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부동산 정책’ 직격탄

[위클리서울=김범석 기자]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지난 40년 동안 우리 국토의 땅값 상승세를 분석한 결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년 동안 상승액이 2000조원이 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실련은 최근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발표한 토지 공시지가에 연도별 공시지가 시세 반영률을 역적용하는 방식으로 1979년부터 2018년까지 땅값을 추산한 결과 이같이 분석됐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 성적표를 살펴봤다.
 

ⓒ위클리서울/ 김용주 기자, 그래픽=이주리 기자
ⓒ위클리서울/ 김용주 기자, 그래픽=이주리 기자

문재인 정부 들어 2년 동안 땅값 상승액이 2000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실련 분석 결과 2018년 말 기준 대한민국의 땅값 총액은 1경 1545조원이었다. 이 중 거래가 거의 없는 정부 보유분(2055조원)을 뺀 민간 보유분은 9489조원이었다. 민간보유 토지 가격 총액은 1979년 325조원이었으나 40년 만에 약 30배로 상승한 셈이다.

경실련은 이와 관련 정부가 아파트 선분양제를 유지하면서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한 1999년 이후 땅값 상승세가 더욱더 빨라졌다고 지적했다.

정권별로는 노무현 정부에서 5년 동안 3123조원이 올라 상승분이 가장 컸고, 출범 2년 된 문재인 정부(2054조원)가 그 뒤를 이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김대중 정부(1153조원), 박근혜 정부(1107조원) 등이 이었다. 이에 반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땅값 총액이 195조원 줄었다.

연평균으로만 보면 문재인 정부의 땅값 상승액이 1027조원으로 노무현 정부(625조원), 박근혜 정부(277조원), 김대중 정부(231조원), 이명박 정부(-39조원)를 크게 뛰어넘었다.
 

진보정권서 상승

경실련은 물가 상승률에 따른 자연스러운 상승분을 뛰어넘는 액수를 불로소득으로 규정하며 분석을 이어갔다. 지난 40년 동안 물가 상승률대로 땅값이 올랐다면 작년 말 기준 민간보유 땅값 총액은 1979조원에 그쳤던 만큼 나머지 7510조원이 불로소득이라는 것이다.

단체는 또 문재인 정부에서도 물가 상승률에 따른 상승을 제외하고 2년간 1988조원의 불로소득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액수는 한 가구당 9200만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1988조원을 모든 국민에게 나눈다면 한 사람당 약 4000만원 가량이다.

불로소득액 역시 소수에게 집중된 것으로 분석됐다. 국민의 70%는 토지를 한 평도 보유하고 있지 않은게 현실이다. 땅을 보유한 1500만명이 불로소득을 나누어 가진 셈이다. 토지 보유자 1인당 2년간 불로소득은 1억 3000만원이었다.

토지 소유자 사이에서도 상위 1%가 전체 토지의 38%를 보유했다는 국세청 통계를 적용하면 이번 정부 들어서만 토지 보유 상위 1%가 불로소득 737조원을 가져갔다는게 경실련의 주장이다.

결국 1%에 속하는 사람 1명당 49억원을 가져간 셈이다. 연평균 25억원씩 불로소득을 챙겼던 만큼 되짚어봐야 한다는게 경실련의 분석이다.

이 같은 결과는 상위 1%에 해당하는 근로소득자의 연간 근로소득(2억6000만원·2017년)과 비교해도 9배에 달한다. 전국민 평균 근로소득(3500만원·2017년)보다는 70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결국 평범한 노동자가 70년 동안 노동해야 벌어들일 수 있는 금액을 토지 소유자는 불로소득으로 1년 만에 챙길 수 있다는게 경실련의 주장이다.

경실련은 이와 관련 "문재인 정부에서 역대 정부 가운데 최고로 땅값이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누가 성실하게 땀을 흘리겠나"라며 "집값, 땅값 거품을 제거하기 위한 강력한 투기근절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도 “지난번 국민과의 대화에서 문 대통령이 부동산 가격이 안정돼있다고 했는데, 동떨어진 현실 인식에 깜짝 놀랐다"며 "대통령에게 허위보고를 한 참모 관료들을 문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과 정 대표는 공시지가에 실제 시세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는 책임을 물어 국토교통부 관계자 등을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정부가 공시가격과 관련해 토지·주택가격 조사비로 연 2000억원을 쓰고 있지만 공시가격은 시세의 30∼40%로 조작된 과세기준을 만들고 있다”며 “국토부와 한국감정원 관계자들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정 대표 역시 “지난 30년간 공시지가 조작으로 일부 국민이 재벌회장보다 많은 세금을 내게 만든 정부 관계자와 허수아비 심사위원들을 고발할 것"이라며 "공공재인 땅의 가치가 제대로 파악돼야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토부는 경실련의 공시지가 시세반영률(현실화율) 추정치는 국토부가 분석한 현실화율에 비해 크게 낮다고 지적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경실련은 공시지가의 현실화율을 자체적으로 43%로 산출, 1경1545조원이란 땅값을 계산했지만 여기에 정부 보유토지는 한국은행 기준의 70%로 간주하는 등 모순을 보인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자체 산출 자체에 합리적인 근거를 찾기 어렵고 2019년 정부가 발표한 현실화율 64.8%를 적용할 경우 2018년 토지시세총액은 8352조원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경실련이 추정한 1979∼2018년 기간동안 토지가격 상승률은 2800%로 국토교통부가 발표하는 지가변동률에 비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1979년 토지가격 총액을 325조원으로 추정한 근거를 밝히지 않아 경실련 분석방식 검토에 한계가 있다면서도 같은 기간 국토부의 토지가격 상승률은 610%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가는 경제상황과 자산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것으로, 물가상승률 수준의 가격상승을 정상적인 지가상승률로 보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실제 경실련이 분석한 1979∼2018년간 물가는 약 5.1배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동안 우리경제의 GDP는 54.3배 늘어났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수 독점 심해”

전문가들은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때문에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진보 정부인 문재인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유독 땅값 상승세가 가팔랐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문재인 정부 2년 동안 땅값이 2054조원 오르면서 2018년 말에는 9489조원으로 나타났다. 연평균 상승액은 1027조원으로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컸다.

노무현 정부 임기 5년간 땅값은 3123조원 상승했다. 연평균 상승액(625조원)이 문재인 정부에 이어 2번째로 높다.

경실련은 분양가 상한제 폐지가 땅값 상승에 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했다. 1999년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한 뒤 20년 동안 땅값은 4배 가까운 7318조원(연평균 385조원) 올랐다. 그나마 2008년 분양가 상한제가 부활하면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땅값 상승세가 완만해졌다. 그러나 2014년 다시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면서 땅값이 급등했다. 경실련은 2017년 정부가 임대사업자에게 양도세나 종합부동산세 등 조세 부담을 줄인 것도 땅값 상승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문재인 정부 집권 2년 만에 서울에서 1000조원, 전국에서 2000조원 땅값이 상승했다"며 "해방 이후 단기간에 최고로 땅값을 올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대한민국 땅값은 빈부격차의 근본 원인"이라며 "땅값이 상승할수록 소수에 의한 독점과 기업의 투기는 심해질 것"이라고 이같이 말했다.

경실련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1893조원“이라며 ”땅값은 GDP의 5배로 프랑스(2.5배), 일본(2.2배), 독일(1.2배) 등과 비교하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좀처럼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부동산 정책이 탈출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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