7월 서울 지역 평균 청약경쟁률은 각각 12.42대 1, 18.13대 1로 두 달 연속 10대 1을 넘었다. 6월말 기준 최근 1년간 서울의 민간 아파트 분양가는 전년 동월 대비 21.02% 올라 분양가 상승률 요건도 갖췄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 대한 기대감도 감추지 않았다. 국토부는 “분양가가 현 시세의 70∼80%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현재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분양가를 간접 통제하고 있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경우 앞으로 분양가가 HUG 기준보다 10∼20% 더 하락하면 주변 시세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국토부는 또 분양가상한제 지정 효력이 발생하는 시점도 앞당겼다. 현재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은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한 단지’부터 분양가상한제 대상이 되지만 앞으로는 ‘최초 입주자 모집 승인을 신청한 단지’부터 적용하도록 했다. 후분양 방식을 통해 정부의 고분양가 관리를 피하는 사례를 막기 위한 방안이다.

수도권 신규분양 아파트들이 대부분 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에서 이번 개정안은 사실상 정비사업 규제나 마찬가지라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현재 서울에서 추진되는 주택 정비사업 규모는 381개 단지, 29만 4,000가구다. 이 가운데 이미 착공 단계에 있는 85개 단지(6만9,000가구)를 뺀 나머지 296개 단지(22만5,000가구)가 앞으로 분양가상한제 대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또 분양 당첨으로 막대한 시세 차익을 얻는 이른바 ‘로또 분양’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제도도 도입할 전망이다. 전매제한 기간을 현재 3∼4년에서 5∼10년까지로 늘리기로 했다.

부동산 시장을 견제하기 위한 정부의 시책이 실제 적용되는 지역과 시점은 아직 유동적이다. 개정 시행령이 발표되어도, 구체적인 적용 계획은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적용 요건 완화 절차에 돌입하겠다는 1단계 조치”라며 “부동산이나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실제 적용하는 2단계 조치는 관계부처 간 별도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효과 ‘미지수’

정부와 여당이 이번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건 지난해 '9·13 부동산 안정 대책'을 내놓은 지 11개월 만이다. 정부가 한·일 경제전쟁 속에 억제책을 내놓은 것은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30만가구 공급 대책에 힘입어 공급 위축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요건을 완화해 시장 상황에 따라 폭넓게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서 정부는 2007년부터 2014년까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바 있다. 이 기간 동안 주택 전체는 1.1%, 아파트는 0.4% 오르는데 그쳤다. 자율화를 한 후 주택이 4.1%, 아파트는 5.7%씩 오른 것과 대비된다.

국토부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할 경우 시세의 70∼80% 정도로 분양가가 결정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재건축 아파트 가격 상승을 억제하면 주변 지역 가격 상승도 억제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투기과열 지역 중 분양가·청약경쟁률·거래량 등 3가지 요건을 정량적으로 고려하고 주택시장 상황을 종합 고려해서 결정하겠다”며 “상한제로 인한 공급위축과 경기 위축에 대해서는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정부의 이번 조치가 단기적으론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이라는 ‘악순환’을 부채질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건설업계도 한숨이 가득하다.

하지만 국토부 관계자는 “다양한 지역의 아파트 단지들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이번 대책이 내년 총선까지는 집값 상승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하기도 한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정부가 기대만큼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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